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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울 푸드 ‘김치’, 넌 누구냐?
  • 우승훈 기자
  • 등록 2021-01-27 18:55:04
  • 수정 2021-06-11 14: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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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의 대표 아이콘...전 세계인에 사랑받는 맛과 건강 으뜸식품

얼마 전 중국의 인기 유튜버가 한국 전통 김장방식으로 김치와 김치요리를 만드는 영상을 게시하고 해시태그에 ‘중국 음식’, ‘중국 요리법’ 이라고 표기, 한국 네티즌과 중국 네티즌 사이에 서로 김치를 자국 음식이라고 주장하며 댓글을 다는 통에 영상의 댓글란이 아수라장이 된 적이 있다.


또 지난해 11월 중국 쓰촨지방의 염장채소인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준인증을 받은 것과 관련,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한국 김치와 연결하며 ‘김치 종주국의 치욕’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최근 한국의 인기 먹방 유튜버는 “김치와 쌈은 당연히 한국 음식이다”고 발언, 협업하던 중국 미디어 회사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20여 년 전 일본과 ‘기무치 논란’을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김치 논쟁 2라운드를 연상케 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이 김치의 원조국가라고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을 부리고 있지만 배추나 무와 같은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 마늘, 파, 젓갈 등을 넣어 버무린 후 발효시켜 먹는 김치는 누가 뭐래도 우리 고유의 음식이다.

 

김치는 한국인에게 부식이기도 하지만 매 끼니마다 밥상에 올라와야 하고, 넉넉히 챙겨놔야 마음이 든든한 ‘소울푸드’며 ‘주식’ 같은 존재다. 맛을 느끼는 음식이면서 정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바로 김치다.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로 김장을 담그는 게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곁에 있기에 오히려 소홀해지고, 너무 친숙하기에 모르는 게 더 많은 게 김치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던 김치의 효능, 유래와 역사, 종류와 변화 등에 대해 알아본다.


완벽한 웰빙 식품 ‘김치’...비타민 다량 함유, 항암·항산화 효과도 탁월

김치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발효(醱酵)식품으로 마치 한식의 대표 선수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우리 음식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주로 가정에서 만들어 많은 국민들이 주요 부식으로 먹고 있는 김치에는 ‘유산균의 보고(寶庫)’라 할 정도로 젖산과 젖산균(유산균)이 풍부하며, 김치 1g에 젖산균 1억 마리 정도가 함유돼 동일한 무게의 요구르트보다 약 4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비타민 A와 C, 칼슘, 철, 인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배추와 무에 함유돼 있는 식이섬유는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치가 적당히 숙성했을 때 항암 효과가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마늘, 생강, 고춧가루, 파 등 다양한 양념이 들어간 김치를 적당히 익힌 뒤 위암세포(MKN45)에 가했더니 발효시키지 않은 김치보다 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가 4∼1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가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방광암 등 다양한 암의 억제에 유익한 것은 김치 속에 항암성분인 인돌-3-카비놀, 아이소사이오시아네이트, 알릴 설파이드, 캡사이신 등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로틴, 식이섬유, 페놀성 화합물과 같은 여러 가지 생리활성 물질들을 함유, 항산화, 항암, 고혈압 예방 등 여러 가지 기능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각종 질병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국제식품으로 공인한 바 있으며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Health)‘는 웰빙 음식 '김치'는 비타민(B1, B2, C 등)과 칼슘, 칼륨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소화를 돕고 암 예방에 유익하다는 이유로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치는 건강과 맛의 측면에서 모두 세계에서 으뜸인 식품인 셈이다.


중국의 ‘시경’에 처음 기록...현재의 김치와 전혀 다른 ‘파오차이’

이처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김치에 관한 기록은 지금으로부터 2,600∼3,000년 전에 쓰여진 중국 최초의 시집인 ‘시경’에서 처음 등장한다. ‘시경’에 “밭두둑에 외가 열었다. 외를 깎아 저(菹)를 담그자.”는 구절이 있는데 이 ‘저’가 바로 김치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도 공자가 콧등을 찌푸려가면서 저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석명(釋名)’에는 “채소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키면 젖산이 생성되고 이 젖산이 소금과 더불어 채소가 짓무르는 것을 막아준다.”고 적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 즐겨 먹던 식품, 식생활에 관한 서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삼국시대 당시 채소를 절인 김치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우리 문화의 절대적 영향을 받았던 일본문헌을 통해 짐작이 가능하다.

일본의 ‘쇼쇼원문서(正倉院文書)나 ’연희식(延喜食)‘ 등의 문헌에 따르면 소금·술지게미·장·초·느릅나무 껍질에 절인 김치가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의 의식주 문화를 거의 모방하고 의존했던 사실을 감안할 때 이미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채소를 소금이나 장에 절여서 먹었던 김치가 있었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김치의 종주국이 중국이라는 억지주장을 펼치는 것은 ‘시경’의 기록에 근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는 채소를 젖산 발효시켜 저장한 염장발효식품으로 지금도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파오차이에 해당된다.

당연히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 마늘, 파, 젓갈 등을 넣어 버무린 다음 발효시켜 먹는 우리나라의 김치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다.

 

따라서 중국 네티즌들이 광분하며 중국이 김치의 원조라고 우기고 나서는 행태는 김치와 염장채소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며 말 그대로 중국 땅에 있었던 국가들의 역사를 모두 자신의 것에 부속시키는 ‘동북공정’과 같은 ‘김치공정’에 불과할 뿐이다.


고려시대 문헌에 ‘김치’ 최초 언급...소금물에 담그거나 향신료 이용

우리나라에서 김치가 문헌상 최초로 등장한 것은 고려 중엽이다.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국집’에 김치담그기를 ‘염지(鹽漬)’라 했는데, 이것은 ‘지’가 물에 담근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포육영’이라는 시 속에 “무 장아찌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순무 겨울 내내 반찬되네.”라는 순무를 재료로 한 김치를 언급한 구절이 있다. 이로써 고려시대의 김치로는 무장아찌와 무 소금절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고추가 수입되기 전까지의 김치는 소금물에 담그거나 천초·회향 등 향신료를 이용해 담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670년 경 저술된 ‘음식디미방’에는 동아를 절여 담그는 소금절이 김치나 산갓을 작은 단지에 넣고 따뜻한 물을 붓고 뜨거운 구들에 놓아 익히는 김치가 등장한다.

 

또한 1600년대 말엽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는 ‘요록(要錄)’이라는 문헌에도 11종류의 김치류가 기록돼 있지만 이들 김치류에도 고추를 재료로 쓰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 당시에 고추가 전래됐음에도 김치에 이용하지는 못하고 향신료로 천초나 회향을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1715년 저술된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김치류를 보면, 고추가 들어온 지 1백년이 지났음에도 현재와 같은 김치는 보이지 않고 소금에 절이고 식초에 담그거나 향신료와 섞어 만들고 있다.
 
고추의 수입·사용, 우리나라 김치에 일대 혁명 일으켜

우리나라 김치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고추를 사용한 김치에 대한 기록은 1766년에 나온 ‘증보산림경제’에 최초로 등장한다. 이때부터 염장채소와 초절임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김치가 현재와 같은 형태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고추는 원산지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우리나라에 고추가 전해진 것은 17세기로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들어왔으며 17세기 이후에는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18세기에는 본격적으로 고추가 우리 밥상에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고추가 들어와서 곧바로 김치에 사용된 것은 아니다. 들어온 지 150년 정도 지나서야 김치에 사용됐다. 이전까지는 매운 맛을 내기 위해 김치에 초피가루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초피가루는 가공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 이용에 불편이 많았던 반면 고추는 재배도 쉽고 가공도 쉬워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증보산림경제 침나복함저법(沈蘿葍醎菹法)을 보면 잎줄기가 달린 무에 청각채·호박·가지 등의 채소와 고추·천초·겨자 등의 향신료를 섞고 마늘즙을 넣어서 담그고 있다. 이는 오늘날의 총각김치와 같은 것이다. 또 황과담저법(黃瓜淡菹法)은 오이의 3면에 칼자리를 넣고 속에 고춧가루· 마늘을 넣어서 삭히고 있는데, 이것은 오늘날의 오이소박이다. 이외에 동치미· 배추김치· 용인오이지· 겨울가지김치· 전복김치· 굴김치 등 오늘날의 김치가 거의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김치는 중국에도 전해졌다. 1803년에 쓰인 ‘계산기정(薊山紀程)’에 따르면 “통관(通官) 집의 김치는 우리나라의 김치 만드는 법을 모방하여 맛이 꽤 좋다.”고 했다. 18세기에 우리의 김치가 중국에 건너가서 인기를 얻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같은 기록은 중국과 중국 네티즌들의 억지주장과 달리 오히려 현재와 같은 김치의 종주국은 분명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명백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고추의 사용으로 일대 혁명을 일으킨 우리나라 김치는 이때부터 오늘날의 김치와 같은 변화도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큰 변화는 ‘젓갈’의 첨가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예로부터 해산물이 풍부했다. 이에 따라 고려시대부터 젓갈을 많이 섭취했지만 김치를 담그는데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추를 사용하던 시기부터 사람들이 김치에 젓갈을 첨가하기 시작했다. 감칠맛이 돌아 김치 맛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임원십육지’를 보면 젓갈을 섞어주는 김치인 해저방(醢菹方), 곧 섞박지가 등장한다. 이것은 소금에 절인 잎줄기가 달린 무에 오이·배추 등의 다른 채소, 청각채와 같은 해초, 고추·생강·천초·마늘·겨자 등의 향신료, 조기·젓갈·전복·소라·낙지 등의 해산물, 산미완화제(酸味緩和劑)가 되는 전복껍질 등을 함께 버무려 알맞은 소금농도에서 젖산 발효시킨 것이다.


근·현대사회 거치며 배추 등 재료 품종개량·조리법 일반화...김치의 변화
 
조선 후기 고추의 사용으로 현재의 김치와 같은 모양새를 갖춘 우리나라 김치는 근대와 현대사회를 거치며 재료의 품종개량과 김치 제조법의 일반화 등을 통해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김치의 재료로 사용하는 배추의 변화다. 조선 후기까지 김치에 사용하던 재래종 배추는 잎사귀에 힘이 없고 무엇보다 성겨서 옆으로 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배추는 잎사귀도 많고 아주 실하고 단단하다.

이 배추는 19세기 말 또는 20세기 초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품종개량이 이루어져 이후 지금처럼 속이 꽉 찬 결구형 배추가 김치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젓갈 또한 예전에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생선을 이용, 각 가정에서 젓갈을 담가 김치를 담글 때에 사용했으나 이제는 가공 공장에서 김치용 액젓이 생산돼 많은 가정에서 보다 쉽게 이용하고 있다.

김치의 제조법 또한 예전과 달리 일반화됐다. 과거의 경우 도로망이 부족하고 교통수단의 제한으로 지역 간 왕래가 빈번하지 않아 각 지방의 고유한 김치가 비교적 잘 보존됐다.

 

하지만 6.25 전쟁을 겪고 이후 도로시설과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역과 지역 사이를 이동하거나 한 지방에서 장기간 머물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서로 다른 지방의 김치를 먹어보거나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게 되는 등 다양한 제조법을 접하게 되면서 김치의 제조방법 또한 지역성 특성의 경계가 허물어져 일반화돼는 추세다.


지역별 독특한 김치 지역성 상실·수입 김치 증가...김치 종주국 위상 발목 잡아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각 지역의 독특한 김치들이 지역성을 잃어, 오히려 우리나라 김치 고유의 특성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전 우리나라의 김치는 지방에 따라, 그리고 각 가정에 따라 고춧가루의 사용량과 젓갈의 종류에 따라 특유의 맛과 모양이 달랐다.

예컨대 경기도 김치는 보쌈김치, 배추김치, 장김치, 나박김치 등 모양이 화려하고 맛이 매우 다양했으며 충청도 김치는 충남 지역의 해산물과 충북 지역의 채소가 함께 어우러져 담백한 특징이 있었다.


또 전라도는 전국에서 가장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지역으로 갓김치, 고들빼기김치, 동치미 등이 유명하고 경상도 김치는 고춧가루와 마늘을 많이 사용하고 소금 간을 짜게 하는 콩잎김치, 부추김치, 깻잎김치 등이 발달했다.

이외에 강원도는 창난젓 깍두기, 더덕김치, 가지김치 등 소박하면서도 먹음직스런 김치가 유명하고 제주도는 해물이 많이 들어가고, 국물을 넉넉히 부은 김치가 일품이었다.

 

그러나 김치의 제조방법이 일반화되는 변화의 과정은 그 반작용으로 지역적 특성을 가진 우리의 김치들을 서서히 사라지게 하거나 몇몇 김치제조 장인들에 의해 명맥만을 겨우 유지하게 하는 등 고사상태에 이르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심지어 지역적 특성을 혼합한 퓨전 스타일의 김치 또는 주요 재료들을 빼거나 예전에 김치 제조에 사용하지 않았던 재료들을 넣은 출처불명의 김치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편 최근 급증하고 있는 수입 김치도 ‘김치논란’을 자초하며 우리나라 고유의 김치 위상을 위협하고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김치 소비량의 3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김치는 대부분 급식업체와 식당 등에서 사용하는데 수입량이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며 2019년 기준 30만t을 넘겼다.

오직 가격만을 기준으로 중국산 저품질 김치를 마구잡이로 수입한 결과 우리나라 김치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가에 ‘김치논란’의 빌미마저 제공하고 있다.

 

김치의 종주국을 자처하며 김치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분개하지만 그에 비례한 애정과 관심은 충분히 쏟지 않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으로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즐겨먹는 김치의 발전과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툭하면 불거지는 ‘김치논란’의 불식을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우리 고유 김치의 맛을 유지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독보적인 제조기법의 연구와 함께 사라져 가는 각 지역별 독특한 김치의 제조법을 체계적으로 보존, 전수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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