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저렴하고 건강에도 좋은 식품이 있다. ‘식탁 위의 불로초’라고 불리는 양파다. 서양에서는 ‘매일 챙겨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 할 만큼 각광받고 있다.
흔히 마늘을 일해백리(一害百利)라 한다. 마늘 특유의 냄새라는 한 가지 단점을 빼곤 백가지 이로운 점이 있는 식품이라는 뜻이다. 양파 역시 특유의 냄새만 제외하면 심혈관계, 골밀도 등에 수많은 이점을 준다는 점에서 마늘에 못지않은 건강식품이라 할 수 있다.
인류가 양파를 재배해 먹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다. 둥그런 형태와 겹겹이 싸인 조직이 영생을 의미한다며 시신의 눈구멍에 양파를 박기도 했다. 고대 올림픽 선수들은 체력 보강, 혈액 균을 위해 양파즙을 먹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중국인들은 양파를 즐겨먹어 고혈압이나 심장병 발병률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요리에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는 양파의 영양성분과 각종 효능을 박현아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고대 올림픽 선수, 근육 및 혈액 보강 차원 섭취 …전남 무안 양파 품질 으뜸
양파(학명 Allium cepa)는 수선화과(Amaryllidaceae)에 속하는 식물로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지만 특히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많이 재배된다. 양파는 이름 그대로 서양의 파로서 대략 조선 말기에 들어왔다. 기록에 따르면 경상남도 창녕군에서 최초 시배를 시작했다. 1906년 서울 독도(지금의 뚝섬)에 원예모법장이 설립되면서 시범재배했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생산되지만 비옥한 황토에 일조량이 많은 전라남도 무안군에서 생산되는 양파를 수확량이나 품질 면에서 으뜸으로 친다.
한의학 고서인 ‘동의보감’에 자총(紫蔥: 적양파)의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에서는 16세기 후반 또는 최소 17세기 초반부터 약재 또는 특이한 음식의 식재료로 사용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양파에는 쓴맛과 향미(香味)가 있고 또 딸기 정도의 단맛이 있다. 이는 양파에 광합성 산물인 전분이 함유돼 있지 않고 주로 자당(sucrose)·포도당(glucose)·과당(fructose)등 저분자 당(糖)이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 단맛은 쓴맛에 눌려 전체적인 맛은 쓴맛이 된다. 그러나 쓴맛은 가열하면 없어진다. 양파에는 또 특유의 쓴맛과 자극적인 냄새가 있는데 이는 함황화합물(유황을 함유하는 성분)에 의한 것이다. 양파를 깔 때 눈물이 나는 것은 이런 성분이 휘발성 가스가 돼 눈에 닿기 때문이다.
양파는 생으로 먹으면 아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고 볶으면 부드럽고 달달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구운 양파는 감칠맛이 더해져 풍미가 좋다. 주로 생으로 먹지만 샐러드에 곁들이거나 조림이나 볶음·튀김·찌개·장아찌 등 다양한 요리에 폭넓게 활용된다. 돼지고기와 함께 섭취하면 피를 맑게 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양파는 한식당이 아닌 중화요리점에서 요리를 시키면 춘장과 함께 밑반찬으로 나온다.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양파링 같은 과자까지 있는 걸 보면 한국인의 최애 식품 중 하나임이 분명다.
양파의 기능성 물질은 열에 강해서 굽거나 끓여도 손실이 크지 않은 편이다. 다른 식재료와 함께 쓰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양파와 찰떡궁합인 대표적 식품이 식초와 콩이다.
식초는 항스트레스 작용이 있어 양파에 함유된 유화아릴 성분과 더해지면 불면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양파간장초절임과 양파미역초무침 등이 양파와 식초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음식이다. 콩의 산은 리코겐을 합성하고 양파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양파를 넣어 끓인 청국장이나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등은 당뇨와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유황 함유 쓴맛, 딸기의 단맛 교차 … 항암·항산화·콜레스테롤 및 혈당 감소 등 효과
양파는 수분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며 단백질·탄수화물·비타민C·칼슘·인·철 등의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다양한 성분을 갖고 있는 양파는 항암 효과로 이름이 높다. 우리나라 음식은 대부분 맵고 짠 자극적인 맛을 낸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위암 환자의 발생률이 높다. 양파에 함유된 ‘유화프로팔알린’과 ‘폴리페놀’ 성분은 짠 음식을 먹고 흡수된 아질산염과 아민의 결합을 막아줘 소화기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양파에 들어있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 성분은 식도·간·대장·위의 암 발생을 억제한다. ‘케르세틴’ 성분 역시 인체 내 발암물질 전이를 막아줘 항암에 효과가 있다.
양파는 혈관에 있는 기름, 뱃살을 빼는 데 도움을 줘 다이어트에 좋다. 양파에 함유된 ‘황화아릴’ 성분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알리신’이 되면 몸에 열을 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에너지 소모를 도와 다이어트와 체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양파가 일조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비만 또는 과체중 여성을 대상으로 8주간 양파를 섭취하게 한 임상시험에서 다량 섭취한 그룹이 적게 먹은 그룹보다 콜레스테롤 지수 감소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양파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과 매운맛을 내는 ‘유화프로필알린’ 성분은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는 설명이다. 또 이들 성분은 혈당 감소에 당뇨병 예방에도 기여한다.
양파는 혈압을 안정시키면서 피를 맑게 해주어 동맥경화와 고혈압에도 좋다. 양파에 들어있는 ‘케르세틴’ 성분은 항암효과뿐만 아니라 모세혈관을 강하게 해주면서 딱딱하게 굳은 동맥을 부드럽게 해준다. 실제로 미국 연구팀이 중국 산동성의 양파 생산지에서 이를 많이 섭취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양파와 고혈압 간 관계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파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은 고혈압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는 끈적한 혈액이 흐르면서 혈관에 마찰을 일으켜 혈전이 생기는데 양파를 섭취하면 혈액 흐름이 원활해져 혈전 생성이 차단되고 당뇨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양파에는 100g당 23mg의 칼슘이 함유되어 있어 골다공증 예방과 성장에 도움을 준다. 미국에서 실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50세 이상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양파 섭취량과 뼈 건강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양파 섭취량이 높은 사람의 골밀도 상태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양파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과 비교하면 골반 골절 위험에서 20%가 넘는 차이가 났다.
중간 정도 크기 한 개 기준으로 44cal를 지닌 양파는 열량이 적은 반면 비타민C 하루 권장량의 20%를 제공해 항산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양파에 풍부하게 함유된 ‘케르세틴’ 성분 역시 산화와 염증 진행 과정을 막아주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양파는 맵고 단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이 신경안정제 역할을 한다. 베개 맡에 두고 자면 그 향이 숙면을 유도한다. 또 혈소판이 엉기는 것을 방지하고 혈관 내 섬유소 용해 작용을 도와 혈전이나 뇌졸중 위험을 감소시켜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