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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가 80억달러에 인수한 ‘LOXO-305’ MCL, WM, CLL 1/2상서 우수한 유효성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12-09 14:03:43
  • 수정 2021-06-11 17: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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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R 각 83%, 68%, 63% … 기존 BTK억제제로 실패한 환자 많아 ‘의미심장’ … 맹주 ‘임브루비카’에 맞장

지난 수 년 간 금전적으로 가장 성공적이었던 암 치료제는 얀센과 애브비가 공동 판권을 갖고 있는 브루톤티로신키나제(Bruton’s tyrosine kinase, BTK) 억제제 중 하나인 ‘임브루비카캡슐’(Imbruvica, 이브루티닙 Ibrutinib)이다. 여러 형태의 림프종뿐만 아니라 흔한 백혈병 유형 치료제로 허가돼 활용도가 넓기 때문이다.
 
같은 계열 약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혈액암 치료제 ‘칼퀜스’(Calquence, 성분명 아칼라브루티닙 Acalabrutinib), 중국 베이진의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 치료제인 ‘브루킨사’(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 Zanubrutinib) 등으로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판매 중이다.
 
이에 릴리(Eli Lilly)가 2019년 1월 8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록소온콜로지(Loxo Oncology)의 BTK 억제제 파이프라인인 ‘LOXO-305’의 혈액암 데이터도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캘리포이나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제62차 미국혈액학회(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 ASH) 연례회의 및 박람회에서 소개돼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관련기사: 릴리, 항암제 연구개발 강화 위해 록소 출신 3인방 록소온콜로로지앳릴리 경영진에 앉혀
 
이번 학술대회에서 릴리는 치료 경험이 있는 외투세포림프종과 발덴스트룀거대글로불린혈증(Waldenström’s macroglobulinemia, WM), 기타 비호지킨림프종(Non-Hodgkin Lymphoma, NHL),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소림프구성림프종(SLL) 환자를 대상으로 한 1/2상 임상 BRUIN 연구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되는 연구 결과에서 환자들은 뛰어난 치료반응률을 보였으며, 이들 중 다수는 이미 판매 중인 기존 BTK 억제제 중 하나를 사용했음에도 질병이 진행된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의미를 더했다.
 
그동안 릴리는 LOXO-305가 기존 경쟁약물보다 더 안전하고 잠재적 유효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해왔다.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Indianapolis)에 위치한 릴리는 지난 5일(현지시각) 이같은 믿음을 직접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를 발표했다. 외투세포림프종과 비호지킨림프종에 대한 한 1/2상 임상 BRUIN 연구 데이터였다. 나아가 7일에는 임브루비카와 외투세포림프종과 비호지킨림프종에서 1대1 맞대결하는 3상 직접 비교임상시험을 두 차례 감행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만성림프구백혈병(CLL)과 외투세포림프종(MCL)에 시행되는 시험은 비용이 많이 들 가능성이 높으며 결과가 나오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 릴리가 임브루비카보다 자사의 약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최고의 종양학 회사가 되려는 희망은 크게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이거나 모호한 결과는 이를 후퇴시킬 것이다.


인수 후에도 릴리의 부설 연구기관으로 유지되고 있는 록소온콜로지앳릴리(Loxo Oncology at Lilly)의 최고의학책임자(CMO) 데이비드 하이먼(David Hyman)은 “대형 제약사들이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 매우 긴, 고비용 임상시험을 하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지난 5일과 7일 ASH 2020에서 발표된 LOXO-305의 초기 임상 결과 라고 불리는 이 약의 초기 테스트 결과에서 비롯되었다. 미국혈액학회의 가상회의에서 5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외투세포림프종 환자 중 과거에 BTK억제제를 투여한 경우 전체반응률(ORR)은 52%로 나왔다. 외투세포림프종 환자의 83%가 치료전력에 상관없이 치료반응을 보였다.
 
발덴스트룀거대글로불린혈증의 ORR은 68%였고 이 중 69%는 과거에 BTK억제제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다. 이같은 경향은 비호지킨림프종에서도 나타났다.
 
7일 발표된 자료에서 LOXO-305는 만성림프구백혈병(CLL) 및 소림프구성림프종(SLL)을 앓고 있는 환자 139명 중에서 63%인 88명이 치료반응을 보였다. 69명은 부분반응(PR), 19명은 림프구증가증을 보이는 부분반응(partial responses with ongoing lymphocytosis, PR-L)을 나타냈다. 나머지 중 45명은 안정병변(stable disease, SD), 1명은 병변 진행(progressive disease, PD), 5명은 평가 불가였다.
 
이같은 치료반응률은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이전에 다른 약물로 치료에 실패했기 때문에 고무적이다. 환자의 93%가 BTK억제제, 98%가 항 CD20 항체, 92%가 화학항암요법제, 20%가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 25%가 자가유래 골수세포이식(autologous transplant) 5%가 타인 골수세포이식(Allogeneic transplant), 5%가 CAR-T 세포 치료제를 받았으며 MCL과 CLL 환자군 모두 중앙값 3번의 사전치료를 시행했다. 각 그룹에서 3분의 2~4분의 3의 환자들은 임브루비카나 비슷한 효과가 있는 다른 약물을 투여받은 후에도 암이 진행되었다.
 
하이먼과 록소팀은 환자를 더 오래 추적 관찰할수록 CLL/SLL에서 치료반응률이 더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139명의 환자에 대한 중앙값 추적 기간은 6개월로 치료반응률이 63%에 그쳤지만 10개월 이상 추적한 25명 중에서 응답률은 84%로 상승했다.
 
하이먼은 희소하고 공격적인 비호지킨림프종인 MCL에서는 치료반응률의 성패가 대등한(bi-modal)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절반은 치료되고 절반은 치료되지 않을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뉴욕대 랭곤(Langone) 건강센터의 캐서린 디펜바흐(Catherine Diefenbach)는 설령 그렇더라도 LOXO-305는 여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브루비카나 유사한 약물에 실패한 환자는 선택권이 많지 않기 때문에 LOXO-305는 흥분되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특히 릴리의 시험에서는 임브루비카에서 우려되는 심장 부정맥이나 출혈이라는 가장 두려운 두 가지 부작용의 징후가 거의 없었다고 디펜바흐는 소개했다.
 
심방세동은 LOXO-305로 치료받은 전체 환자 323명 중 2명에서 관찰됐지만 모두 약물과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다. 또 한 환자는 자전거 사고로 지속적인 출혈이 보였으나 역시 LOXO-305와 관계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임브루비카의 라벨은 의사들에게 출혈과 심장 부정맥을 감시하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25일 ‘미국의사협회지 종양학(JAMA Oncology)에 실린 논문은 2018년 연구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안전 데이터베이스 리뷰를 인용하며 임브루비카의 심장독성 부작용에 대해 더욱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1/2상 임상 BRUIN 연구 참가자의 20%는 피로, 17%는 설사, 13%는 멍을 경험했다고 릴리 측은 밝혔다. 디펜바흐는 LOXO-305의 내약성이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임브루비카와 LOXO-305 모두 CLL과 MCL에서 암성 B세포의 증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는 BTK라는 신호 단백질을 차단한다.
 
2013년 처음 승인된 임브루비카는 두 암을 치료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2019년에는 미국에서 이 약을 판매하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애브비(AbbVie)에게 약 40억달러를 벌어들여주었다.
 
LOXO-305는 임부르비카, 브루킨사, 칼퀜스 등 기존 3가지 BTK억제제와 다른 방식으로 보다 선택적으로 BTK와 결합하도록 설계됐다. 이 점이 더 나은 효과와 안전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록소의 강력한 표적형 암 치료제 창출 능력은 2018년 9월에 첫 FDA 허가를 얻은 NTRK 유전자융합(neurotrophic receptor tyrosine kinase gene fusion) 양성 종양 항암제 ‘비트락비’(Vitrakvi, 성분명 라로트렉티닙 Larotrectinib)와 지난 5월 두 번째로 승인된 폐암 및 갑상선수질암 치료제인 ‘레테브모캡슐’(Retevmo 성분명 셀퍼카티닙 selpercatinib)로 입증됐다. 비트락비의 판권은 지난해 2월 바이엘로 넘어갔다.
 
관련기사: 릴리 ‘레테브모’ 폐암·갑상선수질암 치료제로 FDA 승인

ASH의 데이터는 LOXO-305가 기존 BTK 억제제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특정 돌연변이를 발현한 환자에게 효과가 있으며, 다소 뜻밖에도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하이먼은 “ASH 학회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BTK가 우리의 BTK 억제제에 의해 최대한 억제되고 있다고 느꼈다”며 “우리 임상 데이터는 저항성 변이가 없는 환자들에서도 많은 종양이 여전히 BTK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과거에 미처 몰랐던 지속되는 암 의존성이 존재함을 알려주는 약의 사례”라고 덧붙였다.
 
릴리는 향후 CLL 관련 2가지 3상 임상에서 이전에 치료받았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로슈의 ‘리툭산’(Rixutan, 성분명 리투시맙 rituximab) + 항암화학요법, 리툭산 +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자이델릭정’(Zydelig, 성분명 이델라리십 idelalisib) 또는 로슈의 ‘벤클렉스타정’(Venclexta, 성분명 베네토클락스 venetoclax) 병용요법 등 일반적인 치료요법과 LOXO-305를 테스트한다.
 
LOXO-305와 임브루비카를 CLL에서 비교하는 세 번째 임상시험은 내년 말 시작될 예정이다.
 
MCL에서 릴리는 BTK 억제제를 받은 적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사들이 선택한 임브루비카, 칼퀜스, 브루킨사 등과 맞서 LOXO-305를 맞대결하는 4번째 임상 3상도 내년에 시작한다.
 
이같은 대형 후기 임상시험은 LOXO-305가 록소온콜로지의 수중에 있었다면 아마도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하지만 릴리가 록소를 인수하면서 릴리는 록소의 빠르게 움직이는 연구 엔진과 릴리의 암 치료제 개발에 투입되는 재정능력이 결합, 공격적인 임상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LOXO-305를 앞세운 파죽지세가 향후 임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가시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이콥 반 나르던(Jacob Van Naarden) 릴리록소 유닛의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COO)는 “우리는 운영의 묘와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매우 크고 야심찬 3단계 연구 세트를 론칭하기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릴리만이 더 나은 BTK 억제제를 쫒는 유일한 빅파마는 아니다. 업계 최고의 종양학 회사 중 하나인 미국 머크(MSD)는 지난해 12월 2상을 진행 중인 BTK 억제제인 ‘ARQ 531’을 겨냥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아큘(ArQule)을 인수하려 27억달러를 썼다. 하지만 MSD는 이번 ASH에서 ARQ 531의 임상 데이터를 내놓지 않았다.
 
한편 릴리는 이번 ASH 행사에서 LOXO-305 단독요법, 벤클렉스타(Venclexta, 성분명 베네토클락스) 또는 맙테라/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과의 병용요법, R-CHOP(rituximab, cyclophosphamide, hydroxydaunorubicin hydrochloride (doxorubicin hydrochloride), vincristine (Oncovin), prednisone 등)과의 병용요법, 가싸이바(Gazyva, 성분명 오비누투주맙)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전임상 시험 분석도 포스터 세션을 통해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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