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뇌종양·육종 등 고형암에서 융합유전자변이 검출 성능 증가 …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 한 번에 검사, 표적항암제 치료 기회 확대
서울대병원 정밀의료센터·병리과는 융합유전자변이 탐지 성능을 높인 RNA 패널검사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서울대병원 자체 기술로 개발한 RNA 패널검사는 기존 DNA 패널검사 대비 검출 성능이 우수하다.
병원은 현재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FiRST암패널’, ‘FiRST폐암패널’, ‘FiRST뇌종양패널’, ‘FiRST림프종패널’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은 수많은 염기서열 조각을 병렬로 처리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속도를 대폭 높인 방법이다.
유전자 패널검사가 도입되면서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DNA 기반 패널검사는 융합유전자변이 검출 능력이 부족했다. 융합유전자변이란 복수 유전자가 재조합돼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이다. 최근 ROS1, RET, NTRK 등 융합유전자변이가 주요 표적항암제의 바이오마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융합유전자변이를 더욱 잘 검출해낼 수 있는 새로운 패널검사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은 RNA 기반 융합유전자변이 검사법을 자체 개발했다. 올해 7월에는 FiRST폐암패널에 RNA 방식을 접목했으며, 11월부터 ‘FiRST암패널’, ‘FiRST뇌종양패널’ 등 고형암 패널 전반에 모두 확대할 예정이다. 54개의 융합유전자변이 검사가 추가된다.
RNA 패널이 도입되면 환자들의 유전자 변이 탐지 성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가 2019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RNA 패널을 접목했을 때 탐지 성능이 14% 향상됐다.
임석아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장(종양내과 교수)는 “현재 융합유전자변이 표적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확대되고 있어, 다양한 융합유전자 변이를 검출할 수 있는 검사법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서울대병원이 자체 구축한 RNA 패널은 검출 민감도가 떨어지는 기존 DNA패널의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암세포에서는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비정상적 단백질 활동이 관찰되는데, 표적항암제는 이러한 단백질 변이(바이오마커)만 찾아 치료하고 암 증식을 억제한다. 일반 항암제와 달리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가령 EGFR 표적항암제는 폐암을 유발하는 EGFR 유전자변이를 찾아 치료한다.
염기서열 돌연변이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유전자 증폭이나 두 개의 다른 유전자가 재조합되어 발생하는 유전자 융합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에 의해 암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 개개인마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의 종류와 이에 따른 치료약제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유전자변이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파악해야 올바른 치료 방침을 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ALK, ROS1, RET, NTRK 등 유전자 융합을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가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어, 다양한 유전자 융합을 민감하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유전자패널검사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