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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이자 백신’ 긴급 승인 목전 … 영국‧바레인‧캐나다‧사우디 이어 5번째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2-11 12:03:00
  • 수정 2021-07-07 01: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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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더나는 임상 2/3상서 12~18세 청소년 대상 첫 투여 … 트럼프 ‘자국민 우선주의’ , 한국엔 영향 없을 듯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할 백신 개발‧확보를 위해 제약사들과 각국 정부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0일 (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EUA)을 권고했다. FDA 자문위원회는 16세 이상에서 이 백신 접종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VRBPAC는 이날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신청한 코로나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안건을 심의한 뒤 표결을 통해 찬성17, 반대4, 기권1로 이같이 결정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FDA가 VRBPAC의 권고를 토대로 이날 혹은 11일 긴급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FDA는 앞서 지난 8일 화이자·바이오엔텍이 코로나19 백신 임상 데이터가 EUA 허가를 위한 권고에 부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자문위 권고 이후 승인 절차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확보를 위해 운영 중인  ‘초고속 실행계획’(Operation Warp Speed)‘ 팀은 FDA의 EUA 허가가 나오면 24시간 이내에 백신 배포를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요양원 관계자와 의료 종사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배포될 예정이다. 화이자는 이달 말까지 미국인 25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오는 17일(당초 18일에서 하루 더 당김)에는 제약사 모더나가 신청한 백신 긴급사용승인 안건을 심사하는 FDA 자문위 회의도 예정돼 있다. 이후 존슨앤드존슨,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의 심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백신 최고 회의를 열고 미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미국민에게 먼저 공급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미국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백신을 미국인 먼저 맞는 백신 독점, 백신 고립주의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  행정명령은 “미국민의 안전과 경제 강화, 안보를 위해 미국이 개발 혹은 생산한 코로나19 백신을 미 정부가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공공 및 민간 기관들과 협력해 백신을 준비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우선 모든 미국인들에게 충분한 백신을 공급한 다음에 관련 부처와 협의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나열했다. 백신의 해외 수출을 막는 조항도 없다.

다만 트럼프는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미국내 수요가 부족할 경우 수출을 차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DPA는 비상상황에서 민간 기업에 의료물자 생산을 명령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N95 마스크와 인공호흡기에 대해 DPA를 발동한 바 있다. 그러나 임기말의 트럼프가 이를 실행할 동력이나 명분은 약해 보인다.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승인이 나오면  영국, 바레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전세계에서 5번째 허가가 된다.
 
영국 정부는 지난 2일 긴급사용승인을 내리고 의료진과 노인 등 우선 대상자에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바레인은 지난 4일, 캐나다는 9일, 사우디아라비아는 10일 각각 승인했다. 캐나다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반면 영국연방국가인 호주는 좀 더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자세다. 

화이자의 라이벌인 모더나는 10일 ‘mRNA-1273’ 백신의 임상 2/3상 시험에서 12세 이상 18세 미만 연령대 청소년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첫 투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동안 18세 이상으로만 임상시험이 이뤄져 청소년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봄부터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복원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中, 지난 7월 3상도 안 끝난 치료제 사용 승인 … 각국서 신뢰성에 의문 제기
 
중국 백신 개발은 ‘시노팜’(중국의약집단)을 선두로 ‘시노백’, ‘칸시노바이오로직스’ 등이 이끌고 있다. 현재 중국 내에서 임상시험 중인 백신은 모두 14개 종이지만 임상 3상에 들어간 것은 5개 종이다.

중국 최대 제약그룹인 국영 시노팜(중국의약그룹총공사, China National Pharmaceutical Group corporation, Sinopharm)의 자회사인 중국생물기술유한공사(China National Biotec Group, CNBG)는 지난 7월부터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페루 등 10개국에서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시노팜에서 개발한 것은 ‘불활성화 백신’(불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백신)으로 2차례 접종하는 방식이다. 시노팜 측은 “우리 백신을 접종한 사람만 지금까지 100만명이 넘는데 부작용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히고 내년까지 10억 회분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국 민간 제약사 시노백이 내놓은 백신 역시 불활성화 백신이다. 시노팜과 마찬가지로 지난 7월부터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서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연내 최종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연간 3억도스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중국 우한에서 세계 최초로 임상시험을 시작한 칸시노바이오로직스도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등에서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시노팜과 시노백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개발된 불활성화 백신이 신기술(mRNA)을 사용한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보다 안정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데이터가 없다. 어떤 제품도 핵심적인 단계라 할 수 있는 3상 임상을 완전히 끝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긴급사용승인을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3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긴급 승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다.
 
BBC는 "국영인 시노팜은 물론 시노백 역시 1상, 2상 임상시험 결과만 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노백은 몇 해 전 규제당국에 뇌물을 준 문제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노백 측은 10월 초 브라질에서 3상 시험 중 지원자가 사망해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 백신이 사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임상시험을 재개한 바 있다.
 
중남미·동남아, 검증안된 ‘시노팜·시노백’ 확보 위해 줄서
 
아직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중국 백신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지난 9일 세계 최초로 중국 시노팜 백신에 대해 공식 사용 허가를 내줬다. “유효성 86%”라는 발표도 덧붙였다. 시노백 백신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던 인도네시아는 “시노백 백신의 유효성은 약 97%”라고 발표하고 120만회 분량을 이미 자카르타로 들여왔다. 시노백은 이 나라에 백신 4000만 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중국 시노팜이나 시노백은 번듯한 3상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역시 시노백을 선택했다. 상파울루주는 이미 4600만 회분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1월 말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터키도 시노백과 5000만 회분 공급 계약을 맺었다.

韓 “4400만명분 확보, AZ 백신 국내 생산, 미 행정명령 영향 없다 … 철저한 검증, 부작용 백신 걸러낼 것”
 
우리 정부도 반년에 걸친 노력 끝에 4400만명분의 코로나19을 확보했다. 정부는 8일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와의 계약 체결로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계약된 총 분량은 6400만회분(도스)이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FDA의 승인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한국 백신 보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미국산 백신의 국내 보급 지연이나 다른 백신의 개발 실패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만약 한국이 내년에 들여올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의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제품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자칫 백신이 부족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추가 재정 부담이 생기더라도 충분한 백신을 확보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0일 브리핑에서 “백신 추가 확보 문제를 현재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백신 국내 도입이 지체되거나 개발 중인 백신에서 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이 단장은 “미국 등 다른 나라 심사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지만 우리 국민에게 사용될 백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다”며 “의학 전문지 ‘란셋’의 논문 문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 맺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란셋에 실린  AZD1222 백신의 3상 임상연구의 중간 분석결과 2가지 투여 용량을 종합적인 코로나19 예방효과는 70.4%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주관자인 옥스퍼드대가 영국과 브라질에서 진행한 3상 임상 연구에 참여한 총 1만1636명의 임상 참가자 가운데 증상을 동반한 감염이 확인된 131명을 기반으로 분석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연구팀의 실수로 피험자 2741명을 대상으로 처음 0.5도스(1도스는 1회 접종량)를 투여하고 한 달 뒤 1도스를 접종한 결과 90%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이와 별개로 브라질에서 임상시험 참가자 8895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모두 1도스를 접종한 임상에서는 예방 효과가 62%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투여용량 대비 유효성의 비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단장은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위탁생산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 대상이 아니어서 우리나라에서 틀림없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대해서는 “미국 행정명령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더 확인해 설명하겠다”고만 밝혔다.
 
긴급 승인한 백신들의 부작용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접종 전 여러 단계의 검증을 통해 안전하지 않은 백신이,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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