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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 관절염치료제 '악템라' 코로나19 임상시험서 효과 없어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1-22 20:42:00
  • 수정 2021-04-09 19: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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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초 공개된 결과에선 사망률 감소, 2주만에 정반대 결과 … 작년에도 4개 연구에서 오락가락 … 표준치료 대비 사망률 감소 입증 못해
로슈의 자가면역질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악템라주’(Actemra) 성분명 토실리주맙, tocilizumab)가 중증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환자들의 사망률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 토실리주맙이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의 사망률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지 불과 2주 만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로슈의 자가면역질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악템라’ 피하주사제
브라질 연구진은 임상시험에서 악템라가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의 사망률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0일 영국 의학저널(BMJ)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2020년 5월 8일부터 7월 17일까지 브라질 내 9개 병원에 입원한 중증 코로나19 환자 129명(평균 연령 57세)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그룹을 나눠 각각 토실리주맙+표준치료제(길리어드사이언스의 ‘베클루리’(Veklury 성분명 렘데시비르 Remdesivir) 및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덱사메타손 등)와 표준치료제(단독요법)를 투여했다. 환자들은 산소치료 또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최소한 2개 이상의 혈액 내 염증 수치가 기준 이상이었다.

치료 15일 후 토실리주맙+표준치료제 투약군은 65명 중 18명(28%)이 사망한 반면 표준치료제만 받은 환자 64명(대조군) 중 13명(20%)였다. 15일 이전에 사망한 환자 수는 각각 11명(17%)과 2명(3%)였다.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안전성 문제로 인해 임상시험은 조기 종료됐다. 두 집단 모두 환자들의 사망원인은 코로나19 관련 급성호흡부전 또는 다발성 장기기능장애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은 시험에 참여한 숫자가 적기 때문에 시험결과에 대한 해석의 여지는 넓고 통계적 유의성이 없어보인다고 평가했다.

여러 코로나19 치료제의 효능을 알아보는 RECOVERY 임상시험을 공동 주도한 영국 옥스퍼드대의 신종 전염병 담당 피터 호비(Peter Horby) 교수는 브라지 임상시험과 관련, “3%라는 대조군의 15일 이전 사망률은 놀랍게도 낮은 치사율”이라며 “이런 낮은 치사율은 중증 COVID 코로나 19 환자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며, 우연한 발견으로서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따라서 토실리주맙의 효과에 대한 계속되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더 큰 규모의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 7일 동료검증을 거치지 않고 의학논문 아카이브인 medRxiv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악템라와 리제네론의 단일클론항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케브자라’(Kevzara 성분명 사릴루맙, sarilumab)를 병용하면 21일 뒤 위약 대비 사망률을 24% 낮췄다. 중환자 집중치료실 입원 일수를 10일가량 단축시켰다. 이는 전 세계 15개국 3900명이 넘는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리맵-캡(Remap-Cap) 임상연구에선 얻은 결론이다.

이에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Research, NIHR)은 8일 코로나19 치료를 위해이들 두 인터루킨-6(IL-6) 억제제를 출시할 것을 영국 건강보험(National Health Service, NHS)에 권고했다.

리맵-캡 임상을 주도한 임페리얼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안토니 고든(Anthony Gordon) 교수는 브라질의 연구결과와 관련, “전반적으로 낮은 임상시험 피험자수를 감안할 때 우연의 영향을 받기 쉬운 강력한 가능성”이 있다며 리맵-캡 연구를 두둔했다.

토실리주맙과 사릴루맙은 염증성 면역매개물질인 가용성 인터루킨6 수용체(sIL-6R) 및 막결합 인터루킨-6 수용체(mIL-6R)와 높은 친화력으로 결합해 과잉면역반응을 억제한다. 이를 통해 섬유화, 혈중 아밀로이드A, 호중구 수치, C반응성단백(CRP, 염증지표)를 낮추며 반대로 혈중 헤모글로빈과 알부민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는 감염 후 이후 체내 면역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여러 신체 조직에서 염증 및 폐렴 증상이 일어난다. 이때 일부 환자들은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면역매개물질인 사이토카인 중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다량 분비돼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 또는 ‘사이토카인폭풍’을 일으킨다.  


토실리주맙은 이 때 방출되는 IL-6의 수용체 부위(SIL-6R 및 MIL-6R)와 결합해 활성화되는 것을 차단하고 염증반응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항체치료제다.

연구진은 토실리주맙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신체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질병이 더 심각한 결과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직 그 효과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악템라 개발사인 로슈가 지난해 7월 29일 발표한 자사 주도의 COVACTA 임상시험 결과는 중증 코로나19 관련 폐렴이 있는 성인 입원 환자의 임상 상태 개선에 대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실패했다. 악템라 치료군의 퇴원 시점까지의 중앙값은 20일, 위약군은 28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10월 20일 미국의사협회지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 개재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최상급병원의 중환자실에 코로나19로 입원한 위중한(critically ill)  환자 3924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 27일의 추적관찰기간(중앙값) 동안 사망위험이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126명의 중증 COVID-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 악템라는 표준치료 대비 환자의 질병 상태 개선과 관련된 증거, 즉 공기를 교환하는 폐능력, 집중치료실(ICU) 입원기간 사망위험 등을 개선한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 논문 역시 같은 날 같은 학술지(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악템라군 17명(28.3 %), 표준치료군 17명(27.0 %)이 14일 만에 임상 악화를 보였다.

혼돈스럽게도 같은 날 같은 학술지에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프랑스 의료진의 연구논문도 실렸다. 중등도에서 중증의 COVID-19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등록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도 악템라는 혼동된 결과를 내놨다. 


악템라를 복용한 환자는 치료 후 14일차에 산소호흡기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을 42% 줄였다. 그러나 이 연구의 다른 공동 1차 평가지표로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전에 지정한 임상 증상 개선지표인 질병진행위험도는 감소시키지 못했다. JAMA 내과학회지에 동시에 실린 이들 3개 논문처럼 악템라의 효과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로슈가 작년 11월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악템라가 최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를 도왔지만 생명유지에 기여했는지 아니면 기계적 호흡과 같은 집중치료가 필요한 기간을 단축했는지, 또는 둘 다 가능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는 결론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WHO는 인증하지 않은 렘데시비르처럼, 악템라도 비록 영국에서는 허가 권고를 받아 승인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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