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만능 방패막 아냐 … 고가 검진도 일부 정밀검사 놓치면 조기발견 놓쳐 … 과다검사는 방사선 노출 위험↑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인식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과거에는 병이 생기면 치료받는다는 식의 소극적 자세였는데, 요즘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병이라도 찾아내 조기에 치료한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의 대표적인 모습이 건강검진의 확산이다. 말 그대로 현재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학적인 평가를 해보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면에는 서로 약간의 다른 두 가지 목적이 내포돼 있다. 하나는 어떤 병이 있다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 미리 발견해 일찍 치료를 하자는 소위 조기 진단이다. 다른 하나는 건강한 상태를 지속시켜 아예 질병이 생기지 못하도록 하자는 건강유지 또는 건강증진이다.
일상적인 건강검진은 이 두가지 목적을 똑잘라 말하긴 어렵고 동시 달성을 지향한다. 예를 들면 위 조영술이나 위 내시경은 위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것이고, 혈액 검사 속에 포함된 콜레스테롤 측정은 동맥경화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사해 발병 가능성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둔다.
주된 목적이야 어떻든 몸에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않는 사람에게 실시하는 게 건강검진인 만큼 과도해서도 안 되고, 검사결과를 과신한 나머지 검진 이후의 건강관리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건강검진을 흔히 종합검진 또는 종합검사으로 부른다. 이름값 때문에 마치 몸에 있는 모든 이상을 찾아내는 검사로 오해하기 쉽다. 흔히 ‘요즘 소화가 잘 안되는 데 건강검진이나 한 번 받아봐야 겠어’ ‘피로해 보이는데 종합검진을 받아봐야지’라고 말하는데 검진을 하면 모든 원인이 밝혀지고 안심할 수 있다는 의식이 박혀 있다는 일례다. 잘못 알고 있는 건강검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황인홍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아플 때 건강검진만 하면 모든 병을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다. 몸에 어떤 이상을 느낀다면 미리 검사 종류가 정해진 건강검진을 일사천리로 받을 게 아니라 의사의 진찰을 받고 거기에서 얻어진 판단에 따라야 맞춤진단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검진은 모든 병을 진단하는 게 아니라 발생빈도가 높은 주요 질환에 대한 스크리닝이다. 검진으로 모든 질환을 찾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과거력과 가족력, 현재 불편한 증상 등 자세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검사 항목을 선택해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건강관리로 건강을 지키는 게 핵심이다.
비싼 건강검진일수록 더 정확하고 좋다?
고가의 검진을 받더라도 증상이 없다고 일부 정밀검사를 받지 않아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예컨대 치매가 걱정돼 뇌정밀검진을 받았더라도 여성암, 심장질환, 대사질환, 희귀질환 등을 놓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 불필요한 최고 사양의 검사를 받다보면 과도한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고위험 암환자를 위한 전신 스크린용 또는 의학 연구용으로 쓰는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가 대표적이다. 암 추적용 방사성 불소나 요오드가 체내에 주입되므로 객관적으로 봐서 멀쩡한 사람이 받기에는 부담스러운 검사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국가건강검진은 위해는 적고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검사 항목을 선별해 진행하는 만큼 특정질환이 없는 무증상 성인에게 알맞은 건강검진이라 할 수 있다.
국가건강검진에서 실시하는 대장암 검진은 대장내시경이다?
아니다. 국가건강검진에서 실시하는 대장암 검진은 대변검사다. 대변에서 혈변이 나와야 무료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젊은 세대는 불규칙한 생활습관 및 과도한 열량섭취, 운동부족과 고지방식 등으로 심뇌혈관질환의 초기 증상인 고혈압, 비만,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등에 노출되는 추세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20~30대 암환자도 꾸준히 증가세다. 젊은 나이부터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생활습관을 점검하며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만 20세 이상 지역 세대원과 피부양자까지 일반 건강검진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검진 결과가 정상이면 무조건 안심해도 된다?
건강검진이 모든 질병을 찾아내는 게 아니므로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체중 감소 등)가 있거나, 통증이 있으면 해당 진료과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는 게 현명하다.
아이들에게 유행하는 건강검진을 받게 하면 좋다?
별로 좋지 않다. 대부분의 건강검진은 성인들에게 많이 생기는 병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이들이 검진받는 것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 영유아 정기검진과 치과검진이면 충분하고 여기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해당 진료과에서 면밀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건강검진은 자주 받을수록 좋다?
모든 의료행위에는 유익이 있지만, 위해도 따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위내시경시 천공이나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1000~3000분의 1), CT검사로 인해 방사선 노출이나 조영제 부작용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자주 받는 것보다 적절한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을 받고, 부족한 검진은 추가로 받길 권한다.
국가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면 추후 의료 이용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국가건강검진을 받지 않아도 의료 이용 시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하는 암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의 경우 지원 대상이 건강보험료 하위 50% 이하이며, 공단에서 실시하는 국가 암검진을 통해 확인된 신규 암환자다. 따라서 국가암검진을 받지 않고 나중에 암을 진단받으면 암환자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문제를 겪을 수 있다.
국가건강검진은 모두 무료다?
일반 검진 비용은 공단에서 전액 부담하므로 본인부담 비용이 없다. 하지만 암검진 비용은 공단에서 90%, 본인부담금이 10%다. 다만 자궁경부암, 대장암검사는 공단에서 전액 부담한다. 암검진 지원 대상자나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암검진 비용도 공단과 지자체에서 부담해 본인부담금이 없다.
황 교수는 “병이 생길 것을 염려해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며 건강진단을 매년 받는 것보다, 담배를 끊는 것이 더 오래 살 수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해치는 요인부터 없애고 올바른 방법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똑똑하게 건강검진 받는 황 교수의 꿀팁]
1. 동네, 회사근처 내과의원, 영상의학과 의원건강검진 등에서 추가 검진을 설계해 줄 주치의를 만들어 둔다.
2.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회사검진 등 무료 검진은 착실히 받는다.
3. 결과표를 가지고 건강검진 설계의사를 만나 추가로 검사할 항목을 정하고, 본인이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를 더 받는다.
4. 같은 검사를 해도 비용이 저렴한 ‘의원’을 가급적 이용하도록 한다.
5. 내시경은 내과 전문의에게 받는다.
6. 초음파검사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받는다. 유방초음파의 경우 더욱 까다롭게 의사를 선택해야 한다.
7. 건강검진 결과표는 스크랩해 보관하고, 새로운 의사를 만날 때마다 가지고 간다.
8. 한 곳에서 완벽한 검사를 받을 순 있지만 비용이 많이 증가하다보니 저렴하게 효과적인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9. 건강검진은 10월 이전에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3월에서 5월까지가 가장 적당한 때이다. 10월부터 12월까지 검진기관(병원, 의원)마다 사람이 몰려서다. 일부 검진기관은 암검진 예약이 9월 전에 끝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