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국민이 맞게 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 중 존슨앤드존슨(얀센)의 성적표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나왔다. 이로써 국내에 접종된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얀센·노바백스 등 5종류의 효과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정부는 모더나 2000만명분, 화이자 1000만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1000만명분, 노바백스 2000만명분(추진 목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얀센 ‘66%’ 그쳐 … 60세 이상 많고 변종 출현 후 접종 환자 상당수, 先 허가 백신과 액면 비교는 어려워
얀센은 29일 코로나19의 효능이 66%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예방 효과가 각각 95%, 94.1%인 것에 비하면 액면 비교상 실망스러운 수치다.
얀센 백신 3상 임상은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인종과 연령을 배경으로 한 4만3783명의 지원자가 참여해 지난해 9월 시작, 4개월 만에 신속하게 끝났다. 작년 10월에 한 임상시험 참가자가 설명되지 않는 질병에 감염돼 임상이 잠시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J&J나 백신 임상연구 역사상 최단기간에 임상이 종료됐다.
미국 정부는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를 통해 임상 비용의 약 55%를 지원했다. 14000여명 가까운 지원자가 60세 이상 노인이었다. 얀센은 이번 임상연구는 노인들의 비중이 다른 임상시험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장차 중등도 또는 중증이 될 코로나19 환자의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유추 해석했다.
예상치보다 낮은 예방효과지만 수급 불균형으로 연일 시끄러운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예방접종에 추동력을 가해줄 요소로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얀센 백신은 2회 접종이 요구되는 다른 백신과 달리 1회 접종만으로도 충분하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미 수십개 국에서 먼저 허가된 백신과 혼합해서 쓸 수도 있어 효용성이 있다.
얀센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사로 올해만 1억개 이상의 백신을 생산해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66% 효과를 지역별로 보면 미국에서는 72%로 더 강력했다. 다만 새롭고 전염성이 강한 변종이 유포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와 남아프리카에서의 백신 효능은 기존보다 낮은 각각 66%, 57%의 효능을 보여줬다.
마타이 맘멘(Mathai Mammen) 존슨앤드존슨그룹 얀센 사업부 연구개발 책임자는 “얀센 백신의 임상 연구 결과 수치를 변종이 널리 퍼지기 이전의 수치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내 72% 예방효과를 변종 이전에 조사했던 94%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얀센의 데이터는 노바백스(Novavax)가 남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에 대해 49%라는 낮은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한 지 하루 뒤에 나왔다. 따라서 비록 효율이 낮은 백신이라고 다양한 종류의 백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얀센 백신은 냉장온도로 배송, 보관할 수 있지만 화이자와 모더나는 각각 영하 80도, 영하 20도 초저온 냉동보관이 필요하다.
얀센의 임상시험을 판독한 독립적위원회는 접종 후 중등도 및 중증 COVID-19를 보인 환자 46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예방하는 효과가 85%라고 추산했다. 또 시간이 갈수록 면역력이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에서 백신접종을 받은 참가자들은 접종 후 28일차부터 입원이나 집중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다. 위약(생리식염수) 투여군이 5명이 사망한 반면 백신 투여군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J&J의 맘멘은 “중증 질환에 대한 성공적 예방효과는 중증질환 보건관리에 비춰 볼 때 얀센 백신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J&J는 조만간 식품의약국(FDA)에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FDA는 J&J의 데이터를 검토하고 독립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임상결과를 놓고 리뷰했던 자문위원회는 옥신각신하던 논란 끝에 결국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에 반해 J&J의 주사효과가 더 낮아진데 대해 자문위는 더 까다로운 질문들을 제기하고, 새로운 변종의 영향에 따른 보호효과도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 보건당국자들은 J&J의 백신이 2월에 승인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얀센의 최고과학책임자(CSO) 폴 스토펠스(Paul stoffels)은 1월 중순에 블룸버그(Bloomberg)와의 인터뷰에서 FDA의 결정이 오는 3월까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얀센 백신은 고령자 등 중등도 내지 중증 환자가 될 수도 있는 이들에게 사망이나 최중증 상황으로 갈 수 있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 1회만 맞으면 되기 때문에 출국이 급한 이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AZ 백신, 유효성 논란에 공급부족으로 컴플레인 … 접종연령 논란까지
우리나라가 1분기에 가장 먼저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이 약은 최초 임상결과 발표 당시 백신의 평균 예방 효과가 70.4%(정량 투여시 62%, 절반 투여시 90%)였다고 발표했는데, 뒤늦게 90%의 예방 효과를 보인 저용량 투약 방식이 연구진의 실수였다는 점을 공개했다. 정량의 절반을 투여한 저용량 접종자들이 모두 55세 이하인 것을 숨긴 점도 문제가 됐다.
국내 접종 대상자 중 다수가 맞을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백신은 독감 백신처럼 2~8도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해 동네 의원에서도 맞을 수 있다. 다만 평균 예방 효과가 70.4%로 다소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달리는 상황이다. 인도 위탁생산 공장 화재 등으로 각국에서 물량 부족 현상도 빚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화재를 이유로 800만도스를 공급키로 했던 물량은 340만도스로 일방적으로 줄였다며 지난달 23일 주세페 콘테 총리가 나서 항의했다.
한편으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효과에 불신을 표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접종 안전성 논란이 크다. 임상 자료가 부족해서다. 독일은 65세 미만만 접종할 것을 권고했고, 이탈리아는 55세 미만으로 접종 기준을 더 낮춰 권고했다. 마크롱 에마뉘엘 프랑스 대통령은 “65세 이상엔 효과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본다”고 일갈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1일 이 문제와 관련해 전문 자문단(8명)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65세 이상 접종이 가능하다’는 다수 의견이 나왔지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절대 불가하다고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식약처는 자문단 다수 의견과 상반기 백신 물량 수급상황을 감안, 65세 이상도 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조치할 가능성이 높다. 식약처는 오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를 열어 이 문제를 더 논의하고 결과를 공개한다.
지난달 영국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조만간 미국에서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 데이터가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독일의 큐어백(CureVac)도 중요한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공급량 달려 … 화이자, 이스라엘 접종 결과 92% 예방 효과 확증
현재까지 가장 성적이 좋은 건 단연 화이자와 모더나다. 이스라엘 정부는 화이자 접종 후 92%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최초 알려진 95%보다 약간 떨어진 수치이지만 견고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두 백신을 원하는 국가가 워낙 많아 물량이 달린다. 최근 프랑스, 스페인 등 일부 지역은 물량 부족으로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우리나라는 2분기부터 모더나 2000만명분, 3분기부터 화이자 1000만명분이 들어온다. 이에 앞서 이달 중순 백신 공동 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화이자 6만명분이 우선 도입된다.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만큼 정부는 전국에 접종 센터 250곳을 만들어 두 백신을 보관·접종할 계획이다.
노바백스는 B형간염 백신 등 기존 백신들처럼 합성 항원 방식으로 만들어 가장 안전한 백신이란 평가다. 예방 효과도 89.3%로 높은 편이다. 임상시험 참여자의 27%가량이 65세 이상이란 것도 높게 평가할 일이다. 영국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는 85.6%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남아공 발 변이에는 49%로 낮은 효과를 보였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안전성 등을 볼 때 의외로 기대가 큰 백신”이라고 평가했다.
얀센 백신과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 간 기술적 차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mRNA백신으로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성하라는 유전정보를 담은 mRNA 정보를 근육주사로 투여해 면역세포가 그 지시사항에 따라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도록 한다. mRNA은 온도가 높아지거나 흔들면 쉽게 손상되기 때문에 보관에 주의가 요구된다.
얀센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와는 달리 코로나19의 텔테일 스파이크 단백질(teltale spike protein)에 대한 유전코드를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 26형에 실어 체내에 주입한다. 재조작된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지시하여 신체의 면역체계가 감염을 인식하고 저항한다. 이 회사가 작년 유럽(미국에서는 미승인)에서 승인받은 에볼라바이러스 백신에도 동일한 기술이 적용됐다.
얀센 백신 임상결과의 세부 내용 들여다보니
얀센 백신은 실제 감염을 일으키는 현존 바이러스와 거의 동일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급증에 맞춰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게 장점이다.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경미하며 시간이 지난 자연스럽게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피로, 두통, 전신통증, 주사부위 통증 등이 가장 흔하며 심각한 안전성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전체 참가자 중 발열 비율은 9%였으며, 0.2%에서는 3급 발열이 나타났다.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 반응(anaphylactic reation)이 관찰되지 않았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지원자의 59%가 백인, 19%는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9%는 아메리카 원주민, 3%는 아시아인이다. 약 45%가 히스패닉 또는 라틴계이다.
J&J는 작년 1월 말 초기 백신 연구를 시작으로 3월에는 보스턴의 BIDMC(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바이러스 및 백신연구 센터와 연계했다. 이 곳 다니엘 바로우치(Daniel Barouch) 박사가 이끄는 팀은 아데노 바이러스 26형을 사용해 수십 년간 백신 설계를 연구해왔다.
쥐와 원숭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7월 말까지 인간을 대상으로 한 1상 임상이 시작됐다. 그 결과 나온 데이터는 다른 기업들이 선호하는 2회 접종의 ‘prime boost’ 요법이 아니라 단일 접종만으로도 충분한 예방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9월에 3상 임상에 착수했으나 이런 확신이 주춤거리면서 작년 11월부터 2회 투여요법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시작됐다. 단일 투여가 예상보다 낮은 효능을 보이자 2회 투여요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환자 모집이 완료되려면 약간 멀었지만 J&J 경영진은 지난달 28일 여전히 1회 투여요법에 자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