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는 “미국 연방항소순회법원(CAFC)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피고일 뿐이며 항소 기각 의견을 개진한 것 또한 의례적 절차일 뿐’이라며 ’ITC의 의견이 배척된 미국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웅과 ITC의 항소 기각(MOOT)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 17일(미국 현지시각) “ITC가 항소법원에 ‘나보타주’(미국 상품명 주보) 수입금지 명령을 포함한 ITC 최종 판결에 대한 (대웅제약의) 항소가 무의미하며, 대웅 및 메디톡스가 CAFC에 제기된 항소가 기각될 경우 ITC 결정이 무효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직접 발표했다”며 “ITC 최종 판결의 무효화가 사실상 유력해졌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ITC가 CAFC에 항소 기각을 요청한 것은 스스로 작년 12월 16일에 내린 결정에 자신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ITC 판결이 무효화되면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메디톡스가 이를 근거로 주장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2019년 미국 최대 케이블 업체 컴캐스트(Comcast) 관련 ITC 사건에서 컴캐스트는 해당 특허가 만료돼 ITC 명령의 효력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항소 기각을 CAFC에 요청한 바 있지만 당시 법원(CAFC)은 ‘ITC 판결이 관련 사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항소 기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관련 사례로 제시했다.
이후 2020년 컴캐스트와 ITC는 대법원에 항소 기각(MOOT)을 재차 요청했으나 대법원마저도 이를 기각했다. 판례가 중시되는 미국 법원에서 ITC 판결에 대한 항소 기각(MOOT) 요청이 기각된 판례가 존재하므로 대웅의 항소 기각 인용을 기대하는 주장이 명백한 억지라고 메디톡스 측은 반박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의 주장은 미국 사법제도와 판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궤변에 불과하며 ITC 판결에 불복하는 당사자가 항소법원에 항소할 경우 항소자는 원고, ITC는 피고가 되며 피고가 항소 기각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의례적 절차일 뿐”이라며 “대웅은 이같은 의견 개진을 ‘이례적’이라거나, ‘ITC 의견대로 항소가 기각될 것’이라며 여론을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메디톡스 측은 대웅이 ITC의 의견서조차도 철저히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디톡스의 미국 법률 대리인은 “ITC가 제출한 의견서에는 오히려 ITC 판결은 유효하고 관련 사건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항소가 다툼의 실익이 없는지(MOOT)는 항소법원이 결정할 문제이며, 우리는 미국 판례에 근거해 그 답이 명백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은 나보타의 21개월 수입금지 처분을 받은 직후 ITC를 맹비난하더니, 항소법원에서 ITC가 항소 기각 의견을 내자 이제는 존중한다고 얘기한다”며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과 어불성설의 끝판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웅이 ITC를 진심으로 존중한다면 지금이라도 국내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하였다는 비상식적 주장을 접고 ITC 판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 피해를 배상하는 것이 바이오 강국 대한민국을 위해서 가장 선행돼야 야 할 조치”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ITC는 메디톡스가 ‘주보’로 인해 입은 피해가 완전히 해소된 상황에서 소송물(소송에서 심판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 아닌 자사 제품의 잠재적 위협을 배제하기 위해 항소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대웅제약이 항소를 통해 끈덕지게 ITC를 공격하는 것을 어느 정도 회피, 또는 완화하기 위해 만약에 항소가 기각되면 ITC 결정 자체를 철회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각이 현실화되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기술을 도용했다는 근거 자체가 완전히 소멸되므로 새 국면에서 향후 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지난 3월초 에볼루스-메디톡스-엘러간 3자 합의를 통해 손해배상 및 에볼루스 2대 주주 자격 획득이란 실익을 챙기긴 했지만 향후 대웅제약을 압박할 카드가 사라져 공중에 붕뜬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작년 12월 16일 ITC는 대웅의 보툴리눔톡신 균주가 유전자 분석상 메디톡스로부터 유래했음을 인정하면서 사실상 ‘도용’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균주가 ‘영업비밀’은 아니며, 대웅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제조기술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나보타의 21개월 간 미국 내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대웅은 끝내 ITC 판결을 부정했으나 대웅의 파트너인 에볼루스는 극적인 3자 합의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냈으며 결국 대웅도 3자 합의 및 ITC의 요청에 순응해 수입금지 명령철회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