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수술해도 예후에 영향 없어 … 수술 가능여부는 렌즈 착용기간 아닌 타고난 각막 두께가 결정
인간은 오감(시각·후각·청각·미각·촉각)을 이용해 세상을 인식한다. 그 중에서도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실제로 감각기관을 통해 획득하는 정보의 80% 이상은 시각을 통해 얻어진다.
하지만 중장년에 접어들면 시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각종 질환이 생겨나게 된다. 눈은 특히 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신체기관이다. 최근에는 TV·컴퓨터·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눈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시력이 저하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대학 입학 전이나 긴 연휴를 이용해 라식·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었다. 매일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격렬한 스포츠활동 등을 할 때 제약이 많아서다. 그러나 수술 후 부작용 등에 대한 속설로 오랜 시간 수술을 망설이기만 하는 경우가 적잖다. 세간에 알려진 시력교정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 본다.
1. 라식수술하면 평생 ‘안구건조증’에 시달린다?
안구건조증은 라식수술 후 겪는 가장 흔한 부작용이다. 빛번짐, 근시퇴행도 흔히 나타나지만 안구건조증이 가장 압도적이다. 보통 수술 직후 일시적으로 안구건조증이 나타나며 이를 완화할 목적으로 인공눈물이 처방된다. 수술 후에는 가습기를 사용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어쩔 수 없이 컴퓨터 작업을 하게 되더라도 장시간 사용을 피하고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주며 눈을 자주 깜박여야 한다.
약 6개월이면 수술로 인한 건조증은 개선되고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건조증이 사라지지 않아 인공눈물을 달고 살아야 하는 경우도 제법 많다.
2. 덥고 습한 여름에 수술하면 예후가 나쁘다?
여름철의 덥고 습한 날씨는 수술 예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수술장비의 진화와 의약품의 발달로 수술 후 염증 및 감염 노출 발생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또 병원 수술실은 계절과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계절적인 요인보다 수술 전·후 환자의 주의사항 준수가 수술 결과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같은 맥락으로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은 건조한 겨울철보다 고온다습한 여름에 라식하는 게 최적이라고 믿어지고 있다. 이또한 여름이 다소 유리할 수 있으나 겨울과 큰 차이는 없다. 냉방으로 실내공기가 건조한 측면 등을 감안하면 아주 예민한 문제는 아니다.
3. 콘택트렌즈를 오래 착용하면 라식수술 불가능하다?
콘택트렌즈를 오래 끼면 각막이 얇아져 시력교정술이 불가능하다는 속설이 있다. 라식·라섹 등은 각막을 깎아 굴절 이상을 교정하는 수술인데 장기간 렌즈 착용으로 각막이 눌리고 두께가 얇아지면 깎아낼 각막이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각막 두께는 선천적인 것으로 렌즈 착용과는 상관이 없다. 단 렌즈를 오래 착용하면 각막 형태에 변형이 올 수 있어 수술 전 1~2주 정도는 끼지 않는 게 좋다.
4. 라식수술하면 노안이 빨리 찾아온다?
라식수술은 각막을 깎아 눈의 굴절력을 변화시키는 수술이다. 반면 노안은 각막보다 안쪽에 위치한 수정체가 딱딱해지면서 탄력을 잃어 조절 기능에 노화가 오는 질환이다. 따라서 라식수술은 노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노안은 보통 40대 중반부터 발생하며 시력교정술 경험 여부와 무관하게 나타날 수 있다.
라식수술을 받으면 백내장이 왔을 때 치료가 어렵다는 오해도 있으나 백내장은 수정체에 혼탁이 오는 질환으로 역시 라식과 관계가 없다. 단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강규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에는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받았던 환자를 대상으로 백내장 수술을 시행할 경우 인공수정체의 정확한 도수를 선택하기 위해 최신 계측장비를 이용해 데이터를 얻은 뒤 이들 값을 미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에서 권고하는 최신 공식에 대입한다”며 “수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 라섹 수술이 라식 수술보다 안전하다?
라식과 라섹 모두 각막 실질 부위에 미리 목표한 양의 레이저를 조사해 굴절 이상을 교정한다. 각막 실질에 레이저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실질 부위를 겉으로 드러내야 한다. 라식과 라섹의 차이는 각막의 실질 부위를 노출시키는 방법에 있다.
라식은 각막 상피를 포함해 각막의 실질 일부까지 정해진 두께로 잘라서 각막 절편을 만들어 젖힌 다음 드러난 각막을 깎은 후 최종적으로 각막 절편을 다시 덮는다. 반면 라섹은 라식과 달리 절편을 만들지 않는다. 라식은 더 많은 각막층을 깎는다는 점에서 라섹과 차이가 난다. 각막이 얇은 사람은 라식을 받기 어려워 부득이 라섹을 택해야 한다.
이동호 압구정연세안과 원장은 “라섹은 라식처럼 각막절편을 만들지 않아 절편이 탈락하거나 감염되는 부작용 위험이 없지만 ‘각막혼탁’의 위험이 존재한다”며 “반면 수술 후 외부충격에 강하고, 안구건조증이 덜하며, 야간 빛번짐이 드문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각막혼탁은 레이저로 깎아낸 각막 표면에 새살이 돋으면서 각막이 혼탁해져 시야가 가려지고 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주로 중등도 이상 고도근시에서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라섹은 각막 상피만 벗겨낸 후에 드러나는 각막 실질에 원하는 교정시력만큼 레이저를 조사한 후 각막혼탁을 막기 위해 별도의 치료용 보호 렌즈(단기간 사용하는 소프트렌즈)를 덮어준다.
라식은 라섹에 비해 수술 시 통증이 적고 수술후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다. 그런데 획일적으로 시력교정술을 앞두고 유독 라섹수술을 고집하는 환자가 있다. 라섹이 라식보다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라섹은 라식처럼 각막절편을 만들지 않고 각막상피를 제거하기 때문에 각막절편이 떨어져 나갈 위험이 없어 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각막의 두께와 시력, 동공 크기, 근시 정도 등 개인의 눈 상태에 따라 라식과 라섹 중 적합한 수술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밀검사를 받은 후 안과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수술방법을 결정하는 게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