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C,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 … 대웅제약 “매출 영향 미미, 모든 법적절차 동원 할 것”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툴리눔 균주 소송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예비판결에 따른 수입금지 기간이 대폭 줄어든데다 ITC가 “보툴리눔 균주에는 영업비밀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련 예비판결 내용을 파기, 핵심 쟁점과 관련해서는 메디톡스가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ITC는 16일(현지시각) 최종판결을 통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주보’(국내 제품명 ‘나보타’)의 수입을 21개월 동안 금지토록 하는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을 하는 동시에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에는 ‘주보’의 판매 및 유통 금지 명령을 내렸다.
ITC는 “검토 결과 예비판결 내용을 일부 인용, 일부 파기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으로는 앨러간 ‘보톡스’와 관련한 (소송) 관할권·당사자 적격·국내산업·영업비밀 존재와 메디톡스 제조공정과 관련한 영업비밀 존재 및 도용이 있었다고 결론 내린 예비판결은 인정하고,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에 영업비밀이 존재한다는 예비판결 내용은 파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간 ‘주보’의 수입금지를 권고한 행정판사의 예비판결을 부분적으로 파기하기로 했다”며 “위원회는 21개월 동안 대웅제약에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을, 에볼루스에 판매 및 유통 금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ITC 행정판사는 당초 대웅제약 ‘주보’의 수입을 10년동안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예비판결을 내린 바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둘러싸고 장기간 갈등을 벌여왔다. 2019년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미국 ITC에 제소했고, 올해 7월 ITC 행정판사가 대웅제약 '나보타'에 대해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한다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이후 대웅제약이 이의신청에 나섰고, ITC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재심사를 진행해 왔다. 최종판결 역시 지난 11월 6일에서 11월 19일로, 다시 12월 17일로 총 3차례 미뤄졌던 상황이다.
ITC는 무역 문제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권을 가진 미 대통령 직속의 준사법적 연방독립기관이다. ITC가 제337조 위반 행위가 존재한다고 최종결정을 내리고 나면 대통령에게 전달돼 대통령의 승인을 거치게 된다. 미국 대통령은 국제무역위원회의 결정 전달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해당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ITC의 최종결정 및 조치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통지된 날에 효력을 상실한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판결을 엘러간의 승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이번 ITC 판결에 대해 “애브비가 보톡스 라이벌의 미국 수입차단을 막으면서 승리를 거뒀다”며 “ITC가 에볼루스가 판매를 담당하는 ‘주보’에 대해 21개월간 미국 수입 금지를 결정하면서 당분간 '보톡스'의 독점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애브비는 엘러간 인수를 통해 '보톡스'의 허가, 판매권을 소유하고 있다.
ITC 최종판결이 전해진 직후 나스닥에 상장중인에볼루스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3.9% 하락했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파트너사로서 미국 현지에서 ‘주보’의 판매를 담당한다.
대웅제약 “균주전쟁 승리, 사실상 ITC 승소, 21개월 수입금지 명령 즉각 가처분 신청 … 항소 통해 승리 확신, 거부권도 가능성 높아”
다만 이번 판결로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둘러싼 양사의 분쟁이 즉각 종결되진 않을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ITC의 최종결정과 관련 “ITC 위원회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엘러간의 독점 시장 보호를 위한 자국산업보호주의에 기반한 결과”라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TC의 21개월 금지명령에 대해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및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항소를 통해 최종 승리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 예비 판결은 일부 인용, 일부 파기했는데, 앨러간 ‘보톡스’와 관련한 (소송) 관할권·당사자 적격·국내산업·영업비밀 존재와 메디톡스 제조 공정과 관련한 영업비밀 존재 및 도용(misappropriation)이 있었다고 결론 내린 예비판결은 인용하고,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에 영업비밀이 존재한다는 예비판결 내용은 파기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메디톡스 제조공정은 이미 1940년대부터 논문 등에서 공개돼 있는 것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고, 대웅의 공정은 많은 부분에서 메디톡스 공정과 다르기에 일부 공정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침해의 증명이 될 수 없다”며 “메디톡스의 공정들은 이미 널리 논문에서 알려져 있는 것들로 대웅은 이미 이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실험을 한 기록이 있으며 기록에 반영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웅제약 ‘나보타’는 불순물을 극소화한 원액 제조공법 및 감압건조 완제제조 공법을 자체 개발해 적용하여 특허 획득 및 미국 FDA 허가까지 완료한 바 있다”며 “이번 결정은 실체적 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다. 그동안의 균주 관련 메디톡스 주장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다. 나머지 기술 부분도 엉터리 주장임이 곧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영업비밀 침해 없이 나보타를 자체 개발했음이 명백하다. ITC의 제조공정 기술 침해 결정은 명백한 오류로,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밝히고 승리할 것”이라며 “ITC 결과에 관계 없이 나보타의 글로벌 사업은 계속될 것이다. 나보타의 미국 판매가 일시적으로 중지되더라도 연간 매출에서의 나보타 미국 매출 비중은 현재 2% 미만이기에 기업경영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최종결과에 대해 “이번 판결로 당사 균주와 제조기술을 대웅이 도용했음이 명명백백한 진실로 밝혀졌다”며 “대웅은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오랜 기간 허위주장을 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웅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더라도 방대한 증거들을 통해 유죄로 결정된 혐의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ITC에서 대웅의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한국 법원과 검찰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