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의사의 단체행동 금지’를 골자를 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의사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의료법에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규정해 정당한 사유 없이 정지 및 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최 의원은 제안 이유로 “지난 8월 전공의 등 의사단체 진료거부가 계속되면서, 중환자와 응급환자에 대한 필수의료 진료공백 우려가 높아졌다”며 “암환자 등 중증환자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8월에는 약물을 마신 40대 남성이 응급처치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3시간을 배회하다 결국 숨지는 사례까지 발생했다”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의료행위가 중단될 경우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 따르면 필수유지업무의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만큼 의료법에도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법은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될 경우 공중의 생명과 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정의하고, 이를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개정안의 발의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서연주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부회장은 “파업 과정에서도 필수의료인력은 병원에 남아 진료를 계속했다”며 “사망한 환자가 의료인력이 없어서 사망한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직역의 노동자로 의사도 목소리를 낼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다”며 “개정안 발의는 기본적인 의료인력에 대한 이해와 파업 상황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것으로, 의료계에 대한 보복성 개정안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여당은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핑계로 의사들의 정당한 단체행동을 법으로 금지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기존 무분별하게 발의했던 의료 악법들을 철회해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의사의 인권을 말살하고, 의사들을 노예화한 국가들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동유럽 등 공산국가들을 통해서 확인했다”며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의료 및 사회 전 분야를 규제로 압박하고,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세력들을 적폐로 규정해 정당한 인권을 말살하는 독재국가의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비대위는 “여당 의원들은 의료계 단체행동 이후 지속적으로 의료 악법을 발의하고 있다”며 “의료 현장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과잉 입법인 ‘친절한 의사법’에, 개인과 민간보험사 간 계약인 실손보험에 대한 청구대행까지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실손보험 청구대행법’까지 발의돼 환자와 의료기관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금고형 이상 처벌을 받은 의사의 면허가 취소되는 ‘의사면허취소 강화 법안’, 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의사가 다시 면허 취소를 받은 경우 영구히 의사면허 교부를 금지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법’ 등이 발의돼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실질적인 ‘파업금지법’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친절한 의사법’은 진료시 환자가 원할 때 진단명, 증세, 치료방법, 주의사항 등을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이달 초,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면허신고 기간을 넘긴 의사들에게 12월 중 면허를 한시적으로 취소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들 두고 의사들은 여당과 정부가 지난 의료파업에 앙심을 품고 의료계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의대생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대규모 미지원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써 봉합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