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0mg REGEN-COV 피하주사제로 ‘예방약’ 긴급사용승인 요청 … 현재는 2400mg 정맥주사제 ‘중증 악화 방지 치료제’
작년 10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치료에 투여돼 관심을 끌었던 이중 항체 칵테일 요법제(REGEN-COV, 옛 REGN-COV2, 성분명 카시리비맙, 임데비맙/casirivimab, imdevimab)이 이번에 낮은 용량으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 회사는 12일 감염된 사람과 함께 살았던 건강한 개인들에게 이 항체요법제를 투여하는 3상 임상을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공동 진행한 결과 코로나19 발병 위험이 81%나 줄었다고 12일(현지시각) 밝혔다.
이 약은 현재 입원하지 않았으나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경증~중등도 환자를 위한 정맥주사제로 승인됐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더 간단한 피하주사제로 투여됐다.
리제네론은 이번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 예방약으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NIH가 후원한 임상시험을 주도한 마이런 코헨(Myron Cohen) 박사는 “REGEN-COV가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위한 광범위한 예방접종 전략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험관 실험에서도 코로나19 변이를 중화시키는 데 여전히 강력한 효과를 발휘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많은 백신의 대체 예방 옵션으로서 항체 치료제를 이용할 수 있다면 더 쉽게 면역보호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백신은 접종 후 스스로 항체로 생성될 때까지 상당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접종자가 충분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어야 하지만 항체는 그럴 필요가 없다.
NIH가 진행한 연구는 REGEN-COV 투여 전 4일 이내에 감염자와 함께 살았던 1505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1200mg의 REGEN-COV 피하주사제 또는 위약을 1회 투여받았다.
약물의 효능은 주사 직후 나타났으며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발병 위험은 첫 주에 72% 감소했고 이후엔 93%로 상승했다. 현재 이용 가능한 백신의 경우, 완전한 백신 접종(얀센 백신을 제외하고 2차 접종) 후 7일째의 감염 사례만을 계산해 COVID 위험 감소율을 추산한 것이어서 REGEN-COV의 효과는 더욱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임상에서 REGEN-COV는 주요 2차 평가지표도 달성했다. 증상이 발생한 코로나19 환자에서 REGEN-COV 투여군은 바이러스와 그 증상을 더 빨리 제거했다.
이번 임상을 함께 주도한 댄 배로우치(Dan Barouch) 박사는 “피하주사 투여와 빠르고 강력한 면역보호 효과는 고위험 노출 후를 포함해 여러 환경에서 COVID-19를 보호할 수 있는 항체의 실질적인 유용성을 입증한다”며 “면역 체계가 손상돼 백신에 잘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리제네론의 항체보다 먼저 등장한 릴리의 코로나19 항체인 밤라니비맙(bamlanivimab)은 NIH가 진행한 3상 임상에서 장기요양 시설 거주자와 직원을 대상으로 증상이 있는 COVID 발병 위험을 57%까지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효능이 이번 REGEN-COV보다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맥으로 주사해야 하는 게 약점이다.
더욱이 코로나19 변이에 대해 밤라니비맙은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미국 연방 정부는 입원하지 않은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밤라니비맙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반면 리제네론이 12일 발표한 별도의 3상에서 REGEN-COV 1200mg 피하주사제는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무증상 환자가 증상이 있는 상태로 진행할 위험을 31%까지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이전의 REGEN-COV 정맥주사제 제형은 4500명 이상의 외래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른 3상 임상에서 고위험 경증~중등도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70% 줄일 수 있음을 입증해 긴급사용승인을 얻었다. 당시에는 피하주사제보다 용량이 훨씬 높은 2400mg을 정맥주사제로 투여했다.
이에 NIH는 지난 9일 증상이 악화될 위험도가 높은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치료용’으로 REGN-COV를 강력하게(strongly) 사용토록 권고했다. 이에 리제네론은 지난 1월에 미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해 당초 공급키로 했던 30만 도스에 추가로 125만 도스를 늘렸다.
한편 릴리는 REGN-COV의 경쟁 약물인 밤라니비맙의 미국 정부 공급 계약을 수정하기로 했다. 미 정부는 밤라니비맙 단독요법제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달 말까지 공급될 예정이었던 35만856도스를 취소하기로 했다. 대신 밤라니비맙 및 에테세비맙(etesevimab) 병용요법제를 공급받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밤라니비맙은 작년 11월 FDA 승인을 얻었으며, 병용요법은 올해 2월 허가됐다. 이번 계약 변경은 밤라니비맙 단독으로는 기대하는 효과가 미흡하기 때문에 병용요법이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