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5월 노바티스 ‘타브렉타’에 1호 자리 빼앗겨 … 하루 한번 복용 편의성 우위, 미국 시장서 한판 대결 예고
독일 머크의 미국‧캐나다 제약사업 부문인 EMD세로노(SERONO)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일 1회 경구복용용 항암제 ‘텝메코정’(Tepmetko 성분명 테포티닙 tepotinib)을 비소세포폐암(NSCLC)로 승인했다고 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약은 이전에 치료 전력과 관계없이 중간엽상피전이 엑손 14 스키핑(mesenchymal-epithelial transition exon 14 skipping, METex14) 변이가 있는 성인 전이성 NSCLC 치료제로 허가됐다. 앞서 FDA ‘혁신치료제’, ‘희귀의약품’, ‘항암제 실시간 심사’(RTOR) 파일럿 프로그램, ‘우선심사’ 대상 등으로 지정됐다. 호주, 스위스, 캐나다에서 ‘프로젝트 오르비스’(Project Orbis) 제도가 적용돼 동시에 심사가 이뤄졌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지난해 11월 신약승인신청서를 접수해 심사 중이다.
일본 노동후생성은 작년 3월 25일 절제 불가능한 MET ex14 스키핑 변이를 보이는 진행성 또는 재발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치료를 위해 세계 처음으로 이 약을 승인했다.
그러나 작년 5월 6일 FDA는 텝메코의 경쟁자인 노바티스의 ‘타브렉타’(Tabrecta 성분명 카프마티닙 capmatinib, 개발코드명 INC280)에게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내줬다. 두 약물의 유효성은 대등소이했지만 머크의 허가 진척이 늦어져 1호 자리는 타브렉타가 차지했다.
머크는 텝메코의 28일분 약값은 2만898.6달러로 진행성 NSCLC의 다른 구강 종양용해제와 같은 범위 내로 책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타브렉타는 28일분 약값을 1만7950만달러 매겼다. 같은 경구용이지만 타브렉타는 150 또는 200mg 짜리를 1일 2회 복용해야 하는 반면 텝메코는 225mg 짜리 두 알을 하루 한 번 복용하면 돼 편의성에서 앞선다.
이제 두 약품은 미국 시장에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이를 위해 머크는 우선 MET 검사를 늘려야 한다. 이는 노바티스도 마찬가지다. 미국 노바티스 항암사업부의 수석부사장은 아미트 말릭(Ameet Mallik)은 미국 폐암 환자의 약 35%만이 선제적으로 차세대 유전자분석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난해 봄 밝힌 바 있다.
머크는 화이자와 공동 개발 중인 PD-L1 억제제가 ‘바벤시오주’(Bavencio, 성분명 아벨루맙 avelumab)가 두경부암 및 위암 적응증 획득을 위한 임상에서 잇따라 실패함으로써 작년 1월말 개발을 포기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텝메코에 기대를 걸었지만 퍼스트 인 클래스 자리를 또다시 노바티스에 내줘야 했다. 이런 ‘흑역사’를 이번에는 미국시장에서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약은 전체반응률 및 반응유지기간 자료를 근거로 신속하게 허가됐다. 2상 Vision 임상은 중앙값 연령 73세인 노인 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기관, 단일군, 표지개방 연구로 진행됐으며 이 중 치료에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는 69명이었다.
연구 결과 43%가 치료 경험 여부에 상관없이 43%의 객관적 치료반응률을 보였으며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는 11.1개월(중앙값), 치료 경험이 없는 호나자는 10.8개월(중앙값)의 약물반응 유지기간을 보였다. 6개월 이상의 반응기간을 보인 환자는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의 67%, 과거에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75 %에서 나타났다. 또 9개월 이상의 반응기간을 보인 환자는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의 30%와 치료를 받은 환자의 50%에서 나왔다. 이번 승인은 중추적 2상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우선심사를 거쳐 이뤄졌기 때문에 향후 3상 확증시험으로 1차 평가지표를 재입증해야 한다.
증상이 있는 CNS(뇌) 전이, 임상적으로 유의하게 조절되지 않는 심장질환 환자, MET 또는 간세포성장인자(HGF) 억제제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연구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는 이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1차 분석 데이터가 온라인으로 게재된 바 있다.
뉴욕의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 흉부종양학 교수로 ‘VISION’ 임상을 총괄한 폴 백(Paul K. Paik) 박사는 “METex14 스키핑 변이는 전체 NSCLC 환자 가운데 3~4%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처럼 공격적인 폐암을 겪는 환자는 고령자인 경우가 흔하고 임상적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항암 활성을 보이는 표적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텝메코’가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렁제비티(LUNGevity) 재단의 앤드리어 페리스(Andrea Ferris) 회장은 “지난 몇 년 동안 폐암 치료제 부문은 종양의 성장과 내성, 악화 등을 유도하는 유전적 변이에 대한 이해도가 강력하게 진전됐다”며 “이제 METex14 스키핑 변이NSCLC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밀의학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상적이고 포괄적인 생체표지인자 검사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텝메코’는 MET(유전자) 변경으로 인한 발암성 MET 수용체 신호전달을 매우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이 계열 약물로는 처음으로 1일 1회 경구 복용하는 용법으로 허가됐다. 한번에 2개의 225mg 정제(총 450mg)를 복용해야 한다.
텝메코는 아스트라제네카의 EGFR 변이 1차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타그리소정’(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으로 치료한 후 활성화된EGFR 돌연변이를 포함하는 MET 증폭, 진행, 전이성 NSCLC에서 오시머티 닙과 병용하는 2상 INSIGHT 2 임상연구, MET 증폭으로 인해 항 EGFR 항체 표적치료제에 대해 내성을 획득한 RAS/BRAF 야생형 좌측 전이성 결장직장암 환자에서 세툭시맙과 병용하는 2상 PERSPECTIVE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머크 헬스케어 사업부문의 다니 바르-조하르(Danny Bar-Zohar) 글로벌 개발 담당대표는 “미국에서 텝메코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확보하고 임상 현장에서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정밀의학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