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1/2상 중간분석, 강력한 중화항체 반응 유도 확인 … 생명윤리학자, 화이자에 11월말까지 승인 신청 미루라 서한
미국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1D-19,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백신 및 치료제를 빨리 개발하려는 ‘초고속 실행계획’(Operation Warp Speed)에서 아직 이름을 못올린 기업이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연합, 미국 머크(MSD), 아스트라제네카(AZ), 존슨앤드존슨(J&J), 모더나, 노바백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노피 연합 등 7개사에 최소 120억달러(약 14조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MSD는 백신후보물질조차 확정하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MSD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지난 5월 26일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바이오기업 테미스바이오사이언스(Themis Bioscience)를 인수했다. 또 비영리단체 국제에이즈백신협회 (International AIDS Vaccine Initiative, IAVI)와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MSD는 테미스를 인수하며 얻은 기술로 만든 백신후보물질로 이달 초 1/2상 시험을 시작했다. 테미스는 파스퇴르연구소가 개발한 벡터에 기반해 혁신을 가한 홍역바이러스를 코로나19 항원의 전달체로 삼고 있다.
결론적으로 MSD는 복제 가능하되 약독화된 홍역 바이러스를 벡터로 삼아 코로나19 유전자를 심는 과거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IAVI와의 파트너십은 MSD가 작년 말 FDA 승인을 얻은 에볼라 백신과 같은 플랫폼을 쓰고 있다.
MSD 약독화 생백신, 1회 경구용 투여 백신으로 편의성 개선 노려
MSD의 백신은 바이러스가 생존해 있으나 약독화돼 몸 안에 들어가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생백신이다.
MSD R&D이사 로저 펄머터(Roger Perlmutter)는 지난 7월 31일 기자회견에서 “MSD는 경구 백신도 시험하고 있으며 효과가 있다면 백신 투여의 장벽을 한층 낮춰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펄머터는 “공격적이고 널리 퍼진 코로나19 같은 백신에 대응하려면 한번 투여로도 효과가 있는 백신을 출시하는 등 백신 투여에 대한 장벽을 최대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MSD의 세부정보들은 초고속 실행계획의 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Moncef Slaoui)가 지난 23일 ‘잠재적 참여자’로 언급했던 백신과 일치해 아직 MSD에게 초고속 실행계획에 동승할 기회가 남아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이에 MSD와 미국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DHSS)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3일 뉴욕타임즈는 MSD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화이자(Pfizer),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모더나(Moderna) 초고속 작전 최종 멤버 중 하나라고 보도했으나 MSD는 아직 공식 계약을 미국 정부와 맺지 않았다.
MSD는 지난 5월 초기 연구 자금 조달을 위해 3800만달러를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iomedical Advanced Research and Development Authority, BARDA)로부 지원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초고속 실행계획 계약은 건당 10억달러 이상으로 훨씬 더 스케일이 크다. 초고속 작전은 이미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존슨앤드존슨, 사노피/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연합, 화이자/바이오엔텍 연합 등 다양한 백신 기술을 사용하는 회사들과 계약을 맺었다.
한편 주요 회사들은 이미 3상 시험에 들어가 긴급사용승인을 2020년 말이나 2021년 초에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화이자는 최근 자사의 2회 투여 백신의 초기 효능 데이터가 10월 말에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며 연말까지는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예방 백신이 아무리 급하다지만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구자와 생명윤리학자 60여 명은 화이자 측에 “수많은 사람에게 투여될 백신을 심사하는 데 수준 이하의 FDA 검토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오는 11월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승인 신청을 늦추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 속엔 오바마 행정부에서 FDA 부국장을 지낸 조슈아 샤프스테인(Joshua M. Sharfstein)도 포함됐다. 잘 나가는 화이자에 찬물을 끼얹는 제동과 다름 없다.
대부분 백신후보들은 2회 투여해야 하나 존슨앤존슨은 1번 투여 백신으로 지난 23일 3상에 들어갔다. 미국·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콜롬비아·멕시코·페루·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의 215개 장소에서 최대 6만명의 성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지난 25일엔 자사의 백신후보물질 ‘JNJ-78436735’(또는 Ad26.COV2-S)의 임상 1/2a상 시험의 중간분석 결과가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온라인 프리프린트 서버(www.medRxiv.org)에 게재됐다고 공표했다.
구체적으로 백신 투여로 항체가 출현했음을 의미하는 혈청변환의 경우 18~55세 연령대 피험자들의 99%에서 관찰됐다. 또 백신 투여 29일차에 전체 피험자들의 98%에서 SARS-CoV-2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존슨앤드존슨은 예정대로 2회 투여 방식의 3상 ‘ENSEMBLE’ 연구를 올해 안에 착수하고, 1회 투여방식으로도 별도의 3상 임상을 추가 진행키로 했다.
노바백스는 ‘NVX-CoV2373’의 효능, 안전성 및 면역원성을 평가하기 위한 첫 번째 임상 3상 시험이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24일 발표했다. 영국 정부의 산하 백신 태스크포스의 지원을 받아 18~84세 성인 최대 1만 여명을 향후 4~6주 동안 모집할 계획이다. 피험자는 동반질환이 있거나 없는 이들이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노바백스 측은 덧붙였다.
트럼프 ‘백신 정치’에 … 뉴욕州 “FDA 승인돼도 자체 검증할 것”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FDA가 백악관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 지침에 대해 “정치적인 움직임”이라며 “백악관은 FDA의 지침을 승인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며 23일 위협했다.
FDA가 제출한 승인 지침 초안은 ‘3상 임상시험 참여자들을 두 차례 접종한 뒤 최소 두 달간 추적 조사를 해야 한다’ ‘위약 투여 시험군에는 중증 환자가 5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민주당 출신인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는 하루 뒤인 24일 FDA가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다 해도 보급하기 전 뉴욕주 자체적으로 검증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나는 연방정부의 의견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뉴욕 주민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권하지도 않을 것 ”이라며 “주 보건부 산하에 백신검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까지 공급을 목표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부작용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백신을 함부로 맞을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