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질환으로 꼽힌다. 기원전 7000년경 석기시대 화석에서도 감염 흔적이 발견될 만큼 결핵균의 역사는 유구하다. 흔히 결핵을 ‘후진국형 감염증’이나 과거 질병이라 여기지만 아직도 전세계에서 연간 150만명이 결핵으로 사망하고 약 1000만명의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결핵은 결핵균이 체내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으로 결핵균은 1882년 로버트 코흐(Robert Koch)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김주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균은 공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증식하고 건강한 폐를 손상시킨다”며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전염되는데 주로 영양과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발병한다고 해서 흔히 ‘후진국병’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결핵의 치료 방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외과적 치료로 나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기간은 6~18개월 이상이 걸리며 완치를 위해서는 일정기간 규칙적으로 항결핵제를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항결핵제는 원칙적으로 개별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약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병합화학요법을 사용한다.
약을 2주 정도 약을 복용하면 결핵의 전염력은 대개 사라진다. 그러나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결핵균이 다시 증식해 재발할 수 있다. 결핵균은 증식 속도가 무척 느리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약을 복용해야 한다.
항결핵제는 결핵균의 세포벽 형성을 저해하거나 증식을 억제해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결핵균은 다른 세균들에 비해 증식 속도가 매우 느리고 간헐적으로 증식하기도 한다. 또 지방 성분이 많은 세포벽에 둘러싸여 있어서 건조한 상태나 강한 산성이나 알칼리성 환경에서도 잘 견딘다. 따라서 치료 기간이 긴 편이며 항결핵제에 대한 내성이 발생되기 쉽다. 내성 발생 방지, 재발 위험 감소 등을 위해 결핵 치료에는 작용기전이 다른 여러 가지 약물이 함께 사용된다.
항결핵제는 투여 시기와 효과, 안전성, 약물 계열 등에 따라 1차 약제와 2차 약제로 분류된다. 1차 약제는 치료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어 초기 치료에 사용된다. 1차 약제 치료에 실패 후 약제에 내성을 갖게 되면 2차 약제로 치료하게 된다. 2차 약제는 부작용이 심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한다.
1차 약제, 이소니아지드·리팜피신·에탐부톨·피라진아미드 등
일반 결핵은 표준요법으로 이소니아지드(Isoniazid), 리팜핀(rifampin), 에탐부톨(ethambutol), 피라진아미드(pyrazinamide) 등이 있으며 이들 약물을 6개월간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결핵 초치료는 대부분 6개월 표준요법으로 시행된다. 2개월의 초기 집중치료기에는 이소니아지드, 리팜핀, 에탐부톨, 피라진아미드를 동시에 복용해 급속히 증식하는 대부분의 결핵균을 신속히 제거한다. 이어지는 유지 치료기 4개월 동안은 이소니아지드, 리팜핀, 에탐부톨을 함께 복용해 간헐적으로 증식하는 결핵균을 제거해 재발을 방지한다.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에 감수성을 보이는 게 확인되면 치료 2개월 후부터 에탐부톨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
이소니아지드는 결핵균 세포벽의 필수 성분인 미콜산(Mycolic acids) 합성을 막는다. 활발히 증식하는 결핵균에 가장 강력한 살균작용(bactericidal effect)을 보이므로 치료 초기에 핵심적인 약제다. 이 성분은 피리독신(pyridoxine, vitamin B6) 부족을 초래해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을 유발, 손과 발이 저린 느낌(tingling sensation)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임신, 영양실조, 알코올중독, 노인, 간질 기왕력, 만성신부전, 당뇨병 등 말초신경병증 등의 위험성이 높은 환자에서는 부작용 예방을 위해서 피리독신(10~50mg/day)을 같이 복용하는 게 권장된다. 간독성이 중요한 부작용이므로 간염의 기왕력과 증상이 있을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유한양행 ‘유한짓정’, 신풍제약 ‘신풍이소니아짓정’ 등이 대표적이다.
리팜피신(rifampicin, rifampin)은 이소니아지드와 함께 결핵 치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속적 또는 간헐적으로 증식하는 결핵균과 섬유화된 부위에 존재하는 결핵균에 작용한다. 간장애, 위장장애, 피부발진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소변이 오렌지색으로 변색되기도 한다. 부정맥 치료제, 와파린(항응고제), 경구피임약, 스테로이드, 당뇨병 치료제 등과 함께 복용하면 이들 약물의 대사를 증가시키고 혈중 농도를 감소시켜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리팜피신은 고지방식이에 의해 흡수가 억제될 수 있으므로 식사 30분 전 또는 식사 2시간 후와 같은 공복시에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위장 장애가 있을 경우 식후 또는 취침 전에 복용할 수 있다. 유한양행 ‘리팜핀정’, 종근당 ‘리포덱스정’, 유유제약 ‘유유리파터정’(성분명 리팜피신 120mg, 이소니아지드 50mg, 피라진아미드 300mg) 등이 있다.
피라진아미드는 초기 염증성 병변(early inflammatory site)과 건락성 괴사 부위(caseous foci)와 같은 산성 환경(acid environment)에서 천천히 증식하는 결핵균에 가장 강력한 살균작용을 보인다. 치료 초기에 효과가 가장 강력하므로 초치료 표준요법에서는 처음 2개월만 피라진아미드를 복용하는 게 권고된다.
주로 문제가 되는 부작용은 간독성과 관절통이다. 관절통은 매일 피라진아미드를 투약한 환자의 4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어깨관절, 무릎관절, 손관절 등 대소 관절 모든 부위에서 통증을 유발한다. 또 요산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통풍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에게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
관절통은 치료 2개월 이내에 주로 나타나며 대부분 증상이 심하지 않고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등으로 대증적 치료(symptomatic therapy)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절통이 심하면 피라진아미드의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약제로 교체해야 한다. 피라진아미드는 피라지노익산(pyrazinoic acid)으로 대사된다. 이 물질이 신장에서의 요산 배출을 방해해 흔히 고요산혈증(hyperuricemia)을 초래하지만 급성 통풍발작(acute gouty arthritis)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타 부작용으로는 안면홍조(flushing)가 있으며 드물게 피부의 과민반응과 광선과민증 반응(photosensitivity)이 나타날 수 있다.
유한양행 ‘유한피라진아미드정’ 등이 대표적이며 1일 1.5~2.0 g(1일 최대 3 g)을 1~3회 분할 경구투여한다.
에탐부톨은 항결핵제에 대한 내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소니아지드 내성이 있을 때 리팜피신에 대한 내성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한다. 또 에탐부톨은 약 80%가 신장에 의해 제거되므로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종근당 ‘탐부톨정’, 유한양행 ‘마이암부톨제피정’ 등이 있다. 초기치료에 1일 체중 kg당 15mg을 24시간마다 1회 경구투여한다. 재치료 시에는 1일 체중 kg당 25mg을 24시간마다 1회 투여한다. 60일 투여 후에는 초기치료로 돌아간다.
에탐부톨의 가장 심한 부작용은 시신경병증(optic neuropathy)으로 시력저하, 적녹색맹(red-green blindness)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시신경 부작용은 대부분 투약 2개월 이후에 발생하지만 드물게 투약 초기에 발생하기도 한다. 시신경 부작용은 용량과 투여한 기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15mg/kg/day 이하 용량을 투여하는 경우에는 시신경병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나, 고용량의 에탐부톨을 투약하거나(25mg/kg/day) 신장기능저하 환자(renal insufficiency patient)에서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시력 측정이 어려운 환자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에탐부톨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으며 시력장애 발생 시 복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초치료에 내성 보이는 ‘다제내성결핵’, 2차 치료제 사용
다제내성결핵(multidrug-resistant tuberculosis, MDR-TB)은 일반적인 1차 결핵약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피신에 내성이 생긴 상태를 말하며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 기간이 3~4배나 길다. 치료받지 않으면 계속해 주위 사람을 전염시킬 뿐만 아니라 평균 5년 이내에 사망한다. 완치율은 37.1%로 낮고, 사망률은 31.2%에 달한다.
국내 결핵 신규환자는 지난해 2만3821명(10만명당 46.4명)으로 2011년 이후 8년 연속 감소 중이다. 이 가운데 다제내성결핵 신규환자는 2011년 975명, 2015년 787명, 2019년 580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 성공률은 2017년 64.7%로 선진국의 70∼80%에 비해 낮은 편이다.
초기치료 실패 후에 쓰이는 2차 약제로는 카나마이신(kanamycin),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 프로치온아미드(prothionamide), 시클로세린(cycloserine), 델라마니드(delamanid), 베다퀼린(bedaquiline), 리네졸리드(linezolid) 등이 있다.
아미노글리코시드계 항생제, 카나마이신·스트렙토마이신 주사제
아미노글리코시드(aminoglycosides)계 항생제는 결핵균의 단백합성을 저해해 살균작용을 한다. 이 계열 중에서 카나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이 항결핵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미노글리코시드계 주사제는 치료 초기에는 1주에 5~7일간 하루에 한 번 주사하다가 2~4개월 후 또는 균음전(결핵균이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된 것) 등 임상적으로 호전된 소견이 보이면 1주에 2~3회로 주사 간격을 늘린다. 부작용으로는 이독성(cochlear toxicity, vestibular toxicity), 신독성(nephrotoxicity), 과민반응이 있다. 일과성인 어지러움증이나 입주위의 감각이상(circumoral paresthesia), 두통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면 감량이 필요하다. 이독성·신독성의 위험성은 나이가 많을수록 용량이 증가할수록 높아진다.
유한양행 ‘유한카나마이신황산염주’, 종근당 ‘황산스트렙토마이신주’ 등이 대표적이다.
결핵균의 마이콜산 합성 방해하는 ‘프로치온아미드’
치오아미드계 약제는 결핵균의 마이콜산(mycolic acid) 합성을 방해해 항결핵 효과를 나타낸다. 이 계열 약물로는 에치온아미드(ethionamide)와 프로치온아미드(prothionamide)가 있다. 두 약물의 항결핵 효과는 유사하지만 프로치온아미드가 에치온아미드보다 부작용이 적다. 국내에서는 프로치온아미드만 사용 가능하다.
부작용으로 위장장애가 주로 나타나며 입안의 금속 냄새(metallic taste), 구역, 구토, 식욕감퇴, 복통을 유발한다. 식사와 함께 또는 자기 전에 투약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위장장애가 심하면 하루 250mg씩 수일 사용해 보고 괜찮으면 250mg씩 하루 2회로 증량하는 방법을 시도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구주제약 ‘구주프로티온아미드정’ 등이 있다.
시클로세린, 신경계 부작용 예방 위해 피리독신 함께 복용
시클로세린은 결핵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한다. 이소니아지드와 마찬가지로 피리독신 길항제로 작용하므로 신경계 부작용을 예방․치료하기 위해 피리독신을 같이 복용해야 한다. 중추신경계 장애가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두통, 어지러움, 불안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하면 정신병, 간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추신경계 부작용은 알코올중독, 우울증, 불안증, 정신병, 간질발작, 신기능장애 등이 있는 환자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시판되는 제품으로는 동아ST ‘크로세린캅셀’이 있으며 1회 250mg(역가)을 1일 2회 경구투여한다.
사졸리디논계 항생제 ‘리네졸리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다제내성 결핵의 치료지침에 옥사졸리디논(oxazolidinone)계 항생제인 리네졸리드를 필수 치료제로 등재했다. 권고 용량은 하루 600mg이며, 부작용이 발생하면 용량을 감량해 하루 300mg 혹은 격일 600mg을 투여한다.
리네졸리드는 골수억제, 말초신경병증, 시신경병증 등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골수억제는 리네졸리드를 10일 이상 사용한 경우에 흔하게 발생한다. 백혈구감소증, 빈혈, 혈소판감소증이 모두 생길 수 있으나 가역적이어서 투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회복된다. 말초신경병증이나 시신경병증은 장기간 투여한 경우에 발생할 수 있으며 투약을 중단한 경우에도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 흔한 부작용으로 오심, 구토, 설사, 두통, 수면장애, 변비, 발진, 현기증 등이 꼽힌다. 드물게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자이복스정’이 오리지널약이며 셀트리온의 제네릭 ‘마이코복스정’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델라마니드·베다퀼린, QT간격 연장 부작용 주의해야
다제내성결핵은 한국얀센의 ‘서튜러정’(성분명 베다퀼린, bedaquiline)와 한국오츠카제약의 ‘델티바정’(델라마니드, delamanid)가 2015년에 급여 출시되면서 치료 예후가 향상됐다. 서튜러는 24주요법으로 첫 2주간 400㎎(100㎎ 4정)을 1일 1회 복용하며, 3~24주에는 1주 3회 최소 48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200㎎을 투여한다. 델티바는 1회 100㎎(50㎎ 2정)을 1일 2회 식사와 함께 24주간 복용한다.
이들 약물은 최소 20개월 이상 4가지 약제를 매일 20정가량 복용해 알약 개수가 많고 부작용이 심한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개선했다. 이소니아지드·리팜피신·에탐부톨·피라진아미드 등 4제 표준요법의 주요 부작용은 독성간염, 말초신경염, 졸음, 관절통, 피부발진, 위장장애, 시력저하, 고요산혈증, 혈소판감소증, 설사 등이다.
델라마니드는 결핵균 세포벽을 구성하는 미콜산의 합성을 억제한다. 용법은 100mg을 하루 2회, 6개월(24주) 동안 음식과 함께 복용한다. QT 간격(심실재분극 간격) 연장이 발생할 수 있어 투여하기 직전과 복용하는 동안 이에 대한 검사 및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혈청 알부민이 2.8g/mL 미만인 경우와 cytochorome 3A를 유도하는 약물(carbamazepine, rifamycin계)을 복용하는 경우엔 투여가 금지된다.
베다퀼린은 디아릴퀴놀린(diarylquinoline)계 중 항결핵 효과가 가장 강력한 약제로 ATP합성효소(synthase) 기능을 억제한다. 이 약은 6개월(24주) 투여가 권고되고 있다. 6개월 초과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는 △치료 반응이 느린 경우 △배균량이 많거나 광범위한 병변을 보이는 경우 △퀴놀론 감수성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집중치료기 혹은 유지치료기 약제들이 내성, 부작용 등의 이유로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질본, 지난 5월 결핵 진료지침 개정
지난 5월 질병관리본부는 다제내성결핵 환자를 신속하게 진단하고 초기에도 신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결핵 진료지침을 개정했다. 개정된 지침은 다제내성결핵 진단 지연을 줄이기 위해 모든 결핵환자에 대해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의 신속감수성검사를 권고했다. 다제내성결핵이 확인된 경우에는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퀴놀론계 약제에 대한 신속감수성검사도 추가하도록 했다.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치료 초기 핵심약제에 리네졸리드(linezolid) 퀴놀론계 약제와 신약인 베다퀼린을 포함시켰다. 델라마니드는 선택약제로 분류해 베다퀼린의 대체제로 사용하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