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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닭 ’…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닭요리, 그것이 알고 싶다
  • 설동훈 기자
  • 등록 2021-04-15 17:53:30
  • 수정 2021-06-28 11: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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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라이드 치킨·닭강정은 일반 닭 … 구이·백숙은 토종닭이 제격

‘후라이드 치킨’·‘앙념통닭’·‘삼계탕’·‘닭도리탕(닭볶음탕)’·‘닭구이’…이름만 떠올려도 군침을 돌게 하는 닭요리들이다. 하나 같이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법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최애 요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닭요리를 즐겨 먹었다. 특히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귀한 손님이 집에 찾아오면 큰 맘 먹고 내놓았던 음식 중 하나가 닭요리였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1년에 6억 마리가 소비되고 1인당 12마리를 먹는다는 통계자료가 있을 정도로 닭은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다.


그러나 이처럼 즐겨 먹는 닭에 대해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산란계와 육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치맥으로 즐겨먹는 후라이드 치킨에 어떤 종류의 닭이 이용되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치킨이나 각종 닭요리에 사용되는 닭을 우리 토종닭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각종 요리로, 또는 간식으로 자주 즐겨먹는 닭에 대해 제대로 알고 먹는다면 그 맛이 배가될 수 있다.


달걀 얻기 위한 산란계…고기를 얻기 위한 육계


국내에서 사육되는 닭은 크게 달걀을 얻기 위한 산란계와 고기를 얻기 위한 육계로 구분할 수 있다. 우스갯 소리로 산란계는 죽어라 알을 낳는 닭이고 육계는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죽어라 살을 찌우는 닭이라고 한다.


육계는 삼계탕과 치킨의 주재료다. 삼계탕에는 부화한지 45일 된 영계를 쓴다. 치킨용으로 쓰이는 육계의 수명은 30일정도 된다. 모두 자연수명의 10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기간을 살고 생을 마감한다.


산란계는 이보다 수명이 길다. 보통 1~2년가량을 산다. 이 기간 동안 매일 1개 씩, 4백여 개가 넘는 달걀을 낳는다. 대부분 산란계들은 죽는 그날까지 앉아 있을 수 없다. 더 이상 달걀을 생산하지 못하면 산란계의 운명은 끝나 생을 마감한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육계의 종류는 브로일러와 세미브로일러·영계·중닭·햇닭·묵은닭으로 분류할 수 있다. 브로일러는 부화된 지 8~10주령 되는 병아리로 몸무게가 평균 1.6~2.0kg이며 고기가 연하고 뼈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로 주로 통닭구이용으로 소비된다. 세미브로일러는 8~10주령 되는 병아리로 몸무게가 1.3~1.5kg이며 고기와 뼈가 연해 통닭구이용 또는 영계백숙용으로 이용된다.


영계는 부화 후 4~8주령 된 병아리로 몸무게가 평균 0.8~1.0kg이고 영계백숙용으로 이용되며 중닭은 부화 후 100일 정도 된 닭으로 몸무게가 1.2~1.5kg이며 햇닭은 몸무게가 1.5kg 이상 되는 닭이다. 묵은닭은 생후 2년 정도 지나 성장이 다 된 닭으로 몸무게가 2.5kg 정도로 고기가 질기고 뼈가 굳어 있어 고기보다는 주로 내장을 사용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최애 식품 중 하나인 후라이드 치킨에 사용하는 닭은 코니시 크로스 품종으로 국내에서 나고 자랐어도 토종은 아니다.

후라이드 치킨에 사용하는 코니시 크로스 품종…국내서 자랐지만 토종은 아냐

요즘 우리가 즐겨 먹는 치킨·닭강정에 주로 사용되는 닭은 ‘코니시 크로스’ 품종이다. 마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종류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나고 자랐지만 ‘토종’이 아니다. 이 닭은 1930년대에 품종을 교배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흰색 털에 빨간 볏을 가졌다. 다리가 짧고 빨리 자라는 특징이 있어 ‘팝콘닭’으로도 불린다.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후라이드 치킨용으로 사용하는 육계는 코니시 크로스 품종으로 무게에 따라 100g 단위로 5~16호까지 있다. 5호가 가장 작고 16호가 가장 크다. 이 중 일반적으로 치킨용으로 사용되는 닭은 10~11호이고 간혹 9호도 사용된다. 11호는 1㎏이 넘고(1051~1150g) 10호는 951~1050g, 9호는 851~950g 정도의 중량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일제시대 이전까지는 흔히 ‘토종닭’으로 고유의 재래닭 품종이 많았다. 민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볏을 단 수탉이다. 하지만 조선 개항 이후 서양 닭 품종을 일본인이 들여오면서 토종닭은 상당수 사라졌다.


현재 한국토종닭협회에서 인정한 우리나라의 토종닭 품종은 세 가지로 ‘한협 토종닭’·‘우리 맛닭’ ‘소래 토종닭·오골계’ 등이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한협 토종닭은 크기에 따라 1~8호로 나뉘는데 보통 72~76일, 농장에 따라 90일까지 키운다. 다리가 늘씬하고 일반 닭에 비해 가슴살이 얇고 길게 분포돼 있다. 구웠을 때 가장 맛있다. ‘우리 맛닭’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이 1992년부터 15년간 복원했다. 74일 전후로 사육해 껍질이 얇고 지방이 적다. 끓였을 때 국물 맛이 구수하고 콜라겐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예로부터 길러오던 토종닭이 사라지게 된 원인에는 일제에 의해 품종 개량이 된 탓도 있지만 성장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코니시 크로스 등 일반 닭은 부화 후 1개월만 지나면 1.5㎏까지 성장해 도축 가능한 크기가 된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 토종닭인 ‘한협’ 등의 품종은 이 크기가 되려면 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경제수준의 향상으로 닭고기의 수요와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계 농가 입장에서는 당연히 성장속도가 빠른 닭을 선택하는 게 유리했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장 빠른 외국 품종 텁텁한 식감…토종닭은 쫄깃한 식감, 짙은 육향 


그러나 외국계 품종인 일반 닭은 빨리 자라는 대신 조직이 촘촘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며 육향이 별로 없다. 또 다리가 짧고 허벅지가 두꺼우며 특히 가슴살이 눈에 띨 정도로 두껍다. 따라서 고기로 먹을 게 많은 편이다. 반면 오래 튼튼하게 자란 토종닭은 쫄깃한 식감과 짙은 육향이 살아있다. 다리도 길고 얇은 편이며 가슴도 빈약한 편이다. 하지만 별도로 염지하지 않아도 고기 자체의 감칠맛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외국계 닭은 맛이 없고 우리 닭인 토종닭만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닭은 튀겨 먹는 ‘치킨’, 삶아 먹는 ‘삼계탕’, 구워먹는 ‘닭구이’ 등 다양한 닭요리 종류가 있는데 요리방법에 따라 닭의 종류도 모두 다르다. 이를테면 치킨은 외국계 닭으로 조리할 때가 가장 맛있고 구이는 토종닭이 맛있다.


최근 들어 외국인들에게도 ‘치맥’이라는 단어가 인기 검색어가 될 정도로 후라이드 치킨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원래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닭을 삶아 먹는 요리가 주류를 이뤘다. 또한 전라남도 지역에는 닭뼈를 발라내고 먹기 좋게 잘라 약하게 소금 간을 한 뒤 석쇠에 올려 구워 먹는 숯불구이 식문화가 있다. 물론 이 때 사용하는 닭은 외국 품종인 일반 닭이 아닌, 오래 기른 토종닭을 이용한다.


흔히 닭도리탕으로 불리는 닭볶음탕은 물론 백숙요리의 경우에도 오래 기른 토종닭은 사용하는 것이 요리의 풍미를 더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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