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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식물’ 천궁‧천마‧천남성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2-04 09:59:32
  • 수정 2020-12-05 21: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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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궁, 비타민E결핍증·중추신경계·심장혈관 등 도움 … 천마, 항경련작용이 간질발작 억제 … 천남성, 담·경련 등 진정
천궁(윗줄 왼쪽 시계방향), 천남성, 천마
앞 글자가 ‘하늘 천’으로 명명된 천궁‧천마‧천남성은 왠지 하늘의 선물처럼 특별난 약효를 기대하게 한다. 이름은 낯설지 않지만 약효는 제대로 모르는 이들 한약재를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천궁, 양기 보충 사물탕의 주재료, 상열하한 체질에 안 맞아 … 자궁수축(순산), 혈압강하
 
천궁(川芎 학명 Lifusticum wallichii)은 미나리과(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궁궁이의 뿌리를 말한다. 향기가 진해 한약재는 물론 실내 방향제로도 많이 사용된다. 한약 가운데 혈액을 보강하는 사물탕(四物湯)의 재료인 당귀‧천궁‧작약‧숙지황 가운데 한가지 재료라 보약 개념으로 많이 먹는다.
 
천궁은 키가 30~60cm 정도되고 속이 비어 있으며 가지가 다소 갈라진다. 8~9월에 걸쳐 하얀색의 꽃이 피는데 여러개 우산을 모은 것처럼 피어 복산형 꽃차례((複傘形花序)라고 부른다. 열매는 열리지만 익지는 않는다. 약으로 쓰는 땅 속 뿌리줄기는 지름 3~5cm에 이르고 강한 향기가 있다.
 
천궁 속에는 정유, 알칼로이드, 페놀성 성분, 락톤류, 항산화 및 혈당·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있는 페룰산(feruric acid) 등이 들어 있다. 알칼로이드 중에는 테트라메틸피라진(tetramethylpyrazine), 페롤린(perolyrine), 페놀성 성분으로는  크리소파놀(chrysophanoll), 세다노인산(sedanonic acid) 등이 함유돼 있다.
 
천궁은 비타민E 결핍증에 도움이 되고 중추신경계 및 심장혈관 질환 개선과 평활근 수축, 항균 등 여러 가지 약리작용을 한다. 천궁은 동물의 중추신경계에 대해 진정작용을 한다. 천궁 달인 물 25~50g/kg을 위에 주입하면 흰쥐는 자발활동을 억제한다. 
 
장기적으로 천궁 달인물을 개와 흰쥐에게 4g/kg을 경구투여했더니 혈압이 20mmHg나 떨어졌다. 혈압강하 효과과 아주 세지 않지만 미미하게 지속적으로 혈압을 낮게 유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한 천궁 달인 물을 임신한 토끼의 적출 자궁에 소량씩 투여했을 때 자궁의 장력을 증가시키고 수축을 강하게 했으며 최후에는 경련성 수축을 일으켰다. 
 
천궁은 시험관 안에서 대장균, 이질균, 녹농균, 파라티푸스균, 콜레라균, 병원성 진균 등을 억제했다. 
 
이밖에도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뭉친 것을 풀어 통증을 완화시킨다. 찬기운으로 발생한 두통이나 어지러움, 가슴이나 복부의 통증, 추위로 인한 근육마비, 무월경이나 난산, 산후 통증이나 아랫배 뭉침, 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다. 천궁은 불수산(佛手散)이라는 임산부가 순산하도록 도와주는 처방의 주재료일 정도로 자궁근육수축에 영향을 줘 출산이 임박했을 때 복용한다.
 
다만 천궁은 사상의학에서 소음인 체질의 약물로 분류된다. 상열하한이 있거나, 음허한 사람은 먹지 않는 게 좋다. 두통에 사용하지만 천궁을 먹고 나서 두통이 심해지는 경우라면 맞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천궁은 9~11월경 뿌리를 캐 잎과 줄기를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 후 한번에 3~6g을 달여 복용하거나 가루약, 알약 형태로 먹는다. 피부질환에는 가루를 내어 바르거나 바세린 등에 개어 바른다.
 
천마, 간질발작 풍(風) 어지러움 완화에 도움 …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심한 피로감


천마(天麻 학명 Gastrodia elata BL.)는 우리나라 전지역에서 자생하는데 주로 부식질이 많은 계곡의 숲속에서 살아있는 식물 뿌리에 기생해 자라 인공재배가 쉽지 않았다. 수 년전부터 인공적으로 재배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천마의 덩이줄기를 천마라 하고 줄기를 적전(赤箭)이라 한다. 
 
천마를 참마의 한가지 종류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천마는 난초과, 참마는 마과에 속한다. 천마는 순수 우리말로 수자헤좃이라고 부르고, 참마는 한글이고 한약명이 산약(山藥)으로 불리며 2가지 약재는 식물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천마는 6~7월에 걸쳐 황갈색의 꽃이 핀다.
 
천마에는 가스트로딘(gastrodin), 베타-시토스테롤, 다우코스테롤(daucosterol), 구연산(시트르산), 팔미틴산 등이 들어 있다. 항경련 작용이 있어 간질발작을 억제하는 효과가 인정된다. 토끼에게 천마 달인 물을 1g/kg을 정맥주사한 다음 전기쇼크에 대한 항경련 효과를 측정했더니 경련의 역치가 높아졌고, 간질 발작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천마와 간질약인 페니토인소듐(phenytoine sodium)의 효과를 비교했더니 약효는 천마가 약했지만 유효지속시간은 천마가 길었다.
 
천마는 약성이 평이하고 맛이 달아서 먹기에 좋다. 한방에서 주로 풍을 가라앉히고 돌발적인 두통이나 팔다리 마비감, 어린 아이의 경련, 심리적 불안감 등을 해소하는 데 투여하고 있다. 어지러움증이 있을 때도 사용한다.
 
반수치사량(半數致死量, LD50, lethal dose for 50% kill)이 높아 단기간에 몸에 손상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장기 복용하면 살이 빠지고 기력이 약해지며, 피부에 윤기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특히 천마를 참마와 비슷한 걸로 생각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피로감이 심해지기도 한다. 천마는 보약이 아니라 치료약에 가깝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천마 추출물의 반수치사량은 쥐에서 복강내 투여시 51g/kg으로 상당히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토끼에선 12g/kg이 전수치사량(全數致死量, LD100, lethal dose for All kill)이었다.

실제로 토끼에게 매일 천마 알콜 추출물을 0.25~1.0g/kg을 주사했더니 움직임이 둔해지고 식욕이 크게 떨어졌다. 체중이 줄고 체질도 약해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천마 달인 물 12g/kg을 복강내 주사했더니 피로를 느끼고 반응이 둔해지고 먹기를 싫어하고 운동실조를 일으켰다. 심장박동이 빨라졌으며, 12마리 모두 투약 후 48시간 이내에 사망했다.
 
천마는 가을에서 봄에 걸쳐 채취해 줄기와 땅속 줄기를 제거해 깨끗이 씻고 겉껍질을 벗겨 속이 물러질 만큼 삶아 햇볕에 말려 쓴다. 한번에 4~8g을 달여 먹거나 가루내어 마시기도 한다. 다만 체력이 약한 사람은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천남성, 덩이줄기에 독성 있어 주의 … 암, 경련, 담, 가래 완화에 효과적 … 소양인에 나빠

천남성(天南星 학명 Arisaema amurense)은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지역의 숲속 나무 밑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토양이 비옥하고 물빠짐이 좋은 곳에서 잘 자란다. 독성이 있어 조심해서 써야 하는 약재로 덩이줄기를 한약재로 사용한다.
 
천남성은 키 높이가 35~60cm로 잎은 하나뿐이고 잎맥은 새의 발모양처럼 5~10갈래로 갈라졌으며 길이가 11~15cm이고, 너비는 6~8cm인 타원형에 가깝다. 잎 가장자리가 밋밋하지만 작을수록 불규칙한 톱니모양을 띤다. 덩이줄기는 편평한 공 모양이고 지름이 2.5cm이며 위쪽에 수염뿌리가 방사선 모양으로 뻗어 있다.
 
줄기의 겉은 녹색이지만 때로 자주색 반점이 있으며, 5~7월에 걸쳐 녹색 바탕에 흰선이 있고 깔대기 모양의 꽃이 피며, 열매는 10~11월에 붉은색으로 포도송이처럼 달린다.
 
천남성의 덩이줄기에는 트리터페노이드 사포닌(triterpenoidal saponin), 벤조산(benzoic acid), 전분, 아미노산 등이 들어 있다. 열매에는 코닌(coniine)과 유사한 물질이 들어 있다. 천남성 달인 물을 생쥐의 복강 안에 3g/kg 주사했더니 스트릭닌(strychnine)으로 유발된 경련율과 사망률을 뚜렷하게 낮췄다. 또 펜트라졸(pentetrazol)과 카페인(caffein)으로 유발한 경련율도 뚜렷하게 낮아졌다.
 
흰쥐에게 천남성 달인 물을 6~9g/kg 주사했더니 안정과 연약, 무기력 상태가 나타났고 이전의 공격적인 자세가 없어졌다.
 
천남성은 항종양작용도 한다. 천남성 추출액을 시험관내에서 1:8~1:32의 농도로 실험했을 때 Hela 세포를 억제했다. 세포는 응축돼 덩어리 모양으로 변하면서 정상세포의 구조를 상실했고 부분적 세포는 탈락했다. Sarcoma-180(육종)과 HCA(간암) 실체형, U14(쥐 자궁경부암, 암의 전이 및 재발 평가지표) 등 실험용 암세포에 매일 천남성 추출액 0.1㎖(천남성 생약 1g해당)를 근육주사 했더니 항종양 작용이 뚜렷했다.
 
천남성은 가래와 담을 삭이며 경련을 진정시킨다. 뭉친 것을 풀어주고 부기를 내린다. 중풍이나 반신불수, 안면마비, 간질, 마비, 낙태, 인후염, 종기 등에 효과가 있으며 흉통이나 어지러움에도 사용한다.
 
천남성으로 자궁경부암 1~3기인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천남성 달인 물을 복용하면서 질에 삽입하고 또 일부는 주사제로 만들어 자궁주위조직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으로 치료한 결과 짧은 시간안에 20례가 완전히 치료됐고 46명은 효과가 뚜렷했다. 유효율이 78%나 됐다. 2~3기 환자는 1기보다 치료효과가 떨어졌다. 천남성을 복용하거나 주사제를 사용해도 간이나 신장의 기능이상이나 혈액이상은 없었다.
 
다만 천남성은 생식하면 강렬한 자극으로 구강점막이 조금 마비되며 심할 때에는 부분적으로 괴사해 탈락한다. 목이 마르면서 화끈거리고 혀가 부풀고 입에 부종이 생기면서 침이 많이 나온다. 입과 혀가 저리면서 미각을 잃으며 목소리가 쉬거나 나오지 않고 입을 열기가 힘들게 된다. 생쥐에게 천남성 추출액을 복강주사하면 반수치사량이 13.5g/kg로 나온다. 이는 황기의 38.25g와 비교해 3배나 강한 독성이다. 
 
임신부나 음허한 사람은 복용하면 안된다. 사상의학에서는 천남성을 소음인의 약물로 분류하고 있으며 ‘거풍탕’이나 ‘소자도담탕’의 구성 약재로 처방하고 있다. 따라서 소양인 체질은 천남성을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천남성은 한번에 2~4g을 달이거나 알약 형태로 먹고, 외용제로 사용하려면 가루내어 뿌리거나 개어서 붙인다. 특히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사용하면 피부점막이나 구강점막에 강한 자극을 줘 반하와 마찬가지로 생강즙에 묻혀 살짝 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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