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자궁근종으로 배가 나온 것처럼 보이고 옷이 예전처럼 맞지 않을 수 있다. 남들이 “임신한 지 얼마나 되셨나요?”라고 물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화가 치밀어 오르기 마련이다.
자궁근종(자궁섬유종, Uterine Fibroids)은 흔히 과도한 월경 출혈, 그에 따른 빈혈, 복부 통증 등을 확인하다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견되고 국내서는 간단한 시술이나 수술로 치료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수술비용이 높은 미국에서는 약물치료가 제법 많이 이뤄지고 있다. 자궁근종의 약물치료에 대해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환자 안내서와 최신 해외뉴스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국내서는 임신이 불가능한 자궁절제술을 피하기 위해 초음파 유도 고강도집속초음파(Ultrasound-guided 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 일명 집속초음파,
초음파HIFU, HIFU, FUS 등으로 불림)와 자기공명영상 유도 고강도집속초음파(MRI-guided HIFU, MR하이푸) 등이 이뤄진다. 초음파 하이푸 치료는 초음파 에너지를 집중시켜 자궁근종을 가열해서 그 크기와 수를 어느 정도 줄 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복부비만이어서 초음파가 뚫고 지나가기 어렵거나, 근종이 아주 크거나 많거나, 유경성(有莖性) 근종이거나 자궁경부근종인 경우 효과를 볼 수 없다. 자궁내막이 손상되지 않게 해 임신이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초음파 발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MRI 기기 속에 누워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더욱이 하이푸와 가짜치료(환자에게 실제 FUS를 시행하지 않고서 했다고 일러준 것)를 비교한 결과 실망스럽게도 하이푸의 치료효과는 실망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진짜 치료를 여성이 가짜 치료를 받은 여성보다 나은 게 없었다. 자궁근종에서 하이푸 치료는 미국에서는 정규 치료로 도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자궁동맥색전술(Uterine artery embolization, UAE)도 불임을 피하기 위해 10년 넘게 지속돼온 치료다. 일명 ‘Cochrane 리뷰’에서 UAE는 자궁근종 크기를 30~45%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요 이점은 대수술보다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UAE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입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일부 자궁근종은 UAE로 치료가 불가능하며 UAE는 향후 임신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근용해(Myolysis)는 자궁근종을 파괴하지만 제거하지는 못하는 외래 복강경 접근법이다.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근용해를 수행할 수 있으며, 그 중 가장 유망한 기술은 고주파소작술(radiofrequency ablation, RFA, 무선 주파수 소작술)로 근종을 고열로 태워 없애는 것이다. RFA 근용해는 근종을 최대 45%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동 방식의 근용해도 있다.
아직도 근용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향후 임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많은 치료법들과 비교되지 않았으며, 얼마나 높은 빈도로 다른 수술이 필요할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여전히 연구 중이다.
결국 심한 자궁근종에는 고주파절제술,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자궁경절제술, 자궁내막절제술 등이 이뤄지며 불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약물치료가 상당히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궁근종을 치료하는 방법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는 것과 아예 임신을 하는 두 가지가 있다.
대체로 자궁근종은 폐경기 즈음에 수축된다고 알고 있고 그게 사실이다. 자궁근종은 암이 아니다. 임신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천천히 성장하거나 거의 성장하지 않는다. 폐경 후 생식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 수축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항상 그렇지는 않아서 실제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고 불편한 증상과 불안감 때문에 견딜 수 없다면 마냥 시간이 흘러 완화되길 기다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없다.
폐경기에 근접하지 않은 다수의 여성들에서는 자궁근종의 약 7%가 저절로 줄어든다. 폐경 전 여성의 전반적인 근종 성장률은 약 9%이다. 비록 자궁근종이 줄어들 수 있다 하더라도 조심성 있게 기다리는 대부분의 여성은 실제로는 임상적 증상이 더 나빠지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아기를 가지면 근종의 크기가 작아진다. 임신 중에는 일시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출산 후에는 줄어들거나 심지어 사라지지까지 한다. 문제는 안정적인 사랑의 관계가 존재하느냐, 육아 스킬과 경제력을 갖췄느냐, 출산 전후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느냐다.
자궁근종 치료에 쓰이는 약물은 월경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표적으로 삼아 과도한 월경 출혈 및 골반 압력을 완화한다. 근종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수축시킬 수는 있다.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onadotropin-releasing hormone, GnRH) 작용제가 가장 일반적이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생성을 차단해 일시적인 폐경기와 같은 상태로 전환해 자궁근종을 치료한다. 월경이 멈춰지고, 섬유종이 줄어들며, 빈혈이 종종 개선된다.
GnRH 작용제로는 류프로라이드(leuprolide acetate, Leuprorelin과 동의어) 성분의 동국제약의 ‘로렐린데포주사’(류프로렐린, Leuprorelin), 한올바이오파마의 ‘엘리가드주’(Eligard), 한국다케다제약 ‘루프린디피에스주’(류프로렐린, Leuprorelin) 등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졸라덱스데포주’(고세렐린, Goserelin), 한국페링제약 ‘데키펩틸데포주’(트립토렐린, Triptorelin) 등이 대표적이다.
류프로렐린은 자궁근종뿐만 아니라 전립선암, 폐경전 유방암, 자궁내막증에도 쓰인다. 성선자극호르몬을 자극하지만 이에 따른 음성 되먹임 작용(피드백)에 의해 난포자극호르몬(FSH)과 황체형성호르몬(LH) 분비가 억제되고 궁극적으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 등의 분비가 줄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GnRH 작용제를 사용하는 동안 심각한 안면홍조를 보인다. 발한과 주사부위 통증도 느낀다. 약물치료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고, 장기간 사용하면 뼈가 손실될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3~6개월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폐경기를 유도하는 약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의사들은 계획된 수술 전에 근종의 크기를 축소하거나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환자가 폐경기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GnRH 작용제를 처방할 수 있다. 다만 오히려 근종이 작아지면서 자궁근종 제거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약의 주목적은 자궁절제술을 보다 쉽게 하고 최소침습적 수술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데 있다.
항 프로게스테론 제제인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은 자궁근종의 크기를 줄이고 증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복용량을 정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적게 먹으면 효과가 없고 과다 복용할 경우 코르티솔결핍증 및 고혈압의 악화 또는 저칼륨혈증, 자궁내막증식증 등이 초래될 수 있다.
이 약은 ‘낙태약’으로 알려진 경구용 유산유도제 ‘미프진’(Miffgyne)으로 더 유명하다. 프로게스테론의 경쟁적 저해제로 임신 12주차까지 복용하면 임신을 피할 수 있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 태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 공급을 억제하고 자궁을 수축시켜 유산을 유도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미국 등에선 산부인과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임신 7주내로 확진받은 여성에게만 처방된다.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됐고 2000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선 지난해 10월 정부가 낙태죄 위헌 판결의 후속 조치로 낙태를 허용하려 나서면서 이 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울리프리스탈(Ulipristal)은 선택적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조절제(Selective progesterone receptor modulator, SPRM : 일부 조직에서는 프로게스테론수용체 작용제로, 다른 조직에서는 길항제로 선택적으로 작용함)로서 자궁근종의 크기를 약 20% 줄이고 출혈을 통제한다. 일반적으로 자궁근종에는 저용량(하루 한번 5mg)을 쓴다. 이 성분은 피임에 실패한 경우 응급피임약으로도 쓰이는데 이런 경우에는 30mg 한 알을 경구 복용한다.
울리프리스탈 성분의 자궁근종 치료제로는 신풍제약의 ‘이니시아정’, 응급피임약으로는 현대약품의 ‘엘라원정’이 있다. 미국에서는 응급피임약으로만 허가돼 있다. 그러나 이니시아정은 지난해 4월 유럽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PRAC)가 간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간 손상이 우려된다고 경고하면서 6개월 후 신풍제약이 자진 회수에 나섰다. 2020년 11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수술이 적절하지 않은 폐경기 전(가임기) 여성의 자궁근종에만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국내서도 중등도~중증 자궁근종 환자의 수술 전 치료, 가임기 중등도~중증 환자의 간헐적인 치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허용됐다.
지난해 5월 29일엔 애브비 ‘오리안캡슐’(Oriahnn)이 자궁근종 동반 출혈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 약은 자궁내막증 치료제로 유명한 ‘오릴리사’(Orilissa)의 주성분으로서 GnRH 수용체 길항제인 엘라골릭스(elagolix) 성분에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 프로게스틴의 일종인 노르에틴드론아세트산염(norethindrone acetate, 노르에티스테론 Norethisterone과 같은 호르몬)을 소량 함유한 경구용 복합제 캡슐이다. 자궁내막증 치료제에 피임약이 추가된 약물 조성이다.
폐경기 전 여성에서 자궁섬유증과 관련된 과다월경 출혈을 관리하는 용도로 비(非) 외과적, 경구요법제가 FDA 허가를 취득한 것은 오리안이 처음이다. 최대 24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 약은 2건의 3상 임상 ‘ELARIS UF-Ⅰ’과 ‘ELARIS UF-Ⅱ’를 바탕으로 허가됐다. 오리안을 복용한 그룹은 10명 가운데 7명에서 더 이상 과다월경 출혈이 나타나지 않은 반면 위약군은 10명당 1명에 불과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더욱이 오리안 투여군은 복용 후 한 달 이내에 50%에서 자궁섬유증으로 인한 과다월경 출혈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FDA 의약품 설명서에 따르면 오리안은 심근경색, 뇌졸중, 혈전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 위험은 고혈압 증상을 동반한 35세 이상 흡연자에서 더 뚜렷이 나타났다. 또 불가역적인 골절 위험성을 내포한 까닭에 최대 24개월로 복용기간을 제한해야 한다.
오리안은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번 식사와 함께 또는 별도로 복용할 수 있다. 아침에 먹는 약은 엘라골릭스 300mg, 에스트라디올 1mg, 노르에틴드론 아세트산염 0.5mg을 함유하고 있다. 저녁에 먹는 약은 엘라골릭스만 300mg 들어 있다.
화이자 및 마이오반트가 공동 개발 중인 렐루골릭스(relugolix) 포함 병용요법은 오는 6월 FDA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회사는 지난 24일 렐루골릭스 40mg, 에스트라디올 1mg 및 노르에틴드론 아세트산염 0.5 mg 복합제를 ‘LIBERTY 1’, ‘LIBERTY 2’, ‘LIBERTY 장기 연장시험’ 등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최대 2년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속적 반응을 월경기 출혈량이 80㎖ 이하로 나타나고, 치료를 지속한 35일 동안 출혈량이 치료 시작시점에 비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정의했다. 렐루골릭스 복합제 투여군은 76주차까지 78.4%가 지속적 반응을 보였다. 이는 52주차에 렐루골릭스 복합제 투여를 중단한 후 위약 대조군으로 전환한 그룹에서 나타난 15.1%를 크게 웃돌면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2년째(104주차)에 렐루골릭스 복합제를 지속 투여한 환자군은 69.8%가 지속적 반응을 보였다. 1년째(52주차)에 렐루골릭스 복합제 복용을 중단한 환자군은 88.3%에서 과다 월경출혈이 재발했고, 과다 월경출혈이 재발하기까지 평균 5.9주의 기간이 소요됐다.
렐루골릭스 복합제를 2년간 계속 복용한 환자군은 골밀도가 유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1년 이상 나타난 부작용 비율은 예전과 대등소이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피험자 중 최소 10%에서 가장 빈도 높게 보고된 부작용은 비인두염이었다.
한편 렐루골릭스는 2020년 12월 21일 GnRH 수용체 길항제 중 첫 경구용 전립선암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억제해 지속적 거세 달성률 96.7%을 달성했다. 이는 기존 GnRH 억제제(표준치료제) 88.8%에 비해 앞선 수치다.
여성 생식건강 및 임신 관련 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옵스에바(ObsEva)가 개발한 자궁근종에 따른 과다월경출혈(heavy menstrual bleeding, HMB) 개선제 ‘이젤티’(Yselty 성분명 린자골릭스 Linzagolix)도 임상에서 위약에 비해 과다월경출혈을 감소시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이 약은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에 자궁근종 치료제로 판매승인신청서(MAA)가 제출됐고, 올해 상반기 중 미국 FDA에도 승인 신청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약은 미국에서 574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PRIMROSE 1 임상과 유럽 및 미국에서 5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PRIMROSE 2 임상 등 2건의 3상 결과를 근거로 유럽 승인 신청이 이뤄졌다.
이젤티 100mg 또는 200mg을 단일요법, 또는 여기에 호르몬 추가요법(Add-Back Therapy, ABT, 1mg 에스트라디올 /0.5mg 노르에틴드론)과 병용하는 방법으로 위약과 비교한 결과 모든 면에서 위약을 압도했다. 이젤티의 용량이 높을수록, ABT를 추가할수록 효과가 세졌다. 또 저용량 100mg 단일요법에서도 효능이 입증된 게 고무적이었다.
이 약은 자궁내막증 적응증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서 ‘EDELWEISS 3’ 임상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1차 평가지표 데이터는 올 4분기에 나올 예정이다.
국내서는 대원제약이 GnRH 길항제인 DW-4902로 자궁근종 치료 신약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10월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상 착수를 승인받았다.
프로게스틴 방출 자궁내장치 (intra uterine device, IUD)는 자궁근종으로 인한 심한 출혈을 완화할 수 있다. 증상 완화 효과만을 제공하며 자궁근종을 수축시키거나 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 임신을 예방하는 피임도구다.
트라넥사민산(Tranexamic acid)은 일종의 지혈제로 비호르몬 약물이다. 과도한 월경으로 출혈이 심할 때 경구 복용, 정맥주사 또는 근육주사로 투여한다. JW신약의 ‘라니트라주’, 다이이찌산쿄의 ‘도란사민캅셀’ 등이 있다.
이밖에 경구 피임약은 월경 출혈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종 크기를 줄이지는 못한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NSAID)는 자궁근종 관련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 일 수 있지만 출혈까지 감소시키진 못한다. 월경 출혈과 빈혈이 심할 경우 의사는 비타민과 철분 섭취를 권할 수 있다.
자궁근종이 줄어들게 하기 위해 식이요법, 자연요법, 허브요법 등에 나서지만 아직 효과적이라고 입증된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다. 자궁근종의 심한 증상에 절박함을 느끼고, 불안감에 휩싸이고, 자궁이 부풀어오르고, 아프고, 피를 흘리는 것에 진저리가 나더라도 근거 없는 치료법에 의존하다간 오히려 건강이 상하고 고통이 연장될 수 있어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