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다음주 27일부터 사흘간 자문위원회를 열어 6가지의 면역항암제의 가속승인을 정식 승인으로 승격할지, 반려할지를 결정한다.
심판의 도마에 오를 약은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및 일본 오노약품의 PD-1 억제제인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 로슈의 PD-L1 면역관문억제제인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 등 3가지에 6가지 암종이다.
그동안 면역항암제 관련 가속승인 중 총 10건이 철회됐다. 이 중 4건이 최근에 취소 또는 자진 취하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PD-L1 억제제인 ‘임핀지주’(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 durvalumab)가 방광암 적응증을 지난 2월 22일 자진 취하했다.
키트루다는 지난 3월 1일 전이성 소세포폐암 적응증을 자진 취하했다. 로슈도 3월 8일 티쎈트릭의 방광암 허가를 반납했다. 또 키트루다는 지난 3월 29일 삼중음성 유방암 승인 결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자문위의 견해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동안 FDA는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신약이라도 신속한 승인을 통해 환자에게 조기에 공급되는 것은 이로우며, 가속승인 후 허가를 취하하는 것도 가속승인의 취지를 훼손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약물 출시 속도를 높이는 것과 임상적 이점을 확인하는 절차 사이에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건의 자문위 검증 대상에 오른 암종별 이슈를 알아본다.
방광암 … 임핀지, 티쎈트릭 적응증 반납 … 바벤시오는 건재
2016년 로슈의 티쎈트릭은 면역항암제 중 처음으로 방광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1년 후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와 MSD의 키트루다가 빠르게 같은 적응증으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세 가지 약물 모두에 대한 후속 연구에서는 가속승인에서 확인된 유망한 데이터가 재현되지 않았다. 이들 임상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암 유형 중 하나인 방광암에서 면역항암제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티쎈트릭에 대한 의심은 가속승인 후 불과 11 개월 만에 결과를 판독한 IMvigor 211 임상에서 2상과 달리 화학요법 대비 생존율이나 관해율에서 별다른 우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핀지 역시 확증 연구에서 환자가 더 오래 살 수 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
키트루다도 이들 두 항암제와 마찬가지로 2상에서 얻은 관해율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광암 치료제로 승인됐다.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결과가 뒤따랐다. 확증시험에서 키트루다+화학요법제 병용요법은 화학요법제 단독요법 대비 생명 연장 및 질병 진행 억제 효과를 입증하지 못헀다.
FDA는 임상시험 후 방광암에서 PD-L1 단백질을 발현하지 않는 환자의 사망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세 가지 면역항암제의 방광암 라벨을 축소시켰다. 반면 진행성 방광암에 대한 3상에서 유일하게 수명 연장을 입증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머크의 ‘바벤시오주’(Bavencio, 성분명 아벨루맙 avelumab)가 수술 후 방광암 진행을 막기 위한 유지요법으로 2020년 FDA 승인을 얻었다.
로슈는 티쎈트릭이 가진 2개의 방광암 적응증 중 하나를 취하하고 이제는 하나의 적응증만 남았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임핀지의 방광암 라벨을 걷어 들였다. 현재 남아 있는 적응증은 키트루다의 진행성 방광암, 티쎈트릭의 화학요법을 받을 자격이 없는 방광암 등 두 가지다. BMS 옵디보의 방광암 관련 생존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MSD는 키트루다의 새로 진단된, 시스플라틴 화학요법이 부적합한 방광암에 대한 적응증 존치를 위해 임상시험 중이며 FDA 자문위의 평가를 받게 된다.
간암 … 키트루다, 옵디보 허가 유지 난망 … 옵디보+여보이는 서바이벌 기대
간세포 암종은 간암의 가장 흔한 형태이며,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1980년 이후 B형 또는 C형 간암바이러스 발병률은 3배 이상 높아졌다.
바이엘이 만든 ‘넥사바정’(Nexavar 성분명 소라페닙, sorafenib)은 간세포암에서 위약보다 더 오래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한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승인받았고 10년 이상 수술이 불가능한 간암 환자에게 처방돼왔다.
FDA는 2017년과 2018년에 FDA는 넥사바 치료가 실패한 환자를 위한 2차 치료제로 옵디보와 키트루다를 각각 가속승인했다. 단일군 연구에서 소수의 참가자가 면역요법에 반응했음을 보여주는 초기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승인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 확증시험에서 거의 모든 피험자들은 이들 면역요법제 투여 후 관해를 경험하지 않았고, 각 약물은 피험자의 절반이 치료 후 1년 이내에 질병이 진행되는 결과가 나왔다.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각각 위약 또는 넥사바에 비해 생존 연장을 입증하지 못했다. 두 가속승인 모두 자문위에서 존치 여부가 검토될 예정이다.
다만 옵디보는 단독요법만이 논쟁에 오를 여지가 있다. 옵디보와 BMS의 CTLA-4 길항제인 ‘여보이주’(Yervoy 성분명 이필리무맙, Ipilimumab) 병용요법은 치료반응이 조금 낫게 나왔기 때문이다.
자문위원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은 로슈의 티쎈트릭과 이 회사의 VEGF 억제제인 ‘아바스틴주’(성분명 베바시주맙, Bevacizumab)의 병용요법이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승인됐기 때문이다. 넥사바에 비해 사망위험이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키트루다와 옵디보에는 불리한 판정이 나올 수 있다.
유방암 … 티쎈트릭 삼중음성유방암서 위태, 키트루다는 승인 연기 조치
로슈는 2019년 3월에 8일에 티쎈트릭이 최초의 유방암 치료 면역치료제가 되는 역사를 썼다.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화학요법제(아브락산: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0와 병용했더니 화학요법제 단독요법보다 종양이 확산되는 것을 더 오래 지연시킨다(무진행생존기간 연장)는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이 승인은 화학요법제로만 치료할 수 있었던 특히나 공격적인 형태의 삼중음성유방암에서 면역요법의 유용성을 나타내는 유망한 신호였다. 키트루다도 이와 유사한 적응증을 받았다. 이어 두 제약사는 초기 유방암의 수술 전후에 면역요법제를 도입하기 위해 도전 중이다.
그러나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티쎈트릭의 승인이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FDA의 승인의 기본이 됐던 이점이 미미했다.
FDA 승인의 근거가 된 IMpassion 130 임상에 따르면 티쎈트릭과 아브락산 PD-L1이 종양의 1% 이상에서 발현된 종양을 억제하는 기간의 중앙값이 7.4개월인 반면 화학요법만 사용하는 경우 4.8개월이었다. 질병진행과 사망위험을 40%나 줄였다.
그러나 나중에 로슈가 ‘란셋’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티쎈트릭 병요요법은 화학요법 단독요법에 비해 생존기간 연장 이점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즉 PD-L1 음성 환자를 포함한 모든 등록 참가자의 경우, 이 병용요법은 사망위험을 13% 감소시키는데 그쳤다. 생존기간 중앙값은 21개월 대 18.7개월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또 다른 IMpassion 131 분석은 PD-L1을 발현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서 더 큰 이점을 제공한다는 것을 입증했으나 티쎈트릭과 파클리탁셀(아브락산과 같은 계열이지만 다름) 병용군이 단독 화학요법군보다 수명 연장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역시 타당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됐다.
자문위는 로슈의 데이터의 장점을 토론하면서 승인 유지 여부를 판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권고는 키트루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SD는 키트루다의 삼중음성유방암 적응증 추가를 위해 만든 임상연구 결과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위암 … 키트루다, 수명연장 입증 실패 … 옵디보, 사망위험 20% 감소, 최근 승인
위암은 조기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하기 어려운 것으로 간주된다. 종종 위암은 이미 다른 곳으로 퍼질 때까지 발견되지 않는다. 최근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비수술적 치료법은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약간의 표적치료제 등이었다. 미국에서 위암의 5년 생존율은 30%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위암 환자가 많고 조기발견이 활성화돼 있으며 수술 술기 수준이 높아 77%에 이른다.
2017년 9월 FDA가 키트루다를 위암(선암) 및 보기드문 유형의 위식도접합부 선암에 대한 최초의 면역요법으로 승인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좋은 치료옵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FDA는 두 번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종양이 치료되지 않는 PD-L1 발현 위암 환자에게 키트루다를 승인했다.
이 결정은 소규모 단일군 2상 연구(Keynote-059)를 기반으로 했다. PD-L1 양성인 143 명의 환자 중 19명만이 치료에 반응했다. 그러나 이들 중 11명은 최소 6 개월 동안 치료반응이 지속되었고 5명은 최소 1년간 효과가 유지돼 일단 효과를 보이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그러나 이 승인은 빠르게 의문을 제기했다. 위암 승인 3개월 후, 3상 연구에서 2차 치료제로 사용할 경우(Keynote-061) 환자가 더 오래 살 수 없다는 게 밝혀졌다. 2019 년에도 이 약물은 Keynote-062 임상에서 다른 세포독성항암제와 병용한 결과 1차 치료제로서 전체생존기간과 무진행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MSD는 위암에 대한 다른 키트루다 시험을 확증시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 승인 후 거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키트루다의 이점은 명확하지 않다.
반면 라이벌인 옵디보는 1차 치료제로서 위암 사망위험을 20%가량 줄인 것으로 밝혀져 5분의 1로 줄인 것으로 밝혀져 지난 16일 플루오로피리미딘 및 백금착제 등 화학요법제를 병용하는 요법으로 PD-L1 발현 상태에 관계없이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위식도접합부암, 식도선암 등 3가지 암종에 쓸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