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아티린’이라는 제품명으로 알려진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오는 23일 임상재평가 자료제출 시한 마감을 앞두고 품목 취하의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12월까지 약 5개월간 콜린알포세레이트 품목허가의 취하 건수가 5건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6월 임상재평가 실시를 공고하며 오는 23일까지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총 134개사 255품목이 대상이었다. 임상재평가에 참여하지 않으면 품목허가가 취하된다.
만일 23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식약처는 행정처분을 내린다. 1차 제조업무정지 2개월, 2차 제조업무정지 6개월, 3차 허가취소 처분된다. 임상재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시점부터 8개월 후에 허가가 취소되는 것이다.
페널티가 있는 상황이라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은 공동임상에 참여하거나 품목을 자진취하하는 결정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보유하고 있는 134개사 중 70여개 업체가 임상재평가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업체들은 임상재평가 완료 후 유효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을 경우 임상재평가 기간의 급여액을 환수당할 수 있는 우려로 인해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종근당 컨소시엄과 대웅바이오 컨소시엄, 유나이티드제약이 임상시험 진행에 앞서 참여사들을 모집하고 있다. 종근당·대웅바이오컨스시엄은 치매(알츠하이머병)와 퇴행성/혈관성 경도인지장애(MCI)에 대해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시험 연구비는 290억원이며, 참여 회사는 약 40~50곳으로 N분의 1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유나이티드제약은 혈관성/퇴행성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시험 연구비는 60억원이며, 참여 회사는 20~30곳정도로 N분의 1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종근당‧유나이티드 관계자는 “임상계획서를 23일에 제출 예정이라 임상 시작 날짜라든지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재는 계획 수립단계라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상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씨티씨바이오는 최근 내부 회의 결과에 따라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임상재평가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씨티씨바이오는 ‘리콜린산제400㎎’, ‘리콜린정400㎎’ 두 가지 품목을 가지고 있다. 이후 계획에 대해선 확인 후 말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제제를 정리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6월13일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 재평가 공고가 실시된 후 12월 6일 현재까지 6품목이 자진 취하 또는 품목을 갱신하지 않았다.
제일 먼저 초당약품이 7월 31일 ‘코리넥스연질캡슐’을 자진 취하했다. 이어 9월 24일 HK이노엔 ‘이노엔콜린알포세레이트연질캡슐’, 10월 7일 대한뉴팜 ‘대한뉴팜콜린알포세레이트주’, 11월 13일 바이넥스 ‘리멘타정’, 12월 3일 한미약품 ‘콜리네이트시럽’ 등이 뒤를 따랐다.
씨엘팜은 유효기간이 만료된 ‘글리테린정’에 대해 품목갱신 신청을 하지 않아 11월 17일자로 품목이 취하됐다.
초당약품과 씨엘팜 관계자는 “이슈(유효성 부족 논란)로 인해서 품목갱신을 신청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며 “매출이 나오지 않아 생산계획이 없어 품목 갱신을 신청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초당약품의 경우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시장성을 고려해 허가를 취하하고 있다”며 “이번 취하도 회사 내부회의 결과 시장 전략상 취소됐다”고 말했다.
대한뉴팜 관계자는 “임상재평가랑 상관없이 내부 사정으로 취하했던 품목”이라며 “수출용이기도 하고 국내 판매계획이 없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제품에 대한 이상은 아니고 작년부터 생산해왔는데 적응증이나 효능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허가는 무의미하고 자연스레 발매할 필요가 없어져서 허가를 취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26일 이 제품을 출시했다가 1년 만에 거둬들이는 촌극을 연출했다.
식약처도 앞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제제를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 중 매출이 미미한 품목들의 경우 대다수 품목 자진 취하를 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N분의 1로 나누더라도 공동임상에 참여하는 비용부담이 작지 않을 것이다. 큰 돈을 들여도 임상재평가에서 유효성을 입증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최악의 경우 보험약제비가 환수당할 수 있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