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예의 주시 중이지만 백신 개발에는 영향 없을 것” … 가장 많은 G형은 백신에 효과 보여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진자가 13일 0시 기준으로 191명을 기록했다. 70일 만에 가장 높은 숫자다. 해외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11일 미국의 하루 사망자는 2000명을 초과했고, 일본의 하루 신규확진자는 1600여명에 이르렀다. 프랑스도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수가 사상 최다인 3만2000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백신 개발 분야에서 들리는 낭보만이 희망을 주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달 초 덴마크 등지에서 발견된 변종 바이러스가 전파력과 중증도가 높고, 백신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우려를 사고 있다.
밍크에서 발견된 새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안 듣는다?(△)
최근 유럽에서 새롭게 보고된 밍크(족제비과 동물) 관련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한스 클루게(Hans Kluge) 세계보건기구(WHO)의 유럽지국장이 지난 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백신개발에는 영향이 없으며, 변종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를 매일 모니터링하는 국제기구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는 새로운 변종 코로나19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변종 바이러스는 덴마크 및 네덜란드 등에서 310명의 사람과 밍크 39마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돼 밍크를 통해 사람이 감염된 것으로 추측됐다. 지금까지 사람이 동물을 감염시킨 사례는 드물게 보고됐으나 이번처럼 동물이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국 내 1700만 마리의 밍크를 살처분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에 밀려 잠정 유보했다.
이번 바이러스는 ‘클러스터5’로 명명됐는데, 4가지의 변이가 확인됐다. 그 중에서는 453번 아미노산을 타이로신(Y)에서 페닐알라닌(F)로 바꾼 ‘Y453F’ 변이도 있다. 제시 블룸(Jesse Bloom) 미국 프레드허치암센터(Fred Hutchinson Cancer Research Center) 교수팀은 이 변이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가 더 잘 결합하게 할 것으로 분석했다.
ACE2는 바이러스가 인체로 들어오는 관문의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새 변종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지금까지의 바이러스보다 강하며 중증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439번 아미노산을 아스파라긴(N)에서 라이신(K)로 바꾼 N439K 변이도 발견됐는데, 이는 항체의 중화 효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클러스터5에 감염될 경우 백신이 무용하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클루게 국장은 덴마크 보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클러스터5’가 백신을 무력화할 것인지 의문을 갖는 게 현실적”이라면서도 “신종 돌연변이인데다가 새로운 조합이기 때문에 계속 조사할 필요는 있지만 이 때문에 백신개발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종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시킨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변종 바이러스의 초기 양상을 살펴볼 때 임상 증상과 중증도, 환자 간 전염 등은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슷하다”며 “변종 바이러스가 가진 변이의 결합물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파 빠른 ‘G형’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효과도 차이난다? (X)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중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퍼져 있는 'G형(D614G)'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다른 형 바이러스에 비해 증식과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우려와 달리 백신 효과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랄프 배릭(Ralph Baric)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University of North Carolina School of Medicine) 교수팀은 일본 도쿄대 의대와 함께 G형 변이 바이러스의 세포 내 증식 특성을 인체세포를 이용해 실험하고 동물 개체 간 전파 특성을 확인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12일자에 발표했다.
G형(D614G)은 인체에 침투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614번 아미노산이 기존 아스파르트산(D)에서 글리신(G)로 바뀌어 D614G 또는 G유형이라고 불린다. 광범위하게 퍼져서 이후 G와 GH, GR 등 세 유형으로 세분화됐다.
이 유형은 1월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며 2월 이후 비율이 급증해 지난 여름 이후로는 전세계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바이러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5월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이후 유행했으며 지금은 국내서 G 유형만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G형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원인으로 다른 변이보다 빠른 전파력을 지목했다. 연구팀은 G형 바이러스와 변이 전 바이러스를 사람의 코속‧기도‧폐 상피세포에 감염시킨 후 1~3일 경과를 지켜봤다. 그 결과 콧속과 기도 세포에서 G형 바이러스가 훨씬 빠르게 증식하는 게 확인됐다. 다만 폐 세포에서는 증식 속도 차이가 없었다.
기존 바이러스(중국발 S형)와 G형 등 두 유형의 바이러스를 하나의 기도 상피세포에 동시 감염시키는 실험에서는 기존 바이러스는 G형보다 10배 더 많이 주입했음에도 G형 바이러스의 증식이 더 빨랐다.
햄스터를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 동물실험에서도 G형 바이러스에 이틀 만에 8마리 중 5마리가 감염됐으나 기존 바이러스에는 한 마리도 감염되지 않아 동물 간 전파력도 G형 바이러스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행히 이런 변이가 바이러스나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성에는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특히 항체의 중화 효능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현미경으로 살펴본 결과 변이는 바이러스 형태와 스파이크 단백질의 중요 구조, 수 등을 변화시키지 않았다. 특히 혈장과 단일클론항체를 이용해 바이러스 독성을 중화시키는 비교실험을 한 결과 효능에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이 G형(D614G) 변이에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코에 뿌려서 코로나19 예방하는 스프레이약 나올 수 있다? (O)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의 상용화가 성큼 다가온 가운데, 코 안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방식으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 9일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Columbia University Medical School),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의대(Erasmus School of Health Policy) 공동연구팀은 단백질로 형성된 콜레스테롤 입자인 ‘리포펩타이드’를 스프레이 형태로 만들어 코에 뿌리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족제비 일종인 페럿 6마리를 대상으로 스프레이 실험을 한 결과 감염률이 0%에 수렴했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가 담긴 논문은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org)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1∼2일 전 코로나19에 감염된 페럿과 그렇지 않은 페럿을 각각 1마리씩 같은 우리에 넣고 24시간이 지난 뒤 검사했다. 그 결과 코에 스프레이를 뿌린 페럿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반면 플라시보(가짜약) 그룹의 페럿은 감염됐다.
리포펩타이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돋아나 있는 단백질 스파이크의 성분과 유사하다. 단백질 스파이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침투시키기 위해 인체에 달라붙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스파이크 단백질의 아미노산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데, 이때 성분이 비슷한 리포펩타이드를 호흡기에 뿌리면 스파이크의 아미노산과 얽혀 이들의 결합을 방해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만약 인간이 이 스프레이를 뿌렸을 때도 동일한 감염 예방 효과가 나타난다면 백신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동물을 대상으로만 진행됐으며, 아직 동료 과학자들의 논문 검토 단계가 남아 있어 예방약의 상용화를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연구에 참여한 앤 모스코나(Anne Moscona) 컬럼비아대 미생물학 박사는 “리포펩타이드는 한 번 뿌리면 24시간 지속된다”면서 “독성이 없고 안전한 데다 저렴하게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가루 형태로 운반할 수 있어, 보급이 비교적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환자 20%, 3개월 내에 정신질환 겪는다? (O)
확진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90일 이내에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폴 해리슨(Paul Harrison)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Oxford University Medical School)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코로나19 확진자 6만2000여명의 건강기록을 분석한 결과, 확진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양성반응이 나온 후 3개월 동안 불안·우울증, 불면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치매에 거릴 위험성도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약 두 배 정도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또 기존에 정신질환이 있었던 환자의 경우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5% 더 높았다.
해리슨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의 정신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왔다”며 “코로나19 완치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이먼 웨슬리(Simon Wessely) 영국 킹스칼리지대 의대(King’s College London GKT School of Medical) 정신과 교수도 “정신건강 장애가 있는 사람에서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은 다른 감염병도 비슷하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클 블룸필드(Michael Bloomfield)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대(University College London, UCL) 의대 교수도 "이같은 결과는 특정 유행병과 관련된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과 질병의 물리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의학저널 ‘랜싯 정신의학’(The Lancet Psychiatr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