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망막증에서는 눈 안의 혈관이 걷잡을 수 없이 자라 빛을 차단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실을 일으킨다. 이는 미숙아나 당뇨병을 앓는 성인에서 나타날 수 있다.
오클라호마의학연구재단(Oklahoma Medical Research Foundation, OMRF)의 과학자들은 지난 5일(현지시각)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혈관이 통제할 수 없게 자라게 하는 눈의 단백질을 차단하는 작은 분자로 쥐의 비정상적 혈관을 치료하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약물은 건강한 혈관은 그대로 둔 채 비정상적인 혈관만 성장을 억제했다.
연구원들은 생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생쥐의 혈관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내피성 ETS 전사인자로 불리는 특정 단백질을 발견했으며, 이 인자는 혈관이 퇴행하기 시작하면서 감소했다고 밝혔다. ETS 전사인자가 일종의 오프-스위치 역할을 한다고 추측하고 망막병증 모델에서 그 과정을 복제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여러 ETS 전사인자를 억제하는 YK-4-279라는 실험 화합물을 도출했다. 신물질은 생쥐 모델에서 맹목적인 혈관의 성장을 억제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혈 비정상적으로 혈류가 느린 혈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찰되었는데, 이는 망막증에 영향을 받는 혈관의 특성과 일치한다. 눈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상 혈관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OMRF의 포스트닥터 연구원인 크리스 새퍼(Chris Schafer)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병든 쥐의 혈관을 속여 자연적으로 퇴행하고 죽어가야 한다고 가정하고 이런 시도를 한 결과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의 높은 산소 농도로 인해 눈 속의 정상적인 혈관 발달이 방해를 받아 망막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 다만 이런 상태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된다. 그러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성인의 경우 망막증은 되돌릴 수 없는 시력 손실을 유발해 평생 문제가 될 수 있다.
당뇨병성 망막증에 대한 해결책을 연구하고 있는 회사로는 오큐알엑스(OccuRx)가 있다. 이 회사는 당뇨병성 망막증과 노인성 황반변성을 치료하기 위한 알약을 테스트하고 있다. ‘OCX063’이란 약물은 염증과 관련된 신호를 대상으로 하며, 생쥐 모델에서 눈의 비정상적 혈관에서 나오는 누출을 줄였다.
반면 지난 3월 에어피오파마슈티컬스(Aerpio Pharmaceuticals)는 망막병증 치료제 라주프로타핍(Razuprotafib, 코드명 AKB-9778)이 중기 임상(TIME-2b 연구, 2상)에서 주요지표를 놓쳤다고 발표했다.
라주프로타핍은 병든 혈관세포에 존재하는 Tie2(angiopoietin receptor)를 음성적으로 조절하는 물질인 VE-PTP를 억제하는 소분자물질이다. 즉 세포내 촉매적 도메인인 VE-PTP와 결합해 이를 억제함으로써 Tie2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세포 밖의 수용체 리간드인 안지오포이에틴(angiopoietin-1, Tie2 수용체의 agonist) 또는 안지오포이에틴-2(angiopoietin-2, Tie2 수용체의 antagonist) 농도에 관계 없이 Tie2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다. Tie2 유전자에 문제가 있으면 기형적 혈관이 생성될 수 있다.
OMRF 팀은 새로운 연구에서 YK-4-279가 눈의 비정상적인 혈관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혈관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그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미래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