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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힘 좋은 낙지, 원기 회복에 으뜸
  • 설동훈 기자
  • 등록 2021-02-10 15:23:21
  • 수정 2021-06-15 16: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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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에 좋은 다양한 영양소 함유, ‘갯벌 속의 인삼’으로 불려

입에 집어넣기가 가슴 아프거나 징그러운 음식이 있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보고나면 그 특유의 풍미에 이끌려 다시 찾게 된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음식, 바로 낙지다.


최근에는 유튜브에도 광장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산 낙지 먹는 것에 도전하는 영상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들이 산 낙지 먹기에 도전하는 모습들이 속속 방영되고 한류 문화가 급속히 퍼지면서 이제는 외국인들에게도 낙지가 도저히 상종 못할 물건에서 한 번 도전해 볼 만한 음식이 된 듯 하다.


낙지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징그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 전부터 보양식의 대명사로 사랑받아 왔다. 당연히 낙지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외형이 비슷한 문어와 쭈꾸미, 오징어 등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지쳐 가는 몸에 원기를 더해주는 음식인 낙지의 특성과 영양성분, 입맛을 저격하는 지역별 다양한 낙지요리 등에 대해 알아본다.  


낙지와 닮은 듯 다른 문어와 쭈꾸미


낙지(Long arm octopus)는 문어과(Octopodidae)에 속하며 문어, 쭈꾸미, 오징어와 함께 묶여 다니는 연체동물 두족류의 동물이다. 한자어로는 석거(石距)라고 하며 소팔초어(小八梢魚), 장어(章魚), 장거어(章擧魚), 낙제(絡蹄), 낙체(絡締), 낙자, 낙짜, 낙쭈, 낙찌, 낙치 등 다양하게 불린다. 


주변을 보면 낙지와 문어, 쭈꾸미, 오징어를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일한 두족류에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는 등 생김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린 아이들의 경우 낙지 또는 쭈꾸미를 ‘아기 문어’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낙지와 문어, 쭈꾸미는 외형만 비슷할 뿐 다른 동물이다. 물론 낙지와 문어, 쭈꾸미는 같은 문어과로 다리가 8개인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문어와 쭈꾸미의 다리 길이가 거의 같은 것과 달리 낙지는 다리 하나가 긴 외형을 하고 있어 확연하게 구분이 가능하다.


또 문어는 크기가 평균 60cm 이상으로 낙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쭈꾸미는 몸길이가 20cm에도 못 미칠 정도로 작아 외형적으로도 낙지와는 상이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수명도 문어가 3∼5년 인데 반해 낙지와 쭈꾸미의 경우는 1년생으로 다르다.


이외에 다리의 힘에서도 이들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낙지와 문어가 물 밖에 나오면 몸통을 가누지 못해 흐느적거리는데 반해 쭈꾸미는 물 밖에 던져 놓으면 벌떡 일어서기도 한다.


오징어는 낙지와 같은 두족류인 것은 맞지만 낙지가 문어과인데 반해 오징어는 오징어과에 속해 아예 태생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 문어과와 달리 머리 쪽에 삼각형 모양의 돌기를 달고 있으며 더욱이 다리 또한 10개여서 낙지와는 외형에서 확연하게 구분된다. 반면 낙지는 연체동물 중 가장 발달한 무리 가운데 하나로 몸통·머리·다리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다리는 8개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세발낙지의 경우 발이 세 개여서 세발낙지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발이 가늘다는 뜻으로 세(細)발낙지라 불린다. 다리가 가느다란 세발낙지는 낙지와 다른 종이 아니라 같은 한 종이며 먹이 등의 차이에 의해 성장에 차이가 발생한 낙지다.


낙지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며 진흙 갯벌 조간대 하부에서부터 수심 100m 전후의 심해까지 분포하지만 주로 얕은 바다의 바위틈이나 진흙 속에 굴을 파고 살며 굴속에 있다가 팔을 밖으로 내어 먹이를 잡아먹는다.


다리를 포함한 몸통 길이는 30cm 전후로 살아있을 때 자극을 받지 않은 보통의 상태에서 몸통이 전체적으로 짙거나 옅은 회색을 띠지만 자극을 받으면 검붉은색 등 다양한 색깔로 위장하거나 위협색을 나타낸다.


낙지의 국내 원산지로는 전라남도 무안군이 유명하다. 엄청나게 넓은 갯벌에서 잡는 무안의 갯벌낙지는 전남 목포와 충남 안면도, 경남 남해 등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낙지에 비해 육질이 좀 더 쫄깃하고 맛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여름철 어획 금지 기간이 있고 갯벌에 직접 걸어 들어가서 손으로 줍거나 삽으로 낙지가 숨은 곳을 정확히 파악해 파내는 방식의 특성 상 어획량이 매우 적어 최근에는 중국산 낙지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먹는 대부분의 낙지는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세발낙지만은 목포, 영암, 무안, 신안 등지에서만 잡히는 ‘지역 특산품’인 만큼 모두 극내산으로 봐도 무방하다.


‘갯벌 속의 인삼’으로 불리는 보양식의 대명사


낙지는 ‘갯벌 속의 인삼’ 또는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보양식으로 널리 사랑받아 왔으며 이는 옛 문헌의 기록에서도 그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기술한 ‘자산어보’에는 낙지에 대해 맛이 달콤하고 회·국·포를 만들기 좋다고 기록돼 있다. 또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고 하면서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금방 기력을 회복한다는 부연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다.


실제로 우리 선조들이 소싸움을 시킬 때 기력이 딸리는 소에게 낙지를 먹여가며 기력을 회복시켰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라도 지방에서는 농사일을 하는 소가 기력이 쇠해 비실거릴 때 낙지를 배춧잎 등에 싸서 주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펄펄 날아다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낙지는 원기 회복과 정력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식재료라 할 수 있다.


또 한의학 고서인 ‘동의보감’에는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좋은 음식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중국의 의서인 ‘천주본초’에도 낙지는 ‘익기양혈(益氣養血)’, 즉 기를 더해주고 피를 함양해주기 때문에 온몸에 힘이 없고 숨이 찰 때 효능이 있다고 적고 있다.


이처럼 원기 회복의 대명사로 불리는 음식인 낙지는 우스운 일화도 있다. 낙지는 조선시대 때 과거응시를 준비하는 선비들이 먹는 것을 금기시했던 음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낙지를 낙제라고 불렀는데 시험에서 낙제할 때 낙제와 발음이 비슷한 것이 이유였다. 반대로 글월 문(文)자가 들어가는 문어는 많이 먹었다고 한다.


낙지가 예로부터 원기를 보충해주는 스테미너 음식으로 각광받은 가장 큰 이유는 함유하고 있는 영양성분 때문이다. 낙지는 문어과의 해산물 중 가장 많은 타우린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낙지의 전체 영양 성분 중 타우린은 무려 34%를 차지한다. 


낙지가 바다 생물 가운데서 대표적인 스태미나 식품으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타우린 성분 때문이다. 낙지의 타우린 성분은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효과도 있는 고단백 영양식품으로 회복기 환자 또는 임신부에게 좋다. 


또한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아세틸콜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칼슘, 인, 철분, 마그네숨, 나트륨, 칼륨, 유황, 아이오딘, 코발트, 망간 등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B2와 양질의 단백질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영양 만점이다.


영양의 보고로 불리는 낙지는 배뇨질환의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얼마 전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한국 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낙지의 몸속 신경조절물질인 '세파로토신'이 항이뇨 작용과 연관된 물질인 'V2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수분이 몸속으로 다시 흡수되는 것을 촉진함으로써 소변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낙지는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는데 특이한 맛이 나는 것은 베타인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산 채로 먹어도 비린내가 거의 없고 질기지도 않다. 산 채로 먹을 때는 주로 세발낙지 중에서도 작은 것들을 주로 먹는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통째로 먹으면 생각보다 부드럽고 작은 것들이어서 빨판도 그다지 강하지 않다.


낙지는 보양식의 대명사로 불리는 만큼 지역마다 유명세를 치르거나 철따라 특색을 가진 다양한 요리가 있다. 


매운 맛의 최고봉 낙지볶음, 연포탕·기절낙지도 입맛 돋워


낙지를 이용한 가장 유명한 요리는 뭐니 뭐니 해도 낙지볶음이다. 콩나물 등 각종 야채와 고춧가루, 고추장을 넣고 볶은 낚지볶음은 너도 나도 자칭 원조라 우기는 탓에 딱히 어느 곳이 유명하다 할 수는 없지만 서울 무교동 낙지볶음과 부산 조방낙지가 널리 알려져 있다. 매운 요리의 대표주자로 불릴 만큼 많이 매워 한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어야 하지만 그 맛은 가히 일품이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낙지 연포탕도 많이 먹는다. 해물육수에 무, 고추, 다진 마늘, 두부 등을 넣고 마지막에 싱싱한 낙지를 넣어 끓여내는 연포탕은 시원하면서 깔끔한 국물이 매우 맛있고 낙지의 특성상 비린내도 적다.


무안군에서 개발한 기절낙지도 입맛을 돋우는 낙지요리다. 낙지를 바구니에 넣어 민물로 박박 문질러 기절시킨 다음 다리를 손으로 찢어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내는 기절낙지는 순두부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산 낙지의 쫄깃함이 살아 있는 맛이 으뜸이다.


목포의 낙지호롱도 유명하다. 낙지를 통째로 대나무 젓가락이나 짚 묶음에 돌돌 말아 고추장 양념을 골고루 발라 구워내는데 돌돌 감긴 낙지를 풀어가며 먹는 재미를 더해준다.


연포탕에 소갈비 또는 돼지갈비를 넣은 갈낙탕도 낙지요리의 별미다.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과 고소한 갈비살, 쫄깃하게 씹히는 낙지의 질감이 묘한 하모니를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충남 태안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밀국낙지탕도 입맛을 사로잡는다. 예전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보릿고개’를 넘긴 농가에서 밀과 보리 등을 칼아 칼국수와 수제비를 뜬 후 낙지를 넣어 먹었던 것이 시초인 밀국낙지탕은 특유의 맛과 함께 영양을 더해주는 음식이다.


이외에도 낙지를 이용한 음식은 낙지회무침, 낙지비빔밥, 낙지 튀김 등 다양하게 요리돼 사람들의 입맛을 저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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