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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손 잡은 신출귀몰 제약사 ‘로이반트’는 어떤 회사?
  • 최준형 인턴(경희대 의예과) 기자
  • 등록 2021-02-02 11:44:01
  • 수정 2021-06-21 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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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회사만 30여개 ‘알까기’ 조롱에도 지난해 FDA 신약 2개 … ‘신속, 최고효율, 고수익 고위험, 독창적 파이프라인’ 추구

작년 12월 7일 SK홀딩스는 미국의 바이오기업인 로이반트사이언스(Roivant Sciences)에 2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기면증 치료제 ‘수노시정’(Sunosi, 성분명 솔리암페톨, Solriamfetol), 같은 해 11월 뇌전증(간질)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 Cenobamate)를 허가받아 글로벌 무대에 신고식을 올린 SK바이오팜의 상승세를 몰아가기 위해서다. 


미국 바이오 업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표적단백질 분해제 시장에 성큼 진출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기존 특정 단백질을 억제하는 표적치료제와 달리 질병 유발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분해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노린다는 개념이다. 신약개발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단백질분해제’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미국 기업에 투자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이에 로이반트라는 독특한 발상과 개념의 회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설에 부합하게 특출한 약효를 낼지, 단지 허장성세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로이반트사이언스는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가 2014년에 설립한 회사로, 인센티브 부여(Incentive alignment)와  자본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회사다.


라마스와미는 사업 초기전략으로 낱낱의 신약후보물질을 지적자산화(라이선스화)해서 각 치유 분야에 초점을 둔 자회사를 설립했다. 로이반트는 이렇게 해서 2020년 4월 기준으로 11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2019년 12월에는 일본 다이니폰스미토모제약(Dainippon Sumitomo Pharma, 大日本住友製薬, DSP)에 5개 자회사를 매각했다.


11개 보유 자회사로는 의약품 영업 판매 촉진 기술회사인 얼라이반트(Alyvant), 신시내티 아동병원과 파트너십을 맺어 혈액질환 등 희귀유전자질환을 연구하는 아루반트(Aruvant Sciences), 신경퇴행성질환에 초점을 맞춘 유전자치료제 전문기업인 액소반트(Axovant), 중국에서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및 생산 기반 마련 차원에서 설립된 사이토반트(Cytovant) 등이 있다. 


또 건선 및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위한 신약후보물질인 타피나로프(tapinarof)를 개발중인 더마반트(Dermavant), RNA 치료제 전문 제네반트(Genevant), 중증근무력증·그레이스병안병증·열대성자가용혈성 빈혈  자가면역질환 선도물질인 IMVT-1401를 개발하는 이뮤노반트(Immunovant 2018년 7월 창립), 임상시험 모니터링 개선에 초점을 맞춘 로카반트(Lokavant), 글루카곤수용체 길항제인 LGD-6972를 통해 심사대사질환 약물을 개발 중인 메타반트(Metavant), 간질성폐섬유증(IPF) 선도물질인 RVT-1602를 중심으로 한 레스피반트(Respivant),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시노반트(Sinovant 2018년 출범), 폐동맥고혈압(PAH) 치료제를 개발 중인 알타반트사이언스(Altavant Sciences) 등이 있다.


다이니폰스미토모제약(실제로는 미국 현지법인인 스미토반트)으로 2019년 말에 넘어간 회사로는 희귀질환 효소요법제를 중심으로 한 엔자이반트(Enzyvant Therapeutics), 다케다와 함께 여성건강질환 및 전립선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마이오반트(Myovant Sciences), 낭종성섬유증(cystic fibrosis) 치료제를 개발 중인 스피로반트(Spirovant), 미국 머크(MSD)서 도입한 과민성방광치료제인 비베그론(vibegron)을 갖고 있는 유로반트사이언스(Urovant Sciences) 등이 있다. 


이렇게 16개를 포함, 그동안 총 30개의 자회사가 창립 이후 6년간 40개 이상의 임상시험 약물을 개발했다. 로이반트는 2018년 기준 70억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로이반트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20개의 임상시험용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중 3상 진행 중인 게 3개, 2상 진행 10개, 1상 진행 4개, 전임상시험 단계 3개 등이다.


40개 중 절반에 해당하는 의약품은 상용화됐거나, 다른 기업에 기술이전 또는 매각됐거나, 일부는 중도 하차한 것이다. 이처럼 로이반트는 각 치유질환별 사업부를 개별 독립법인화함으로써 신속하게 치료제를 개발하는 추진력을 확보했고 별도 회사로 매각하기 쉬운 여건을 조성했다. 자본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 예로 작년 12월 23일 유로반트가 개발한 1일 1회 경구 복용 과민성방광염 치료제인 ‘젬테사정’(Gemtesa 성분명 비베그론 vibegron 75mg)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유로반트는 지난해 11월 스미토반트가 다이니폰스미토모제약에 2억1100만달러를 투자함으로써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또 마이오반트는 작년 12월 18일 FDA로부터 ‘오르고빅스’(Orgovyx 렐루골릭스 relugolix)를 성인 진행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받았다.


액소반트(Axovant)는 지난해 10월 11일 시오젠테라피(Sio Gene Therapies)로 이름을 바꿨다. 유망한 유전자치료제 분야를 키우기 위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다. 


앞서 액소반트는 2018년 6월 영국 옥스퍼드바이오메디카(Oxford BioMedica)로부터 파킨슨병 유전자치료제인 ‘AXO-Lenti-PD’의 전세계 권리를 획득했다. 당지질의 GM1, GM2 유형이 중추신경조직에 쌓이는 강글리오사이드축적증(gangliosidosis)과 테이삭스질환(Tay-Sachs diseases) 및 샌드호프질환(Sandhoff diseases) 등을 치료하는 물질이다.


미국의 유전자치료제 전문기업인 테이샤(Taysha Gene Therapies)는 2018년 말에 스위스 바젤 기반 유전자 치료제 전문기업인 액소반트(Axovant)에 의뢰해 인체 대상 임상을 진행했고, 지난해부터 임상 데이터를 산출하기 시작했다. 


로이반트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변환기술(Digital Transformation, DT) 플랫폼과 임상 개발 전문가 등을 활용해 10년 이상 소요되는 기존 제약사의 신약 개발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사업모델로 글로벌 제약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로이반트는 잠재력 있는 약물들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 데이터를 통합 관리 분석하는 데이터반트(Datavant)를 만들었다. 임상시험 데이터를 파악해 개발 리스크를 줄인다. 데이터반트와 쌍을 이루는 로카반트는 혁신적인 임상시험 진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약에 비해 효능은 우수하고, 내성 문제가 없으며,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 난치병 치료 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반트의 독특한 신약개발 개념은 단백질 분해제다. 기존 표적치료제는 질병 관련 단백질의 특정 활성 부위(active site) 또는 결합부위(binding poket)에 결합해 신약개발에 유용한 타깃(druggable target)인지 판단한 뒤 임상연구에 들어가 상용화됐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된 약물의 표적으로 쓰이는 단백질은 약 400여종으로 대부분 효소, 수용체, 전달물질, 각종 채널막 단백질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약3000여개의 단백질이 사람의 질환을 야기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중 약 13%만이 표적단백질로 개발되었다. 이는 지금의 신약개발 방법이 대다수 표적에 대해 적절히 기능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저분자 화합물은 질병 관련 단백질 기능을 저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새로운 개념은 질병 관련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방법이다. 이는 ‘undruggable target’(약효가 발휘될 수 없는 표적)의 제거뿐만 아니라 개발된 약물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으로 진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비퀴틴-프로테아좀(Ubiquitin-Proteasome, 단백질분해효소복합체) 경로를 이용하는 PROTAC(Proteolysis-targeting chimaera) 기술과 샤페론(chaperonin: Hsp60, Hsp70, Hsp90, Hsp104, Hsp27 등: 단백질의 접힘, 수송. 풀어 헤침, 분해, 성숙, 사멸 직전까지의 보존 등에 관여함)의 반응을 제어하는 HyT(hydrophobic tagging) 기술이 고안돼 선택적으로 표적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됐다. 


로이반트는 그동안 30개 안팎의 반트 자회사를 만들어 ‘알까기’의 대명사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략적으로는 자체 개발이든, 다른 회사에서 도입했든 지난해 2개의 FDA 신약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로이반트는 항상 새로운 기전과 개념의 신약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성공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그만큼 크다.


‘계열 첫’ 또는 ‘동급 최강’을 노림으로써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철저히 이익중심적이기 때문에 개발 초기에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 가능성 있는 아이템(자회사)는 조기에 독립상장시키거나 매각하고 각 회사 또는 연구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해 동기를 부여하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SK의 전략적 제휴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후발국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가 ‘퀀텀 점프’하려면 SK의 선택은 선견지명일 수도 있다. 로이반트의 뛰어난 ‘신물질 발굴’ 시스템과 AI 및 DT 기술을 결합한 신속한 개발전략 결정은 글로벌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데 보조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가 로이반트의 자회사를 5개나 사들인 스미토모의 무난한 성공사례처럼 준수한 성적표를 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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