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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코로나19 백신 미국서 긴급사용 승인 … 트럼프 “24시간 내 접종”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12-12 16:36:33
  • 수정 2021-07-04 15: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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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6번째 승인 … 의료진·요양시설 우선, 내년 3월까지 1억도스 공급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1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텍이 공동 개발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사용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 내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은 영국(2일)과 바레인(4일) 캐나다(9일), 사우디아라비아(10일), 멕시코(11일 낮)에 이어 6번째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국이 됐다. 유럽연합(EU)은 몇 주 내로 사용승인을 내릴 예정이다.
 
관련기사: 미국, ‘화이자 백신’ 긴급 승인 목전  … 영국‧바레인‧캐나다‧사우디 이어 5번째 

로이터통신은 1차 출하분 290만도스(1도스는 1회 접종분, 화이자백신은 2도스가 1인 접종용)는 의료진과 장기 요양시설 입소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각 주 정부에 의료진과 장기 요양시설 입소자·직원 등 필수인력과 취약계층에 백신을 먼저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중계 영상에서 “첫 백신접종이 24시간 내 이뤄질 것”며 “페덱스, UPS 등 운송업체와 협조해 이미 미국 전역에 배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운송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내년 3월까지 1억 도스의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며 일반 국민 접종은 무료다.
 
실제 접종은 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ICP)의 백신 사용 권고와 CDC의 수용 절차를 거쳐 개시된다. 영하 70도란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며 백신을 최대한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미국 보건당국은 화이자와 운송업체, 의약품 도매업체, 각 주 보건당국, 군, 병원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해놓은 상태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를 위해 백신은 드라이아이스 등과 함께 특별 포장돼 유통되며 백신 상자엔 추적 장치와 온도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가 부착된다.
 
백악관, 美 최악의 상황, FDA 국장에 “오늘 승인 안 하면 사퇴 각오” 압박 … 신뢰 저하 우려
 
금요일인 11일 저녁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 이면에 백악관의 강력한 압박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마크 메도우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스티븐 한(Stephen Hahn) FDA 총괄국장에게 전화해 이날 내로 긴급사용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직서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한 국장은 통화내용에 대한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메도우 실장으로부터) 지속해서 신속히 일하라는 격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지속적인 독려와 압박 끝에 드디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11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트럼프로서는 대선이 한 달만 늦춰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트럼프는 코로나19백신 신속 개발을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기 위해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도 트위터에 “내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밀어줬는데 둔한 관료조직인 FDA는 많은 위대한 새 백신들의 승인을 5년간 쌓아뒀다”며 “그 망할 백신, 당장 내놔라. 게임을 그만하고 생명을 살리라”고 목청을 돋궜다.
 
이에 NYT는 “FDA는 어쨌든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백악관으로부터 지속적입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FDA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북반구가 겨울철이 되면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상황에서 백신 긴급사용 승인은 분명 기쁜 소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최악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매우 드문 희망의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연일 최악을 갱신하고 있다. 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는 1547만4000여명, 사망자는 29만1000여명에 달한다. 확산세도 심각해 10일 기준 1주일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는 20만4000여명, 1주일 평균 일일 사망자는 2300여명이다.
 
백신으로 일상 회복이 가능해지려면 접종률이 70%는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코로나19 권위자 앤서니 파우치(Anthony S. Fauci)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AID) 소장은 “국민 70% 또는 75%가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의 혜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텍 백신의 승인은 개발 착수 11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통상 백신 개발에 10년 안팎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신속하게 개발 과정이 완료됐다. WP에 따르면 수두백신은 34년,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은 15년, 홍역백신은 9년 등 백신 개발엔 평균 10여 년이 걸렸다.
 
화이자 백신은 4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95%의 효과를 입증해 이번에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이 백신과 마찬가지로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모더나의 백신도 현재 FDA의 긴급사용 승인 심사를 받는 중이다. 모더나는 10일 ‘mRNA-1273’ 백신의 임상 2/3상 시험에서 12세 이상 18세 미만 연령대 청소년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첫 투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인 수백만 명이 이달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모더나의 백신이 빨리 승인되면 이것이 더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더나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논의하는 FDA 자문위 회의는 오는 17일로 예정돼 있다. 당초 알려진 18일에서 하루가 더 당겨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화이자(1억도스)와 모더나(2억도스) 외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3억도스), 노바백스(1억1000만도스), 존슨앤드존슨(1억도스), 사노피-글락소스미스클라인(1억도스) 등과도 백신 구매계약을 체결해 현재까지 총 9억1000만도스의 백신을 확보했다.
 
10년 걸릴 코로나백신 초고속 개발 … “막대한 개발비 지원‧기술 발전·中축적 데이터 요인”

코로나19 사태 후 1년도 채 안 돼 백신이 나온 것은 막대한 개발비 지원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 백신이 초고속으로 개발이 가능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 막대한 개발비 지원을 꼽았다.

각국 정부가 백신 개발에 공공 재원을 쏟아부었을 뿐만 아니라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과 같은 민간 영역에서도 상당한 자금을 기부했다. 제약업체들은 자금 문제 우려를 제쳐두고 신속하게 백신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상황이 긴박한데다, 백신 예비 수요가 높은 점도 백신 개발 속도가 빨랐던 이유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또 중국 과학자들이 코로나19의 유전자 서열을 공유한 점과 이미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 연구가 축적된 점도 도움을 줬다.

일련의 과정들이 기존 백신 개발 및 생산 플랫폼을 활용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개발 및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졸탄 키스 박사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용한 mRNA 백신 플랫폼 기술은 개발된 지 2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기존 백신의 임상시험이 순차적으로 진행된 반면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1/2상. 2/3상 방식으로 동시에 진행된 것도 빠른 개발에 기여했다.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처리 작업도 효율화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백신 개발에 도움을 주려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신속하게 모집할 수 있는 점도 백신 개발 기간을 줄였다.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개발에 참여한 브리스톨대의 아담 핀 교수는 “과거엔 피험자 모집에 통상 몇 주, 몇 개월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하룻밤 사이에 모집됐다”고 말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텍의 코로나19 백신이 심사기관의 실시간 사전검토 방식의 ‘롤링 리뷰’(rolling review)를 거친 점도 백신 심사가 빠르게 이뤄진 배경으로 꼽혔다. 롤링 리뷰는 임상시험 자료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망한 의약품이나 백신 승인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우선 제출된 자료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스티븐 에번스 교수는 “제약업체들은 승인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과 승인되지 않았을 경우의 위험성을 감안해 실험 데이터가 모두 모일 때까지 신약승인신청을 늦춘다”며 백신 신약 승인에서 롤링 리뷰 방식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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