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조개, 초밥 또는 칼국수 국물 … 피조개, 겨울철에 깊은 맛 … 키조개·가리비 ‘특유’의 관자요리
겨울의 정점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확산 기세가 완강하다. ‘집콕족’이라면 갇혀 있는 스트레스로 입맛이 떨어질 만하고 자칫 건강을 잃기 쉽다.
덩치가 큰 조개는 작은 조개와 달리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더불어 풍부한 육질로 도망간 입맛을 되찾게 해 줄 묘수가 될 수 있다. 작은 조개가 담백하고 온유한 국물을 낸다면 큰 조개는 깊고 진한 감칠맛으로 식상한 미각을 달래줄 것이다.
조개는 날로 먹기도 하고, 굽거나, 탕을 끓이거나, 살만 발라내어 찌거나 튀김으로 먹기도 한다. 뭣이든 그 맛이 일품이다. 살 외에 조개관자라는 껍데기를 여닫는 근육을 요리하기도 하는데 이 맛 또한 빠지지 않는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대형조개는 넉넉한 양으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자주 접하는 대형 식용조개들의 품종과 특징, 맛, 산지 등에 대해 김달래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금값 줘도 없어 못파는 귀하신 몸 ‘새조개’
새조개(학명 Fulvia mutica)는 새조개과(Cardiidae)의 조개로 껍데기의 길이는 7.8cm, 높이는 7.2cm, 폭은 5.38cm 정도이고 원형의 볼록한 형태를 하고 있다. 중앙부는 둥글게 부풀어져 있고 껍질은 매우 얇다.
껍데기 표면에는 40∼50개의 가늘고 얕은 방사상의 주름인 방사륵(放射肋)이 있다. 이 방사륵을 따라 부드러운 털이 촘촘히 나 있다. 껍데기 표면은 연한 황갈색의 각피로 덮여 있고 안쪽 면은 홍자색이며 발은 삼각형으로 길고 흑갈색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 선생이 저술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작합(雀蛤), 속명 새조개(璽雕開)와 관련, “큰 것은 지름이 4~5치 되고 조가비(조개껍질)는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 털과 비슷해 참새가 변하여 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북쪽 땅에서는 매우 흔하지만 남쪽에서는 희귀하다”라고 간단하게 기재돼 있다. 너무 간단하게 기술돼 어떤 종인지 확언할 수 없으나, 새조개에 관한 기록인 것으로 추측된다.
새조개라는 명칭은 속살의 외양이 마치 새의 부리 모양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붙여졌다. 주로 다리 부분을 식용하는데 닭고기 맛과 비슷하다 하여 조합(鳥蛤)이라고도 한다. 살의 크기가 두툼하고 쫀득한 식감이 있는데다 닭고기 맛과 비슷한 맛이 나 인기가 많다.
보통 내해의 수심 5∼30m의 진흙 바닥에 서식하며 발을 이용해 이동한다.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정약전은 북쪽 바다에 흔하고 남쪽에서는 희귀하다고 적었는데 지금과는 상반된 기술이다.
특별한 양식법이 개발되지 않은 탓에 음식점에서 먹게 되는 새조개는 자연산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이후 통계청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어획량이 급감, ‘금값을 주어도 없어서 못판다’는 귀한 몸이 됐다.
겨울철이 제철인 새조개는 초밥재료나 생식, 구이 등으로 인기가 좋으며, 데쳐먹기도 하는데 새조개를 데친 국물에 칼국수를 끓이면 그 맛이 일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살을 깨끗이 씻어 말린 후 건조시키거나, 삶은 물을 농축해 조미료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겨울바다의 보석, ‘피조개’
피조개(학명 Scapharca broughtonii)는 돌조개과(Arcidae)에 속하는 대형 꼬막의 일종이다. 피꼬막, 피고막, 뉘비꼬막, 뉘미조개, 떨꼬막, 놀꼬막 등의 별칭이 있으며 예전에는 피안다미조개라고도 불렸다.
껍데기 길이는 12cm 정도, 큰 것은 20cm에 이르며, 높이가 9cm 정도인 대형조개다. 껍데기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껍데기가 얇지만 단단하며 표면에 40~44줄의 부챗살 모양의 홈인 방사륵이 있다.
패류 중에서는 드물게 혈색소가 헤모글로빈으로 이로 인해 살이 붉게 보이기 때문에 피조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간조선 부근에서부터 수심이 50m 되는 곳까지 살고, 저질의 모래개흙질인 곳에 주로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삼천포와 여수, 통영, 마산, 진해만, 충무만 등에 많이 서식하며 특히 진해만산은 품질이 우수해 예로부터 유명하다.
피조개가 피꼬막과 같은 것이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양식한 피꼬막을 피조개라고 하기도 한다. 일부는 전남 연안에서는 피꼬막, 경남 연안에서는 피조개로 달리 부른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등소이한 것으로 보면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피조개는 꼬막류 중에서 가장 크고, 육질이 연하며, 다른 조개에 비해 단백질과 타우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시력 회복과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에서는 피조개가 오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기능을 도우며, 양기를 돋우고 갈증을 멈추게 한다고 해 널리 쓰이고 있다.
피조개는 선명한 붉은 색에 육질이 탄탄해 주로 회나 초밥으로 만들어 먹는다. 삶거나 구워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일품이다. 치즈와 함께 섭취하거나 튀김으로 조리해 먹으면 피조개에 부족한 필수지방산을 보충할 수 있다.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수온이 내려가면 살이 차고 육질이 부드러워지며 영양가가 높아지는 만큼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의 겨울철이 섭취의 최적기다
조개 중의 왕으로 손색없는 ‘키조개’
키조개(학명 Atrina(Servatrina) pectinata)는 키조개과(Pinnidae)에 속하는 전체적으로 삼각형의 형태를 띠고 있는 대형 조개다. 껍데기 크기가 최장 20cm에 이른다.
껍데기의 폭이 좁고 아래로 점점 넓어지는 삼각형으로 마치 곡식 따위를 까부르는 키를 닮았다 하여 ‘키조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산에서는 ‘채이조개’라 부르며, 남도지역에서는 ‘게이지’, ‘개두’라 부른다. 마산·진해 부근에서는 ‘챙이조개’, 군산·부안에서는 ‘게지’, 보령·서천·홍성에서는 ‘치조개’라고도 한다.
껍데기의 빛깔은 회록갈색 또는 암황록색으로 안쪽 면은 검은색이며 진주광택이 난다. 껍데기는 얇아 잘 부스러지며 겉면에 성장맥과 방사륵이 있다.
주로 내해·내만의 조간대에서 수심 5∼50m까지의 진흙에 살며 7∼8월에 산란하는데 발생 후 15∼20일 동안은 부유(浮遊) 생활을 하다 곧 족사(足絲)를 내어 군락을 이루며 부착생활에 들어간다.
크기로는 ‘조개 중의 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 때문에 장식품으로도 활용한다. 서해안과 남해안에 서식하며 충남 보령시 오천이 주산지로 유명하다.
키조개는 샤부샤부, 꼬치, 구이, 무침, 회, 초밥, 전, 죽, 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되며 특히 조개관자가 인기가 좋다.
타우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피로 회복과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에 효과가 있다. 필수아미노산과 철분도 풍부해 동맥경화와 빈혈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1000g 당 57kcal로 지방 함량도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재료다.
날것으로, 구워도, 쪄도 맛의 최고봉 ‘가리비’
가리비(학명 Patinopecten yessoensis)는 가리비과(Pectinidae)에 속하는 패류로 여러 종류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것은 주로 큰가리비, 비단가리비, 국자가리비 등이다.
큰가리비는 시중에서 흔히 참가리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해양수산부에 등재된 공식 명칭은 큰가리비다. 원형에 가까운 부채꼴을 띠고 있다.
보통 수산시장에서 보는 가리비는 크지 않은 것들이 많은데 이는 성장하기 전의 것을 채취했기 때문이다. 당장 동해안만 가도 서울의 횟집이나 시장에서 보는 것과는 크기에서 격이 다르다. 큰가리비의 성체는 껍데기 지름이 20cm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에서만 서식하며 밑바닥의 지질이 모래와 자갈 등 사력질이고 수심이 10∼70m 되는 곳에 산다. 이른 봄에 산란한 알이 해수 중에서 수정한 다음, 발생하여 2~3주간 부유생활을 하고, 곧 실 모양의 부착물인 족사로 부착생활에 들어간다.
가리비는 한번에 1억 개가 넘는 알을 낳아 조개류 중에서 최고의 산란 능력을 자랑한다. 이런 이유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탄생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보티첼리의 작품 ‘비너스의 탄생’은 미의 여신 비너스가 가리비를 타고 육지에 도착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딸을 시집보낼 때 새 생명의 탄생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가리비 껍데기를 싸 보내는 풍습이 있었다.
가리비 관자요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으로 치명적 매력을 자랑한다. 뛰어난 맛과 영양 성분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리신이 풍부하다. 타우린 성분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며, 칼륨·칼슘 등 무기질을 다량 함유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또 칼로리와 콜레스테롤이 낮고 단백질은 풍부하되 지방은 적은 저열량 식품이어서 칼로리를 조절해야 하는 식단에도 안성맞춤이다.
가리비는 신선한 회로 먹어도 달콤하고 맛있으며 구이도 훌륭하다. 하지만 탕과 국물 요리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단백질이 풍부해 각종 채소를 곁들여 섭취하게 되면 서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줄 수 있어 음식궁합으로도 최고다. 다만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냉장고에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