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안구표면질환지수(Ocular Surface Disease Index, OSDI)는 대기오염 물질인 오존과 초미세먼지에 영향을 받지만, 미세먼지 농도와는 무관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동현 가천대 길병원 안과 교수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소점안제로 치료받은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안구건조증 환자 43명 총 86안을 대상으로 전향적 연구를 시행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5일 밝혔다.
대상자 43명 중 남성은 12명, 여성은 31명이었고, 평균연령은 56.3세였다. 이들의 평균 안구표면질환지수 점수는 42.4, 눈물막파괴시간은 2.7초, 눈물분비량은 1.43mm였다.
OSDI는 100점 만점이며 0~12는 정상, 13~22는 경증 건성안, 23~32는 중등도 건성안, 33점 이상은 중증 건성안으로 평가한다. 눈물분비량은 종이 시험지를 눈꺼풀에 끼워 눈물이 번지는 정도를 측정하는데 10~12mm를 정상으로 간주한다. 눈물막 파괴시간은 10초 이상을 정상으로 보며 5~10초는 경계선상, 5초 미만은 짧은 비정상으로 판정한다.
연구는 안구표면지환지수 점수와 눈물막파괴시간(Tear breakup time, TBUT), 눈물분비량을 측정해 오존, 미세먼지(공기역학직경 10㎛ 미만), 초미세먼지(공기역학직경 2.5㎛ 미만) 농도와의 연관성을 파악했다.
연구 결과 OSDI 점수는 오존 및 초미세먼지 노출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OSDI 점수는 오존이 1ppb 증가할 때마다 0.328점 상승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1㎍/㎥ 증가할 때마다 0.378점 올라갔다. 미세먼지는 OSDI 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1㎍/㎥ 증가 당 눈물막파괴시간을 0.028초 단축시켰다.
오존이 1ppb 증가하면 1주일 간 노출 시 눈물분비량은 0.144mm 감소했다. 1개월 간 장기 노출하면 0.164mm 감소해 그 폭이 더욱 커졌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농도가 1㎍/㎥ 증가하면 1일간 노출 시 눈물막파괴시간이 0.015초 단축됐다. 다만 1주일 또는 1개월간 장기 노출할 경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김동현 교수는 “안구표면질환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대기오염물질은 오존과 초미세먼지이고, 미세먼지는 눈물막파괴시간과 연관이 있었다”며 “모두 안구 불편감을 초래하지만 안구건조증 정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안구표면질환지수와 미세먼지 농도는 서로 무관하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눈물막파괴시간을 단축시켜 안구불편감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1㎍/㎥ 증가 당 눈물막파괴시간은 1일 노출 시 0.028초 감소했다. 1주일 간 노출되면 0.029초 단축됐다. 1개월 간 지속 노출되면 0.023초 줄어들었다.
김 교수는 “안구표면이 대기오염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있지만, 대기오염이 안구불편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임상연구가 드물어 이번 연구가 의의를 가진다”며 “안구건조증은 결막염 등 다른 안구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섣부른 자가진단을 경계하고 눈물분비량과 눈물막파괴시간 등을 정확히 측정해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구표면질환지수는 안구건조증을 자가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안구건조증으로 진단받으면 바람, 건조함, 대기오염물질 등 원인이 될 만한 것들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헤어드라이어 사용이나 스마트폰 보기 등 눈을 장시간 깜빡이지 않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며 “인공눈물로 안구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야 하고, 증상이 심하면 코로 눈물이 빠져나가는 눈물점을 막아서 눈물을 보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 성분이 안구건조증에 미치는 상이한 부작용: 오존, 초미세먼지 및 미세먼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세계적인 환경 관련 저널인 ‘Environmental Pollution’ 지난 7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