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모든 미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며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현지시각) 리제네론(Regeneron)의 이중 항체 신약후보물질인 REGN-COV2이 트럼프에게 정맥주사로 투여돼 어떤 치료효과가 나올지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70세가 넘은 고령에 비만 등 기저질환이 있어 위험한 상태에서 기존 표준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REGN-COV2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이라고 특별한 치료를 받은 것은 아니며 일반인도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을 통해 항체치료제와 혈장치료제를 맞을 수 있다.
트럼프의 지난 2일과 3일 각 한 차례 혈중산소농도가 90% 미만으로 떨어졌다. 통상 94% 미만이면 매우 안 좋은 예후가 예상된다.
한 이탈리아 출신 의사는 REGN-COV2 투여 후 9일째가 돼서야 상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의사들은 6일 트럼프가 퇴원할 것이라는 관측에 미친 짓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극적으로 회복하는 쇼를 연출, 강건함을 과시하기 위해 입원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전담 의사는 2일 트럼프에게 REGN-COV2 8g을 주사했다. 이미 렘데시비르+스테로이드(덱사메타손, 영국 연구에서 효과가 있다고 검증됨) 치료도 받았다.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과 위산분비억제제인 ‘펩시드’(Pepcid 성분명 파모티딘, Famotidine)와 같이 투여됐다. 트럼프는 면역증강 효과를 얻기 위해 아연과 비타민D도 섭취 중이다.
리제네론의 단일클론 항체는 코로나19 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 몇 안 되는 치료제 중 하나이다. REGN-COV2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을 갖춘 유전자 조작 쥐의 면역시스템을 통해 생성된 인간화 항체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의 혈청에서 추출한 순수 인간 항체를 접목한 것이다. 효과가 좋고 서로 경쟁을 하지 않고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즉 두 가지 항체가 비경쟁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spike protein)에 결합, 한가지 항체만 있는 경우에 비해 돌기단백질 변이를 통해 면역을 회피하려는 것을 줄여주고, 인구 집단에서 발현한 돌기단백질 변종으로부터 감염자를 보호한다. 이는 지난 7월 사이언스(Science)에 소개됐다. 이후에도 유행하던 D614G 코로나19 변종으로부터도 환자를 보호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리제네론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통원 환자들이 기존 치료제보다 자사의 치료제를 맞았을 때 더 빨리 바이러스 수치가 낮아지며 증상도 완화되었다는 적응형(seamless, adaptive) 1/2/3상 초기 시험 결과를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케일리 매커내니(Kayleigh McEnany)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으로 진단받은 지난 1일 늦은 오후 ‘경증의 증상을 보여’ ‘만전을 기하기 위해’ 다음날 오후 월터리드육군병원’(Walter Reed Medical Center)로 이송됐다고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다.
리제네론의 칵테일 제제가 트럼프에게 조기 투여되자 이 회사 주가는 3% (20달러) 오른 가격에 2일 장 마감 이후 거래됐다. 뉴욕타임즈는 앞서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 두 회사에 자사의 실험적 항체 칵테일이 트럼프에게 투여될 것이냐는 질문한 데 대해 모두 대답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유망주자인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Remdesivir)와는 달리 리제네론의 제제는 어느 나라에서도 긴급사용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리제네론의 렌 슐라이퍼(Len Schleifer)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슐라이퍼는 신종 코로나 유행 기간 중 백악관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리제네론은 지난 2일 늦은 오후 트럼프 주치의들이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에 의거해 리제네론 항체 칵테일 제공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리제네론의 RECN-COV2의 효능을 뒷받침해주는 적응형 시험 데이터는 기존 치료와 더불어 고용량(8g) 또는 저용량(2.4g)의 REGN-COV2이나 위약을 투여한 첫 275명 코로나19 감염 환자에서 나왔다.
시험 시작 전 환자들은 코로나19 항체가 이미 있는지 검사받았고 45%의 환자들은 이미 아무 도움 없이 항체를 만든 상태였고(seropositive), 41%는 충분한 양의 항체를 만들지 않았다(seronegative). 나머지 16%는 명확하지 않거나 상태 파악이 어려운 부류였다. 이에 조지 얀코풀로스(George Yancopoulos) 리제네론 회장 겸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수개월의 시험 끝에 바이러스 수준과 관련 증상이 급속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효과적인 면역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러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물질로 판단된다” 고 말했다. 이어 FDA와 허가 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미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제네론은 보도자료에서 충분한 항체를 만들지 않은 환자들에서 칵테일 요법이 제일 효과가 있었다며 투여 7일 후 유의미한 바이러스 수치 감소를 가져왔으며 바이러스 수치가 높을수록 감소 수치도 커졌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완치된다면 리제네론은 FDA 승인 전제 하에 기존 매년 60억달러의 매출에 더해 빅 아이템을 확보함으로써 큰 호재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다.
모닝스타(Morningstar) 애널리스트 카렌 앤더슨(Karen Andersen)은 “미국 정부 조달가 기준 2 도스에 24달러인 백신과 달리 항체 약물은 통상 수 천 달러에 달한다”며 “백신에 면역체계가 잘 반응하지 않는 노년층에게 항체가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길리어드의 공식 승인 코로나19 항 바이러스제제인 ‘베클루리’ (Veklury 성분명 렘데시비르 remdesivir)는 지난달부터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로이터통신에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비싼 렘데시비르의 수요가 감소한데다 호흡이 곤란한 중증 환자에만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미국 병원들은 구매 가능 수량의 3분의 1은 구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에도 불구하고 효능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인당 치료분(6회)이 3120달러로 고가인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길리어드는 이달 1일부터 렘데시비르를 미국 병원들에 직접 판매한다고 알렸다. 미 보건복지부가 배포를 책임지는 5개월의 기간이 끝남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울프리서치(Wolfe Research) 애널리스트 팀 앤더슨(Tim Anderson)은 현재 가격대로라면 렘데시비르의 최대 판매액은 2020년과 2021년 모두 30억달러를 약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리어드의 당초 예상치는 100만명에서 150만명 분으로 약 35억달러였다.
희소식도 들려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베클루리를 12세 이상으로 체중이 최소한 40kg에 달하면서 보충적 산소공급(supplemental oxygen)이 필요하고 폐렴 증상을 동반한 청소년 및 성인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도록 지난 3일 조건부 승인했다.
이번 조건부 승인 결정은 지난 4월 시작된 ‘롤링리뷰’(rolling review, 임상단계별 자료가 완성될 때마다 제출해 심사) 절차를 거친 끝에 이례적으로 짧은 시일 내에 이뤄졌다. 유럽 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이 약의 조건부 승인을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