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이 뇌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대기오염이 폐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많이 알려졌으나 뇌까지 영향을 미쳐 노인성 치매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어떤 대기오염 물질이 뇌의 어느 부위에 변화를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없었다.
노영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조재림 박사와 김창수 교수팀은 수도권 2개 지역과 지방 소도시 2개 지역 등 전국 4개 지역에 거주하는 957명의 건강한 장노년층의 뇌 영상을 분석해 대기오염과 뇌 건강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 정도가 다른 4개 지역에 10년 이상 거주하고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등 뇌질환이 없는 건강한 50세 이상의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삼았다. 남성 427명, 여성 530명이며 평균 연령은 67.3세였다.
연구팀은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대상자의 대뇌피질 두께 및 피질하구조물의 부피를 측정하고, 대상자 거주지역별 대기오염 물질(PM10, PM2.5, NO2) 농도를 노출자료로 이용했다. PM10과 PM2.5는 호흡성 분진으로, 지름 크기가 10㎛ 이하면 PM10(미세먼지), 지름 2.5㎛ 이하는 PM2.5(초미세먼지)로 불린다. NO2는 대표적인 유해가스인 이산화질소로 자동차, 항공기, 선박, 산업용 보일러, 소각로 등에서 배출된다.
연구 결과 PM10, PM2.5, NO2 농도에 비례해 대상자의 뇌 두께가 감소했다. 대기오염 농도가 높아질수록 측두엽 등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뇌피질 영역의 두께가 감소했고 해마, 기저핵, 시상 등 뇌 구조물의 부피가 줄어들었다. 다만 뇌 위축 정도는 오염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오염원별로는 PM10 농도가 10ug/m3 높아질수록 전두엽 두께가 0.02mm, 측두엽 두께가 0.06mm 유의하게 감소했다. PM2.5 농도가 10ug/m3 높아질수록 측두엽 두께가 0.18mm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이산화질소의 경우 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이산화질소 농도가 10ppb 증가할수록 전체 뇌피질두께는 0.01mm, 전두엽은 0.02mm, 두정엽은 0.02mm, 측두엽은 0.04mm, 뇌섬엽은 0.01mm 유의하게 감소했다.
노영 교수는 “대기오염 물질 노출에 의해 얇아지는 영역은 주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치매의 기억력 감퇴와 관련이 있는 부위”라며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고령자라도 대기오염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뇌의 노화가 빨라지고 치매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기관인 환경보건과학국립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al Health Sciences)에서 발행하는 공식 저널이자 환경 및 독성학 분야 최고의 저널 중 하나인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EHP, IF=8.05)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