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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투어
하동 쌍계사 몽환적 벚꽃십리길 … 평사낙안의 소설 ‘토지’ 무대 평사리
  • 변영숙 여행작가
  • 등록 2021-03-18 00:25:59
  • 수정 2021-03-18 00: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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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차밭의 강한 생명력 … 금오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산과 남해 섬 … 재첩국과 은어회의 본고장
경남 하동은 섬진강이 흐르고 형제봉(성제봉)이 든든하게 받쳐주며 강과 산 사이에 악양(岳陽)이라는 좁은 벌판이 자리잡고 쌍계사가 은덕을 베풀어주는 곳이 관광 포인트다.

하동읍은 예부터 남원 구례 광양 남해 진주를 포인트로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하동의 역사는 이른 바 하동포구(河東浦口)로 불리는 섬진강 물길따라 80리가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동포구는 화개, 악양, 하동(하동읍), 하저구, 갈사 등지를 거쳐 바다에 이르는 하동의 섬진강 물길을 통칭하는 말로 경남과 전남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벚꽃십리길

19번 국도를 따라 섬진강의 최북부와 화개천과 만나는 화개장터가 하동포구의 시작이다. 이 곳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벚꽃 십리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이 길을 함께 걷기만 해도 연분홍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듯 사랑스럽다. 

속절없이 짧은 봄날을 오래도록 기억에 남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이 아름다운 길을 천천히 하염없이 걷는 것이다. 화개천 투명한 물빛을 따라 이어지는 눈부신 벚꽃터널과 연둣빛 찻잎 물결은 말 그대로 천상의 화원이다. 이제 매화는 광양, 벚꽃은 하동으로 명성이 굳혀진 듯하다. 바람결 따라 공중에서 부유하는 매화꽃잎이 서럽다고 느껴질 때 광양에서 섬진강 건너 하동 벚꽃십리길은 릴레이 주자처럼 분홍색 벚꽃을 터뜨린다. 

화개천을 따라 벚꽃 터널을 걷다 보면 쌍계사(雙磎寺)가 나온다.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3년(723년)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삼법스님이 창건한 절이다. 삼법스님이 ‘눈이 녹지 않으면서 꽃이 피는 땅’을 찾아 한라산, 금강산을 헤매다 마침내 지리산 자락에서 발견한 터에 지은 절이 바로 쌍계사이다. 봄비 내린 날 지리산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비 안개와 막 피어오른 새 생명들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쌍계사 뒤켠에는 고개가 뚝뚝 꺾인 동백이 처연하게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보물 제500호로 지정된 쌍계사 대웅전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전각들도 찬찬히 둘러보자. 봄부터 겨울까지, 해가 뜰 때부터 해질녘까지 아름다운 게 쌍계사의 풍광이다. 1시간 반을 걸어올라 불일폭포로 트레킹을 해도 좋다. 여름에는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는풍경도 아름답다. 

쌍계사 팔영루(八泳樓)는 중국에서 불교음악을 배우고 돌아온 진감선사 혜소(眞鑑禪師 慧昭 774~850)가 문성왕 2년(840년)에 중창한 것이다. 당시에는 절 이름이 옥천사(玉泉寺)였다. 혜소는 이 곳에 후배들에게 불교음악을 가르쳐 사실상 우리나라 불교음악의 발상지다. 진감선사가 섬진강에서 뛰노는 물고기를 보고 팔음률로 어산(魚山, 절에서 재(齋)를 지낼 때 부르는 불교음악)을 작곡했다 해서 팔영루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쌍계사에 가려면 화개장터를 꼭 들러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큰 시장이었다. 남해안의 수산물과 소금, 호남의 곡물, 지리산 산나물들과 목기 등의 집산지로 수로를 통해 전국으로 유통됐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배경이기도 한 화개장터는 2014년 발생한 화재 이후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화개장터를 널리 알린 공으로 세웠다는 가수 조영남의 동상은 그의 친일발언과 그림모사 파동으로 어쩐지 뜬금없어 보인다. 

국내 차 시배지인 하동의 야생차밭. 출처 하동군청

쌍계사 인근 화개면 운수리 차(茶) 시배지가 있다. 해마다 5월 중순이면 차시배지와 진교면 백련리 샘골마을 찻사발 도요지 일대에서 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린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령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주변에 처음 심었다고 쓰여 있다. 쌍계사 일주문에 조금 못 미친 자리에 차시배 기념비(追遠碑)가 세워져 있다. 화개차는 대밭의 아침이슬을 머금고 자란 싱그러운 차나무의 잎으로 덖어 죽로차(竹露茶)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전남 보성의 차밭이 여성의 모습이라면 화개의 야생차밭은 거친 ‘경상도 머스마’에 비유할 수 있다. 보성이나 제주의 차밭이 구릉이나 평지에 줄을 세워 가지런하다면 화개의 야생차밭은 산비탈에 무질서하게 조성돼 있다. 스스로 햇볕을 받아 더 깊게 뿌리를 내린다. 생명력과 약성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세계 3대 야생차밭의 하나로 이 곳이 꼽힐 만큼 유명하다. 향을 가미하는 중국차나 맛을 조미하는 일본차와 달리 자연 그래도 향과 맛을 살리는 제다(製茶) 방법도 죽로차만의 차별화된 포인트다.  품종도 다르다. 전남 보성과 제주의 차가 주로 일본 품종(야부키타, Yabukita)이라면 화개의 차는 중국 계통 소엽종 차나무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주 무대가 되었던 악양면 평사리에 복원된 최참판댁 전경

화개장터에서 7km정도 떨어진 곳에는 박경리 소설 ‘토지’의 주 무대가 되었던 악양면 평사리(平沙里)의 들녘이 펼쳐진다. 경치가 좋아 중국의 상상의 소상팔경(瀟湘八景)의 하나인 평사낙안(平沙落雁)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동군이 30억원을 들여 재현해 놓은 최참판댁과 마을 모습은 새삼 박경리 소설의 힘과 서사의 웅장함에 빠지게 한다. 초여름에는 자운영꽃과 청보리가 들판을 넘실댄다. 

1894년 동학혁명에서 1905년까지 10여 년간 인간 군상들이 만들어내는 사랑과 증오, 용서라는 진한 삶의 서사가 평사리 들녘 봄날의 아지랑이에도 그대로 묻어있는 듯하다.

악양은 지리산 자락 형제봉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속이 다 들여다 보이도록 맑은 섬진강이 흐르고 벚꽃길, 배꽃길, 죽림, 차밭길이 어우러진 곳이다. 들머리에 있는 미점리 개치마을, 대봉감의 시배지인 대축리(큰둔이마을),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청학동(청암면 묵계리)보다 더 청학동(유토피아)스럽다는 매화꽃이 아름다운 매계마을(악양면 매계리), 정월 초하루 당산제로 유명한 동매리 등이 악양에 있다. 

악양 형제봉 중턱에는 고소산성(해발 300m)이 자리하고 있다. 신라가 백제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높이 3.5~4.5m, 둘레 560m로 축조한 성이다. 나당연합군이 백제군이 섬진강을 통해 쳐들어올 것에 대비해 쌓았다고 전해진다. 날이 맑으면 강 건너 전남 광양시의 백운산도 가까이 보인다. 형제봉과 백운산을 섬진강을 가장 리얼하게 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곳이다. 

하동읍 광평리 섬진강변의 하동 송림은 1745년(영조 2년) 당시 도호부사였던 전천상(田天祥)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해를 막기 위해서 심었던 소나무 750여 그루가 웅장하다. 2005년 2월 18일 천연기념물 제445호로 지정됐다.

섬진강이 키우는 맛의 대명사로 재첩과 은어를 들 수 있다. 재첩은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지역 중 염분이 적고 물이 아주 맑은 곳에서 자란다. 시원한 국물이 약주한 다음날 속풀이로 최고다.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B1이 풍부하다. 

은어(銀魚)는 ‘민물고기의 귀족’이다. 오죽하면 영남의 한 선비가 “은어를 더 이상 먹지 못하는 죽는 것은 괜찮으나 상놈 입에 들어갈까 슬프다”는 유언까지 남겼을까. 은어는 초가을 섬진강 상류 맑은 물에서 태어나 강물이 차가워지는 늦가을이면 바다로 나간다. 그러다 4월이면 회귀본능으로 태어난 모천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한여름을 보내 영양분이 넘친다. 6~8월이 수박향 나는 은어를 먹기에 제철이다. 혀끝을 감도는 특이한 향에 반해 주로 회로 먹는다. 은어는 주로 이끼를 먹고 자란다. 하지만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마음에 다른 은어가 쳐들어오면 밀어내기 공격을 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세발갈고리바늘을 써서 산 은어를 미끼로 다른 은어를 잡는 ‘놀림낚시’를 하기도 한다.  

하동에는 섬진강과 쌍계사와 악양만 있는 게 아니다. 바다도 있다. 진교면과 금남면에 걸쳐 있는 금오산(金鰲山)은 해발이 849m로 남해안과 근접한 산 중에서 가장 높다. 다행히 차로 갈 수 있다. 800m를 오르는 데 7㎞를 달려야 한다. 그만큼 길이 구불구불하다. 2017년 금오산에는 총연장 3.186㎞로 아시아 최장을 자랑하는 짚와이어(짚라인)이 개통됐다. 성인 요금은 4만원인데 한려해상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하강하는 기분이 짜릿하다. 금오산의 북쪽에는 지리산 연봉이 물결 치고 남쪽에는 여수, 광양, 남해, 사천의 낮게 엎드린 섬들이 박혀 있다. 

하동군 금남면에서 남해군 설천면으로 건너가는 남해대교는 1973년에 완공된 국내 최초의 현수교로 이름을 날렸는데 이후 이보다 길고 웅장한 현수교가 수없이 세워져 지금은 무색하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의 바다가 바로 이 일대다. 

하동군 금남면 금오산 정상부에 설치된 아시아 최장 3.186㎞의 짚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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