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알렉시온 390억달러 인수 ‘남는 장사’ … 재즈파마 3년간 4개 신약 허가 … 버텍스, 풍부한 현금에 ‘매물’ 찾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로 점점 주가를 올리고 있는 ‘2021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16일(현지시간) 막을 내리면서 올 한해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의 윤곽을 드러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이번 컨퍼런스는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구름 속에서도 그 뒤의 별빛은 언제나 초롱초롱함을 보여줬다. 신종 코로나를 극복하면서 꿋꿋이 전진하는 면모를 과시한 주목받는 기업들을 요약, 소개한다.
AZ, 알렉시온 인수에 390억달러 투입 ‘헛돈 쓴 것 결코 아냐’
아스트라제네카의 루드 도버(Ruud Dobber) 바이오 제약 사장은 자사가 ‘코로나19’ 백신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기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다. 그러나 이 회사는 전 세계 국가를 위해 30억회분의 생산 용량을 구축하고 있다.
도버는 루푸스 후보약 ‘애니프롤루맙(anifrolumab)’, 중증 천식 치료제 ‘테제펠루맙(tezepelumab)’, 빈혈 치료제 ‘록사두스타트(roxadustat)’를 올해 가장 전망이 밝은 제품으로 꼽았다.
지난해 12월 12일 390억달러에 인수한 알렉시온(Alexion)의 블록버스터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PNH) 및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 aHUS) 치료제인 ‘솔리리스’(Soliris, 성분명 에쿨리주맙 Eculizumab)와 그 후속약물인 ‘울토미리스’(Ultomiris 성분명 ravulizumab-cwvz)에도 기대를 걸었다. 혈액 관련 치료제 ‘솔리리스(Soliris)’와 ‘울토미리스(Ultomiris)’에도 기대를 걸었다.
알렉시온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아라드하나 사린(Aradhana Sarin)는 390억달러의 인수 비용이 높지 않느냐는 질문에 2020년 매출이 전년도에 예상했던 최고치인 59억달러를 넘어 59억5000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이며, 10월말에 양사가 예측했던 것보다 3억5000만달러나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5년에는 약 90억~100억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 신경과 환자의 수를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린은 2020년에 솔리리스는 전신중증근무력증(generalized myasthenia gravis, gMG) 및 시신경골수염스펙트럼장애 (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에서 미국 내 환자 수를 전년 1885명에서 2588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7500명의 환자에게 투여할 계획이다.
사린은 “계열 최강의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진단 및 치료를 지원하는 고도로 전문화된 현장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치료 일정의 각 단계에서 환자를 지원한다”며 “이런 능력은 독특해서 쉽게 복제할 수 없으며 희귀질환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자랑했다.
알렉시온의 핵심은 바이오시밀러가 조만간 등장할 예정인 솔리리스의 후속제품인 울토미리스 육성에 달렸다. gMG와 NMOSD를 적응증으로 하는 울토미리스의 3상 데이터는 각각 올해 하반기와 2022년 하반기에 판독될 예정이다.
알렉시온은 C5(보체) 억제제 시장의 대부분이 그때까지 솔리리스에서 울토미리스로 이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토미리스가 2건의 3상 임상이 모든 주요평가지표에서 솔리리스를 압도하고 편의성도 낫기 때문이다. 울토미리스는 피하주사로 주1회 자가주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알렉시온은 2025년에 gMG 적응증으로 출시될 3세대 C5억제제 후보를 보유하고 있다. ALXN1720이라고 불리는 이 후보물질은 자동 주사기로 주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시간 작용형 이중특이성 미니 항체다.
주력 C5억제제 프랜차이즈 외에도 사린은 항응고역전제인 ‘안덱사’(Andexxa, 성분명 안덱산트알파 andexanet alfa)를 ‘재활력 출시(repowered launch)’라고 지칭했다. 이 약은 작년 5월에 포톨라파마슈티컬스(Portola Pharmaceuticals)로부터 14억4000만달러에 인수한 자산이다.
당시 안덱사는 암울한 판매 수치 때문에 즉시 투자자들의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알렉시온은 안덱사가 대응할 수 있는 항응고제를 더 늘려 적응증을 넓히고 병원 영업현장에서 회사의 경험과 결합시켜 시장을 확대하면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알렉시온은 울토미리스를 포함해 2023년까지 10개 품목을 출시할 계획이다.
재즈파마, 올해까지 4개 신약 … 2022년 매출 절반 이상이 신약서 나올 것
재즈파마슈티컬스(Jazz Pharmaceuticals)는 지난해 7월 21일 기면증 치료제 ‘자이와브’(Xywav 성분명 칼슘+마그네슘+칼륨+옥시베이트나트륨, calcium, magnesium, potassium, and sodium oxybates) 경구용 액제가 FDA의 허가를 취득했다.
또 작년 6월 15일에는 스페인 제약사 파마마(PharmaMar)와 함께 개발한 ‘제프젤카’(Zepzelca, 스페인명 Zepsyre, 성분명 lurbinectedin 러비넥테딘, 코드명 PM1183)가 백금착제 항암제로 치료 중이거나 치료한 후에도 증상이 진행된 전이성 소세포폐암(SCLC)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항암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2019년 3월에는 국내 SK바이오팜과 공동 개발한 기면증 치료제 ‘수노시정’(Sunosi, 성분명 솔리암페톨, Solriamfetol, 국내 미허가)이 FDA 승인을 받았다.
이처럼 3개 품목을 승인받은 재즈파마는 올해도 혈액암 치료제 JZP-458이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및 림프모구성 림프종이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12월 FDA에 신약승인신청서가 제출됐다. 재즈는 FDA의 실시간항암제심사(Real Time Oncology Review) 프로그램에 따라 올 연말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받게 된다.
부르스 코지디(Bruce Cozadd) CEO는 “수년간 기면증치료제인 ‘자이렘’ (Xyrem, 성분명 옥시베이트나트륨, Sodium oxybate)의 성장에 의존해 왔지만 2021년에는 이를 바꿀 것”이라며 “신약, 새로운 시장 출시, 새로운 적응증 덕분에 재즈 매출의 절반 이상이 2022년까지 신약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재즈는 3가지 약물을 모두 코로나19 유행 탓에 디지털로 출시해 온라인 마케팅을 해야 했다. 이를 통해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에 적응하고 배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재즈는 자이와브의 후속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1분기에 특발성과수면증(idiopathic hypersomnia)에 대한 새로운 적응증을 획득하기 위해 신약승인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재즈파마는 2020년 매출이 23억2000만~23억8000만 달러로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웰스파고(Wells Fargo)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촉매가 풍부한 2021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즈파마 코자드 CEO는 “출시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회사는 지출 모드에 있다”며 “막대한 투자로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수노시에 대해 늘어난 소비자직접광고(DTC) 광고나 더 많은 의사에게 다가가기 위해 50여명의 신규 영업 직원을 채용한 것 등이 단적인 예다.
버텍스, 낭포성섬유증에서 시장 지배력 … 현금 보유고 62억달러 ‘돈 될 파이프라인’ 찾기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버텍스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는 시장지배적인 낭포성섬유증(cystic fibrosis, CF) 치료제들의 꾸준한 성장 덕분에 지난 몇 년 동안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일관된 수익성은 이 회사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 회사의 CEO 레쉬마 케왈라마니(Reshma Kewalramani)는 “버텍스는 현금 보유액 62억달러로 2020년 3분기를 마감했으며 부채는 없다”며 “새로운 신약 파이프라인 자산을 확보해 경쟁에 대비할 수 있는 재정적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CRISPR 유전자 편집, 단백질 분해제, mRNA 치료제 등 첨단과학을 추구하는 생명공학기업과 제휴하거나 인수하면서 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각 프로그램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버텍스는 더 발전되고 더 비싼 자산을 찾고 있다.
사렙타, 유전자 치료 분야 두각 … 8일 2상 실패 원인 적극 해명 ‘소기의 성과’
사렙타(Sarepta)는 지난 8일 뒤센근이영양증(DMD) 유전자치료제인 SRP-9001가 2상 임상 결과 운동기능능력 점수에서 위약군보다 나은 것을 입증하지 못해 주요 평가지표를 놓쳤다고 보고했다. 다만 젊은 피험자에게는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는 50% 급락해 하루 만에 수십억달러의 시가총액이 날아갔다.
CEO인 더그 잉그램(Doug Ingram)은 “처음 부정적인 데이터를 봤을 때 괴로워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11일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줬다. 처음에는 위약을 투여받고 48주 후에 유전자치료를 받은 11명의 환자의 생검 결과, 고무적인 징후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이들 환자는 과거 실험에서 관찰된 것과 비슷한 수준의 디스트로핀(dystrophin, 근육섬유의 구성물질)을 생산했다.
이런 교차환자(crossover patient)는 운동 기능이 향상되는지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48주 동안 추적조사를 받는다. 이는 유전자치료가 아직 유효성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려는 사렙타에게 또 다른 중요 데이터를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잉그램은 4~5세 환자 16명이 6~7세 환자 25명(실험군 12명, 위약군 13명)보다 기대되는 근력 향상 능력을 더 잘 보여줬으며 6~7세 환자의 경우 같은 나이더라도 운동기능 면에서 이질적이고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어서 실험 결과에 오차를 낼 수 있다고 설득해 주가를 재반등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이에 사렙타 주가는 11일 9% 상승했다가 12일 2.8%가량 하락했다.
바이오젠, 아두카누맙 승인 나면 ‘대박’ … ‘스핀라자 건재’ … 세이지 도입 ‘주라놀론’ 성공 기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병 신약후보물질인 ‘아두카누맙(aducanumab)’의 허가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바이오젠은 승인되면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최초의 시판 의약품으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커다란 타격과 불신을 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11일 바이오젠 CEO 미셸 분타소스(Michel Vounatsos)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경쟁 구도에도 불구하고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치료제인 ‘스핀라자주’(Spinraza 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 Nusinersen)’는 판매율 1위 의약품으로 건재하다”며 “세이지테라퓨틱스(Sage Therapeutics)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우울증 치료제 주라놀론(zuranolone, 코드명 SAGE-217)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젠은 주라놀론을 얻기 위해 지난해 11월 27일 세이지 주식 6억5000만달러 어치를 매입하고 우울증 치료제를 공동 개발에 필요한 선금 8억7500만달러를 선불 계약금으로 지급키로 하는 등 총 15억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사노피, 디지털최고책임자 ‘아르노 로버트’ 영입해 경영효율화 추진
사노피의 CEO 폴 허드슨(Paul Hudson)은 이 회사의 새로운 최고 디지털 책임자인 아르노 로버트(Arnaud Robert)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 분야에 대한 현실적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바이킹 크루즈(Viking Cruises)에서 근무하다 지난해에 사노피에 입사했다. 그 이전엔 디즈니와 나이키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허드슨은 “제약산업의 디지털 과제는 다른 어느 업계보다도 아주 현실적“이라며 “사노피는 내가 근무한 어떤 회사나 산업보다도 크다”고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음을 표현했다.
로버트는 백신에 대한 전자상거래를 확장하고, 전문약에 대한 환자 참여 및 디지털 마케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그는 입사 후 6주 만에 품목별, 지역별 매출을 보여줄 수 있는 앱을 구축했고 인공지능(AI)를 활용해 매출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선보일 예정이다. 수년 간 과도하게 이를 외부에 아웃소싱했다면 이제는 ‘인소싱’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꾀한다는 게 사노피의 전략이다. 이는 화이자, 미국 머크(MSD), 노바티스 등이 최근 수년 새 최고디지털책임자를 임명하며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GSK-비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2개 품목에 확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항체 분야 파트너인 비르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 책임자 조지 스캔고스(George Scangos)는 코로나19 치료제와 B형간염 백신 전망에 확신을 표명했다.
그는 “‘VIR-7832’로 코로나19 치료 및 예방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는 또 하나의 ‘코로나19’ 중화항체인 ‘VIR-7831’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들을 위한 초기 치료용 항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간단일클론항체로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테바, 편두통 치료제 ‘아조비’ 및 헌팅턴병 치료제 ‘오스테도’에 기대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Teva) CEO 코레 슐츠(Kåre Schultz)는 ‘안정’과 ‘성장’을 강조했다. 정리해고와 시설폐쇄 등이 포함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를 의식한 발언이다. 테바는 최근 수년 새 13개 제조공장을 폐쇄했으며 전 세계 직원 수를 5만3000여명에서 약 4만명으로 줄였다.
슐츠는 “우리는 이제 우리 사업에 맞는 기본적인 발자국(footprint)을 갖게 됐다”며 “지금 성장 및 최적화 단계에 있으며 이는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테바는 편두통 치료제 ‘아조비주사’ (Ajovy, 성분명 프레마네주맙-vfrm, fremanezumab-vfrm)와 헌팅턴병 치료제 ‘오스테도정’(Austedo 성분명deutetrabenazine 듀테트라베나진)가 올해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네릭 사업 부문은 바닥을 쳤으며 회사는 부채를 340억달러에서 240억달러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