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큐보’(Verquvo), 심박출률 감소 환자 사망 및 심부전 입원 감소 효과 … ‘엔트레스토’ ‘포시가’ 등 경쟁자 즐비
독일 바이엘이 처음 개발하고 미국 머크(MSD)와 공동 판권을 1대1로 행사하는 경구용 가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soluble guanylate cyclase, sGC) 촉진제 ‘버큐보정’(Verquvo 성분명 베리시구앗 vericiguat)이 19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버큐보’는 좌심실 심박출률(left ventricular ejection fraction, LVEF) 45% 이하의 성인 증후성 만성 심부전 환자들이 심부전 증상으로 인해 입원하거나 이뇨제 정맥주사를 필요한 외래치료를 받는 경우 심인성 사망 및 심부전 원인 입원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적응증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즉 심박출률감소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 적응증으로 허가받았다.
FDA는 3상 ‘VICTORIA’에서 도출된 결과를 근거로 지난해 7월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이달 20일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되도록 예정돼 있었다.
VICTORIA 임상은 피험자 무작위 비정, 병행군 설정, 위약 대조방식, 이중맹검법, 발병사례 중심(event-driven), 다기관 시험으로 설계됐다. 총 5050명의 피험자들은 무작위 분류를 거쳐 각각 ‘버큐보’+ 기존 심부전 치료제(표준치료), 위약+ 기존 심부전 치료제를 병용하면서 효과를 중앙값 11개월 동안 추적관찰했다.
치료 시작시점의 기존 치료제로는 환자의 93%(이하 복수 복용)가 베타차단제, 73%가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ARB), 70%가 미네랄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ineralocorticoid receptor antagonist MRA)를 투여받았다. 15%가 안지오텐신수용체 및 네프릴리신 억제제 (angiotensin receptor and neprilysin inhibitor ARNI)를 병용 투여 받았다. 28%는 이식형 심장제세동기를, 15%는 좌우심실 박동조율기 (biventricular pacemaker)를 사용했다. 환자의 91%는 두 가지 이상의 심부전 치료제 (베타차단제,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renin-angiotensin system, RAS) 억제제(다시 말해 ACE억제제 또는 ARB제제), MRA)로 치료를 받았으며, 환자의 60%는 세 가지 모두로 치료를 받았다.
치료 시작시점에서 환자의 6%는 세르비에의 ‘프로코라란정’(Procolaran, 성분명 이바브라딘, ivabradine)을, 3%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odium glucose co-transporter 2, SGLT2) 억제제를 투여받았다.
VICTORIA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는 심혈관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첫 번째 입원까지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였다. 버큐보는 위약 대비 약 10%가량 이를 줄여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
치료는 버큐보 2.5mg을 1일 1회 복용하는 것으로 시작해 2주 후 1일 1회 5mg으로 증량한 다음 2주후 1일 1회 10mg으로 늘렸다. 10mg를 목표한 유지 용량으로 끌어올린 뒤 1년 경과 시점에서 환자의 90%가량이 치료됐다.
이에 대해 작년 7월 투자기관인 SVB리링크(SVB Leerink)의 애널리스트들은 버큐보가 노바티스의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필름코팅정’(Entresto, 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 sacubitril·valsartan)이나 아스트라제네카의 SGLT-2 억제제 당뇨병 치료제인 ‘포시가정’(Farxiga, 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dapagliflozin)보다 중증인 심부전 환자에게 투여됐기 때문에 10%라는 수치는 온당한(modest) 성적이며, 심부전에서 더 나은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입원에 소요되는 기간 감소효과는 상당 부분 인정되지만 심혈관 사망 위험 감소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2년 후에는 사망위험 감소의 장기적인 실제 효과가 예상보다 나을 수 있음을 데이터로 추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ICTORIA 시험’을 총괄했던 캐나다 앨버타대 의대의 폴 암스트롱(Paul W. Armstrong) 심장내과 교수는 “심박출률 감소를 동반한 증후성 만성 심부전 환자들의 경우 외래환자로 이뇨제 정맥주사 또는 입원을 필요로 하는 심부전 증상을 나타낸 후 입원할 위험성이 높다”면서 “일부 추정자료를 보면 여기에 해당하는 환자들 가운데 50% 이상이 증상 악화로 인해 퇴원 후 한 달 이내에 재입원하고 있는 데다 약 5명당 1명 꼴로 2년 이내에 사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버큐보’ 승인은 의사와 환자들에게 기존 치료제 대신 새로운 치료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환영받을 만한 옵션을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머크리서치 래버러토리의 로이 베인스(Roy Baynes) 수석 부사장 겸 글로벌 임상개발 대표 겸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증후성 만성 심부전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새로운 치료대안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MSD가 오랜 기간 동안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들을 개발해 왔던 자랑스러운 역사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버큐보’는 2.5mg, 5mg, 10mg 정제로 곧 발매에 들어간다. 의약품 겉에는 ‘버큐보’의 상표에는 태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임신한 여성들에게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돌출주의문(boxed warning) 형태로 표기된다.
이번 승인으로 버큐보는 빠르게 성장 중인 엔트레스토,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를 잡으려는 포시가가 세력을 뻗치고 있는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포시가는
지난해 5월 2형 당뇨병 여부와 상관없이 HFrEF 환자의 심혈관 사망 또는 심부전 악화를 감소시키는 치료제로 적응증을 승인받은 데 이어 이달 6일 ‘만성신장질환’ 적응증 추가 신청 건이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버큐보의 최초 개발자인 바이엘은 이 약으로 최대 10억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바이엘은 2014년에 체결한 계약을 통해 MSD와 50대 50으로 판권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분석가들은 의사들이 더 아픈 환자의 최후 치료를 위해 버큐보를 아껴 쓸 가능성이 높아 기대보다 작은 매출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또 심박출계수 보전 심부전(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 HFpEF)을 노린 2상 Vitality 임상 실패 탓에 버큐보는 매우 느린 판매 증가를 보일 것이라고 SVB리링크의 분석가인 다이나 그레이보슈(Daina Graybosch)는 예상했다. 올해 낮은 한 자리수 백만달러 매출, 2022년과 2023년에 5000만달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녀의 미국 최고 매출 예상액은 약 3억달러 정도다. 이는 엔트레스토로도 최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의 약 30%를 버큐보가 가져간다는 가정 아래 나온 예상치다.
이에 대해 MSD의 글로벌 임상개발 부사장인 조어그 코글린(Joerg Koglin)은 “버큐보가 지향하는 환자군은 소집단이 아니다”며 “환자의 증세가 악화되는 사건은 ‘특정한 임상 유발 요인’이 될 수 있고. 이는 버큐보의 수요 증가를 불러오며, 버큐보는 심부전 전문 의사들에게 의미 있는 추가 ‘무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버큐보는 sGC 자극제로서 심혈관기능 경로의 키로서 작동한다. 바이엘은 이미 폐동맥 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 치료제로 미국에서 2013년 10월에 최초로 승인된 ‘아뎀파스’(Adempas 성분명 리오시구앗 Riociguat)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상당한 마케팅 경험을 축적한 상태다.
버큐보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 중 한 가지는 버큐보가 엔트레스토 환자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Victoria 임상에서 환자 중 15%가 엔트레스토를 복용했다. 코글린은 “버큐보가 엔트레스토를 사용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에서 동일한 이점을 보여줬으며 상세한 하위군의 임상결과가 곧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보슈는 “버큐보에 대한 의사들의 정서는 추가적인 치료 옵션이 생긴 것에 대한 기쁨”이라며 “엔트레스토로 치료받은 환자들이 약물의 혜택을 확인하는 리월월드 임상평가 데이터와 긍정적인 삶의 질 개선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이익이 뒷받침될 때 의사들이 ‘열정적’으로 처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