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들어 최대 규모 … 정신질환 파이프라인 강화 …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 확보
SK바이오팜과 제휴를 맺기도 한 아일랜드 제약사 재즈파마슈티컬즈(Jazz Pharmaceuticals)가 영국 캠브리지 소재 GW파마슈티컬즈(GW Pharmaceuticals)를 72억달러에 사들였다.
GW(Greenwich에서 유래한 약자)파마는 대마초에서 추출한 칸나비디올 (cannabidiol, CBD) 성분의 경구용 액제인 ‘에피디올렉스(Epidiolex)’와 또다른 대마 추출물인 나빅시몰스(미국 성분명 Nabiximols, 유럽에선 delta-9-tetrahydrocannibinol 및 cannabidiol의 복합체)를 주성분으로 하는 ‘사티벡스(Sativex)’를 간판으로 갖고 있다.
에피돌렉스는 2015년 3상 임상을 시작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중증 조기 발병 뇌전증의 일종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Lennox-Gastaut syndromes)과 드라벳증후군(Dravet syndrome, 영아 중증 근간대성 뇌전증)의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고 2018년에는 FDA 시판 승인을 얻었다. 차후 결절성경화증 복합질환 Tuberous Sclerosis Complex, TSC)에 대해서도 승인을 얻었다. 지난해 에피디올렉스의 매출은 총 5억1000만 달러로 2019년(2억9600만달러)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티벡스는 두 개별 성분의 복합체로 구강점막 스프레이 형태다. 다발성경화증으로 인한 근육의 경련과 경직을 해소하는 약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허가받았다. 현재 3상 확증시험을 통해 정식 허가를 받으려 노력 중이다.
재즈파마는 이번 인수로 두 품목과 간질 및 자폐증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S) 치료제로 3상을 진행 중인 CBDV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됐다. GW파마는 이밖에 조현병(정신분열증), 신생아저산소허혈성뇌병증(NEO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전부 신경정신질환 파이프라인이어서 재즈파마가 추구해온 질환군과 같은 맥락이다.
재즈는 GW에 주당 220달러를 지불할 예정이다. 이는 2일 종가 대비 50%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지불금은 현금 200달러와 자사 주식 20달러로 구성된다.
이번 인수로 재즈는 수년간 기면증치료제인 ‘자이렘’(Xyrem, 성분명 옥시베이트나트륨, Sodium oxybate)의 매출에 의존해온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며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됐다. 자이렘은 2016년에 승인받았으며, 2020년 특허가 만료됐다. 그 후속제품으로 기면증 치료제인 ‘자이와브’(Xywav 성분명 칼슘+마그네슘+칼륨+옥시베이트나트륨, calcium, magnesium, potassium, and sodium oxybates) 경구용 액제가 작년 7월 21일 FDA의 허가를 취득했다.
2019년 3월에는 국내 SK바이오팜과 공동 개발한 기면증 치료제 ‘수노시정’(Sunosi, 성분명 솔리암페톨, Solriamfetol, 국내 미허가)이 FDA 승인을 받았다.
또 작년 6월 15일에는 스페인 제약사 파마마(PharmaMar)와 함께 개발한 ‘제프젤카’(Zepzelca, 스페인명 Zepsyre, 성분명 lurbinectedin 러비넥테딘, 코드명 PM1183)가 백금착제 항암제로 치료 중이거나 치료한 후에도 증상이 진행된 전이성 소세포폐암(SCLC)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항암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같은 노력과 이번 GW파마 인수에 힘입어 재즈파마는 정신신경질환과 항암제 부문에서 총 19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합병 이후 2022년까지 신규 인수한 제품들이 전체 매출의 6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재즈파마 측은 예상했다.
저스틴 고버(Justin Gover) GW파마 CEO는 “뇌전증 분야에 획기적 제품인 에피디올렉스를 비롯한 카나비노이드 파이프라인으로 강력한 신경과 약물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왔다”며 “재즈와 우리는 신경과 분야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제공한다는 비전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액 72억달러 중 현금 순액은 약 67억달러로 이틀 전(1일)에 아일랜드 제약사인 호라이즌테라퓨틱스(Horizon Pharma)가 아스트라제네카 자회사인 비엘라바이오(Viela Bio)를 30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것보다 두 배나 많은 올 최대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