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 민간요법을 무조건 신봉하거나 자가진단으로 몸에 좋고 질병을 낫게 한다는 한약재를 구입해 섭취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한약재를 한의사의 진단 없이 임의로 복용했다가 약화사고, 심지어 치명적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관절염 또는 만성통증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투구꽃, 엄밀히 말하면 투구꽃의 뿌리인 초오(草烏)를 들 수 있다.
외모와 달리 강한 독초, 예로부터 민간에서 진통·진경약 사용
투구꽃(학명 Aconitumjaluense)은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 국내 중‧북부 지방이나 중국 동북부, 러시아 등의 깊은 산속에서 자란다. 기후가 서늘한 그늘에서 잘 자라며 높이는 약 1m까지 성장하고 꽃은 9월에 핀다. 뿌리는 새발처럼 생기고 줄기는 곧게 서는데 작은 꽃줄기에 털이 난다. 잎은 어긋나며 손바닥 모양으로 3∼5개로 갈라진다. 꽃 모양이 마치 로마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머리에 쓰던 투구와 비슷해 투구꽃이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준적인 명칭은 ‘투구꽃’이지만 ‘바곳’이란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바꽃’이라고 쓰는 것이 맞지만 조선시대 표기인 ‘바곳’이 더 많이 통용된다. 투구꽃 속에 속한 식물을 적당히 투구꽃 또는 바곳이라고 뭉뚱그려 부르기도 한다.
투구꽃은 보라색 예쁜 꽃이 피는 탓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하지만 이 꽃이 유명한 이유는 아름다운 꽃 때문이 아니라 뿌리 부분이 조선시대 때 사약의 재료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강한 독초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희대의 악녀로 불리는 장희빈이 죽을 때 사약으로 쓰인 것도 이 투구꽃이다.
투구꽃의 뿌리는 한의학에서 초오라는 약재로 불린다. 동일한 용도로 쓰이고 있는 같은 속 식물의 뿌리를 통틀어서 초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자(附子)‧오두(烏頭)‧천오(川烏)라는 명칭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초오는 진통, 진경약으로서 신경통이나 신경 계통의 질환에 먹거나 발랐다. 발한‧이뇨‧살충약 등으로도 사용했다. 외국에서도 예부터 건조한 초오 뿌리를 탕제로 달여 마시거나 환의 형태로 만들어 복용했다. 그러나 초오는 치료 영역과 독성 영역의 사이가 매우 좁아 임의로 복용할 경우 중독될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방에서도 해열과 관절염‧뇌혈관질환 치료에 사용하지만 독성을 우려해 자주 또는 다량 처방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한의학 서적인 ‘본초감별도감’에 따르면 초오는 관절질환‧통증 등에 효과가 있지만 강한 독성이 있어 생으로 먹어서는 안 되는 약초로 구분하고 있다.
투구꽃의 뿌리 한약재 초오, 독성 강해 한의사 진단 통해 복용해야
투구꽃의 뿌리인 초오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초오에 함유된 아코니틴(aconitine) 성분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아코니틴 성분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면 감각이상과 호흡곤란‧경련‧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 심혈관계로는 실신‧저혈압‧흉통‧흉부불쾌감‧부정맥 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2mg의 소량으로도 심장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간혹 언론 등을 통해 민간요법을 신봉한 관절염 또는 만성통증 환자들이 초오를 달여 먹거나 초오를 넣어 만든 음식을 섭취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보도되는데 대부분 아코니틴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전문가의 처방 없이 임의로 복용했다 참변을 당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초오는 독성이 매우 강해 한방의료기관에서도 독성 주의 한약재로 분류, 관리되고 있다. 한의사의 진단에 의해서만 처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의약품용 한약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시중에 불법으로 유통돼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초오 등과 같은 독성주의 한약재는 한의사의 진단에 의해서만 처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의약품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독성주의 한약재를 포함한 의약품용 한약재가 민간에 유통되는 일이 없도록 보건당국이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처의 관리 감독에 앞서 일반 국민들 스스로 한약재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인 만큼 재래시장 등에서 구입해 민간요법에 따라 임의로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문가의 조언 또는 처방 아래 자신의 건강 상태와 체질에 맞는 한약 또는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함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