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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 추위를 참고 열매 맺는 ‘겨우살이’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2-28 17:55:44
  • 수정 2020-12-28 18: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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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적 천연 면역항암제 …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 괴사 유도 … 과다복용하면 발작성 경련 일어나
겨우살이
MBN의 인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겨울철에 자주 하는 일과 중 하나가 겨우살이 채취다. 여름에는 무성한 초록 잎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 낙엽이 지고 나면 선연하게 아름다운 녹색빛을 드리우는 게 왠지 약효가 있을 것 같기만 하다. 서구에서는 겨우살이 자체를 또는 모조품을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용으로 쓴다. 대표적인 천연 면역항암제로서 암을 자연치유하는 사람이라면 꼭 찾아먹는 겨우살이를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유럽서도 일찍이 암 치료제로 사용 … 과도하게 섭취하면 경련으로 호흡정지 초래 주의
 
겨우살이는 뽕나무, 참나무, 밤나무, 팽나무, 뽕나무 등 활엽수에 붙어 기생하는 작은 상록수다. 엽록소를 갖고 광합성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숙주 나무에서 물이나 양분을 일부 빼앗는 반기생식물로 사계절 푸른잎을 지닌다. 이런 성질로 ‘얌체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대만, 중국, 유럽, 아프리카 등에 널리 분포돼 있다. 해외에서는 미슬토(mistletoe)라고 한다. 
 
새의 둥지처럼 둥글게 자라 지름이 최대 1m에 달하는 것도 있다. 3월에 노란색의 꽃이 가지 끝에 핀다. 겨우살이의 열매는 둥글고 10월에 연노란색으로 익는다. 일부는 붉은색을 띠기도 한다. 과육이 잘 발달 돼 산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며 이 새들로 인해 나무로 옮겨 퍼진다.
 
어디에서나 잘 자라며 씨앗에서 싹이 트면 줄기가 몇 번씩 Y자형으로 갈라지다가 마지막 줄기에 두 개의 파란잎이 마주보고 달린다. 잎은 마치 선인장처럼 두꺼우면서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다. 줄기는 유연성이 매우 좋고 Y자 형태로 잘 엉켜 있어 마치 까치집처럼 둥근 형태를 유지해 웬만큼 센 바람이 불어도 부러지거나 흩어지지 않는다.
 
대개 이른 봄에 두 개의 마주보는 잎 사이에서 꽃이 핀다. 암꽃과 수꽃이 따로 다른 나무에서 펴 바람이나 곤충의 힘을 빌려야 수분이 된다. 끝이 갈라진 종모양 꽃들은 2~3개씩 모여서 피며 암꽃은 수꽃보다 좀 큰 편이다. 가을이 되면 콩알만한 열매가 달리는데 잘 익을수록 과육이 끈적끈적해진다. 내장산, 지리산, 덕유산은 겨우살이가 많은 곳이다.
 
겨우살이는 느릅나무‧자작나무‧버드나무‧단풍나무 등에 기생하는 해기생(檞寄生, 소나무 해), 뽕나무과‧참죽나무과‧너도밤나무과‧밀감과‧장미과‧콩과 등에 기생하는 상기생(桑寄生, 뽕나무 상), 뽕나무‧녹나무‧동백나무‧산조인‧용안 등에 기생하는 모엽상기생(毛葉桑寄生), 소나무에 기생하는 송라(松蘿) 등이 있다. 모두 약용으로 사용한다. 유럽에서는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좋은 것으로 여긴다.
 
한방에서는 겨우살이의 줄기와 뿌리를 상기생이라고 부르는 데 뽕나무에 자라는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독활기생탕(獨活奇生湯)이라는 처방으로 풍습(風濕)에 의해 아픈 증상을 치료했었다.
 
동의보감 탕액편에 “상기생은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쓰고 달면서 독이 없다. 힘줄과 뼈, 혈맥과 피부를 충실하게 하고 수염과 눈썹을 자라게 한다. 요통, 종기, 쇠붙이에 다친 염증을 낫게 한다. 임신 중에 하혈하는 것을 멈추게 하고, 출산 후에 생긴 병과 자궁출혈을 그치게 한다. 늙은 뽕나무 가지에서 자라는데 잎사귀는 귤나무 잎과 비슷하면서 두텁고, 부드러우며 줄기는 홰나무가지 같으며 살찌고 연하다. 음력 3~4월에 누렇고 하얀 꽃이 피고, 6~7월에 열매가 익는데 색이 누렇고 팥알만하다. 다른 나무에서도 붙어 자라는데 뽕나무에 자란 것만을 약으로 쓴다. 음력 3월초에 줄기와 잎을 따서 그늘에서 말린다.”고 적혀 있다.

겨우살이는 다당류, 루페올, 비스코톡신, 아세틸콜린, 올레아놀릭산, 베타아미린, 렉틴, 펩타이드, 플라보노이드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이 가운데서도 렉틴(Lectin)은 암세포의 특수한 당 구조를 인식하는 단백질로 체내의 유해물질과 싸우는 T임파구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스코톡신(Viscotoxin)은 고용량에서는 암세포를 분해하고, 저용량에서는 면역체계를 촉진하며 T임파구와 백혈구의 활동을 증진한다.
 
펩티드는 항종양효과와 면역력 조절작용을 하고, 다당류는 자연살해세포를 활성화하며, 알칼로이드는 다양한 종양세포에 강력한 독성 효과를 발휘한다.
 
상기생의 주성분은 플라보노이드에 속하는 아비쿨라린(Avicularin)이다. 아비쿨라린에는 이뇨, 혈압 강하, 항바이러스 작용이 있다. 간독성으로부터 간세포를 보호하는 작용도 있다. 류마티스, 신경통, 산후 유즙부족, 울혈성 신염, 월경곤란, 자궁탈수 등에 사용된다. 한방에서는 수태환(壽胎丸)과 독활기생탕으로 처방된다. 아비쿨라린의 독성은 약한 편이지만 중독되면 발작성 경련으로 인해 호흡이 정지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겨우살이는 암치료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유럽에서는 겨우살이가 항암 및 항바이러스 작용이 큰 암치료제로 널리 인정받고 있고, 독일에서는 한 해 약 300t 이상의 겨우살이를 가공해 항암제, 고혈압치료제, 관절염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겨우살이 면역항암제에는 미슬토렉틴, 비스코톡신, 미슬토소포(vesicle), 다당류 등이 함유돼있다. 이들 성분은 면역체계를 강화시켜주고 암세포의 괴사를 유도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한다.
 
또 β-엔도르핀 분비를 증가시켜 진통제 없이도 70%의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미슬토렉틴, 비스코톡신 등 단백질 성분을 경구 투여하면 위장관에서 분해돼 효과를 낼 수 없으므로 주사로 투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겨우살이가 항암 약재로 널리 알려지면서 불법 채취의 표적이 돼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특성상 남획되기 쉬워서다. 이런 이유로 201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덕유산과 오대산처럼 약용 식물이 많은 곳에 특별 단속팀을 투입하기도 했다.  무분별한 채취의 자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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