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발병나이 57세, 80%는 남성, 10명 중 8명은 간경병증 … 초기 증상 없고, 재발률 높아 주기적 관리 필수
10월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이다. 간암은 폐암에 이어 암사망률 2위다. 특히 40~50대 연령에서는 암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간이 70% 이상이 손상되기 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증상이 있더라도 간암은 만성바이러스간염, 간경변증 등 간질환 병력이 있던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증상을 혼동해 암이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상이면 적어도 한번은 혈액검사로 초음파로 간질환이 있는지 파악해봐야 한다.
간암세포 평균 4~5개월이면 2배 성장 … 간 질환자 정기검진 필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간암 환자는 2015년 6만6995명에서 2019년 7만6487명으로 4년간 14.2% 증가했다. 국내 간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B형간염바이러스 감염, 알코올 등과 관련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아직 국내 B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백신접종으로 지금 젊은층에서는 보유자 비율이 매우 낮지만 40대 이후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인다. 음주에 관대한 사회 통념으로 알코올성 간경변증도 많은 편이다.
남순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형간염은 보통 급성으로 발병해서 대부분 호전되고 만성으로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간암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보통 급성으로 발병했다가 호전되는 A형간염과 달리 기존 B형이나 C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거나 알코올성 간경변을 겪는 환자는 간 손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 지방간이 간암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주로 간염과 간섬유화가 누적될 때 발생한다. 간암 환자의 약 80% 정도가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간경변증 환자 100명 중 연간 3~8명 정도에서 간암이 발견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만성간염 단계에서 간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심재준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단순 간염 환자에서 간암 발생 위험은 간경변증 환자의 약 10% 수준”이라며 “흔히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넘길 수 있는 피로감, 식욕 및 체중 감소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자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족력이나 평소 과음하는 습관이 있고 만성 바이러스간염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정기적으로 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 암 의학지(Cancer Medicine)에 발표한 심재준·김기애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만성 B형간염 환자 41만4074명 중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한 B형간염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간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44% 감소했다. 하지만 B형간염 진단 후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한 비율은 22.9%에 그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절실하다.
이미 간경변증을 앓고 있다면 추가적인 간 손상을 피해야 한다. 금주하며 정기적인 간암 감시 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2003년부터 국가암검진사업에 간암이 포함돼 간경변증 환자라면 부담 없이 연 2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간경변증이 없는 만성 B·C형간염 환자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초음파검사 이상 무, 그럼 안심? … 알파태아단백 검사 통해 정확도 높여야
1~2cm의 작은 결절 단계에서 간암을 발견하는 게 완치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이런 초기 간암은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부통증, 불쾌감, 심한 피로감, 쇠약감, 황달, 복수 등 간암 증상은 암세포가 임파선과 혈관등을 침범한 후에 주로 나타난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조기 진단법은 간 초음파 검사와 알파태아단백 혈액검사다. 간 초음파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병행하는 게 좋다.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알파태아단백 수치가 상승하면 간암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치료 중이거나 치료가 끝난 바이러스간염 환자에게 ‘알파태아단백 수치’는 매우 유용하다.
다양한 종양표지자를 이용한 혈액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법 등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은 조기발견 목적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연구 단계에 그치고 있다.
심재준 교수는 “간암의 성장 속도를 고려한다면 6개월에 한 번씩 검사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며 “복부비만이 있거나 간경변증으로 간이 작아졌거나, 간 전체를 자세히 볼 수 없을 경우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추가 진행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제술‧간이식이 주요 치료법 … 간동맥화학색전술‧방사선 치료 등도 시행
간암의 외과적 치료는 암이 위치한 곳을 일부 잘라내는 간절제술과 간이식으로 구분된다. 초기 단계에는 간을 절제하는 수술이 원칙이다. 종양이 조금 크더라도 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로 간을 절제해 주는 게 좋다. 간절제술은 간 기능이 정상으로 유지되고 암세포가 일부에 국한돼야 한다. 또 간경변증이 심하지 않고, 암세포가 혈관을 침범하지 않았을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간암의 크기가 작으면서 간경변증이 악화돼 복수가 차거나 간성혼수가 반복되는 등 비대사성 간경변증이 동반된다면 간이식을 통해 간을 아예 교체해주기도 한다.
김범수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는 “간암의 조기진단율을 고려해볼 때, 10~20% 정도만 간절제술을 받을 수 있다”며 “대부분의 간암 환자는 간경변증을 동반해 간암 환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은 간이식”이라고 말했다.
간이식은 정상인의 간을 옮겨 붙이는 수술로 기존의 손상된 간을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즉 간암과 함께 간경변증 등 동반된 간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간 절제술과 마찬가지로 제한이 있다. 간외 전이가 없으며 종양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적어야 한다.
초기를 넘어 중기 간암의 경우 대부분 간동맥화학색전술(TACE, 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을 시행한다. 대퇴동맥 혈관을 통해 간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만약 종양의 크기가 크고 암이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에는 경구 항암제(넥사바, 스티바가, 렌비마 등)를 사용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을 시행한다.
방사선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전체 간에 시술하는 것보다는 작은 부위, 이를테면 혈관이 막힌 부위 등에 방사선을 조사해 간동맥혈전 등을 제거하는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최근엔 환자맞춤형 면역치료요법 등이 개발 중이다.
2년 내 재발률 40% … 완치 후에도 정기적인 검사 필수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수술을 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이다. 수술이 가능하면 절제술을 재시행할 수 있지만 만약 어렵다면 단계를 하나씩 높여 간동맥화학색전술을 반복하거나 경구항암제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재발을 일찍 발견하려면 간암 치료 후 정기적인 CT나 MRI 검사가 필수다.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B형은 백신 접종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게 필수적이다. C형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문신이나 피어싱 등을 삼가야 한다. 여럿이 같은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절대 피해야 한다. 또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예방을 위해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간질환이 생겼다면 절대 금주해야 한다.
남순우 교수는 “심한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환자는 주기적으로 전문의를 찾아 본인 상태를 정확히 체크하는 게 필수”라며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위험군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종양지표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통해 간암을 초기 치료가 가능한 상태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