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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이용 낙태도 합법화 … 의사, 응급환자 제외 ‘진료 거부권’ 행사 허용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1-17 12:44:05
  • 수정 2023-09-10 22: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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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국무회의서 이같은 내용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 통과

앞으로는 수술 외에 약물 투여에 의한 임신중절이 허용될 전망이다. 자연 유산을 유도하는 약물을 사용해 낙태하는 방법이 합법화되는 것이다. 또 의사는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설명 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때 의사는 당사자에게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야하고 의사 개인의 신념에 따라 진료(낙태)를 거부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한 형법상 낙태죄가 임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처로, 향후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해 여성 건강 보호를 위한 ‘안전한 인공임신중절‘ 시술환경’과 ‘위기갈등상황의 임신’에 대한 사회·심리적 상담 제공 등 사회·제도적 지원여건을 조성하고자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물 투여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
 
개정안은 우선 약물 투여 등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을 사용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낙태 시술 방법이 ‘수술’로만 규정돼 있는데 환자의 선택권을 넓힌 것이다. 자연 유산을 유도하는 약물 중에는 먹는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mifegyne 성분명 미페프리스톤, Mifepristone)이 잘 알려져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처방과 유통이 금지돼 있다.


관련기사 : 낙태죄 입법 절차 착수에 유산유도제 ‘미프진’ 뜨거운 감자 부상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의학적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고 반복적인 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해 피임방법, 계획 임신 등에 관해 의사의 충분한 설명 의무를 두고, 자기 결정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임을 확인하는 서면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 때 의사는 임신한 여성이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거나 만 19세 미만이면 임신한 여성과 그 법정대리인에게 설명 및 서면 동의를 받아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만 19세 미만으로서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폭행·협박 등 학대를 받아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이를 입증할 공적 자료와 종합 상담 기관의 상담 사실 확인서를 제출받아 시술할 수 있다.
 
또 만 16세 이상 만 19세 미만으로서 법정대리인의 동의 받기를 거부하고 종합 상담 기관의 상담 사실 확인서를 제출하거나 만 18세 이상 만 19세 미만으로서 혼인했으면 임신한 여성에게 설명 및 서면 동의로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인공임신중절 요청에 대한 의사의 거부권을 허용했다.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진료 거부를 인정하되 응급환자는 예외로 하고, 의사는 시술 요청을 거부하면 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신·출산 종합 상담 기관 등을 안내해야 한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및 형법 적용 배제 조항 삭제
 
개정안은 합법적 허용범위(임신주수, 사유, 절차요건) 관련 사항은 형법에서 규정하게 되므로 삭제하고, 합법적 허용범위에 대한 형법 낙태죄의 적용 배제 조항도 삭제했다.
 
위기갈등상황의 임신에 대한 사회적 상담 지원
 
개정안은 이밖에도 임신·출산 지원기관을 설치해 원치 않는 임신의 인지 등 임신·출산 관련 위기상황에 신속한 초기대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긴급전화 및 온라인 상담 등을 제공한다. 임신·출산 지원기관의 업무는 공공기관 또는 인구보건복지협회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도 설치해 임신의 유지 여부에 관한 사회·심리적 상담을 제공하고, 상담을 받은 여성이 요청 시 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상담 사실 확인서를 지체없이 발급하도록 했다.
 
비영리법인 등이 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상담 사실 확인서를 발급하고자 하면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로부터 지정을 받도록 하여 상담 기관의 접근성을 높였다.
 
임신·출산 지원기관의 위탁받은 업무수행 경비, 보건소에 설치된 종합상담기관의 설치·운영 경비, 상담 사실 확인서 발급에 필요한 업무 수행 경비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도록 했다.
 
다만, 종합상담기관은 피임, 임신 등과 같은 민감사항을 상담·지원하는 기관이므로 성범죄 등과 관련하여 형을 선고받은 자 등이 상담기관의 장과 상담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원치 않는 임신 예방 등 지원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피임 등에 관한 교육 및 홍보, 임신·출산 등에 관한 정보제공, 인공임신중절 관련 실태조사 및 연구, 국민의 생식 건강 증진 사업 등의 추진 근거도 마련했다. 생식기 질환 예방, 임신·출산에서의 건강 보호 및 의료서비스 지원 등이 그것이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이번 개정안은 올해 12월 31일까지 형법상 낙태죄를 개선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에 따라, 종합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법인 ‘모자보건법’의 동시 개선입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부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관련 논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 연내에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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