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만성 이명 환자에서의 인지장애 발생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규명한 내용의 연구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인지장애란 기억력과 판단력, 언어 능력 등 인지력 전반에 결함이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인지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건망증이 있으며, 신체 전반의 기능이 저하되는 노년기에 이러한 증상이 치료되지 못하고 방치될 경우에는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매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김영호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민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공동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통해 세포 내 단백질 분해의 핵심효소인 프로테아좀이 혈액 내에도 존재하며, 이들의 활성은 정상 마우스에 비해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에서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팀은 2010년 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보라매병원에 방문한 50세 이상의 만성 이명 환자 55명을 대상으로 신경인지평가(MoCA) 및 혈액 검사를 실시해 체내 프로테아좀 활성 감소가 만성 이명 환자에서의 인지장애 발생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 가능한 지 여부를 평가했다.
MoCA 점수가 23점 미만으로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5명의 혈액 검사 결과를 나머지 대조군과 비교해 본 결과, 인지장애가 나타난 만성 이명 환자의 혈액 내에서는 프로테아좀 활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까지 감소되었으며(p=0.008), 치매 예측 바이오마커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펩타이드(Ab40)와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도 확인됐다(p=0.049).
연구의 교신저자인 이민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성 이명 환자에서의 인지장애 및 치매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예측할 수 있는 신규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며 “각 신경 세포에 도달해 손상된 단백질을 처리하는 프로테아좀의 활성 감소가 청각 및 인지 기능 약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김영호 교수는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노년기에는 만성 이명의 발생 위험 또한 상승하는 데, 인지기능이 저하된 상태가 지속되면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높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치매의 특성으로 인해 만성 이명의 관리 또한 어려워진다.”며 “인지장애 및 치매 예방을 위해 50세 이후 정기적인 뇌 인지기능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난청이 있는 경우 보청기 등 청각재활을 조기에 시행해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또한, 이미 만성 이명을 가지고 있는 중년 이상의 경우에는 이명 치료를 위한 전략을 수립함과 동시에 인지기능에 대한 검사도 함께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치매연구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지난 10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