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동물실험 결과만으로 불가 … 환자등록절차 투명, 임상디자인 미세조정도 권고
노바티스(Novartis Gene Therapies)가 내년에 의욕적으로 출시하려고 개발 중인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환자를 위한 ‘졸겐스마주’(Zolgensma 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 Onasemnogene abeparvovec)의 척추강내(intratheca) 투여 제형(AVXS-101)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확증 3상 시험을 진행해 2023년까지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노바티스는 23일 이같은 권고사항을 대외에 공표했다. 2019년 9월 9일에 승인된 졸겐스마는 현재 2세 이하의 SMA 환자 중 SMN1(survival motor neuron 1) 유전자에 두 개의 대립유전자 변이(bi-allelic mutations)를 가진 경우에 정맥주사로 투여되도록 규정돼 있다.
노바티스는 동물실험 안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대 5세 이하까지 적용 가능한 척추강내 투여 제제로 적응증을 획득하려 했으나 FDA 권고로 실현 가능 시점이 한참 지연될 전망이다.
FDA는 지난 10월말 고용량을 척추강내로 투여하려는 STRONG 임상 1/2상의 환자등록을 중단시켰다. 전임상 동물실험 결과 척수신경 염증 및 신경세포 퇴행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노바티스는 2021년까지 원숭이 동물실험을 통해 최상의 가능한 데이터를 FDA에 제출할 것이라고 바스 나라시만(Vas Narasimhan) CEO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추가 도출된 자료는 FDA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사람 대상 3상 임상을 시행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노바티스 측은 “5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졸겐스마의 척추강내 투여 제형(AVXS-101)에 대해 FDA가 가능성을 인정했으며, FDA가 추가로 3상 진행을 권고한 것은 STRONG 연구의 일시 중단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3상 임상은 STRONG 1/2상 연구가 해제된 후에라야 가능하고, 3상 시험 디자인이니 기간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FDA 지침은 AVXS-101를 투여할 환자 등록 경로를 명확하게 하고, 임상 디자인 등 세부 사항을 조정하며, 차후 노바티스와 협의해 향후 진행될 SMA 임상 개발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업데이트하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척추강내 제형 승인 지연은 노바티스에게 분명한 좌절이다. 투자기관인 제프리스(Jefferies) 애널리스트인 피터 웰포드(Peter Welford)는 “척추강내 투여 제형은 현 10억달러인 졸겐스마의 연간 매출을 정점인 28억달러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견인차”라고 말했다.
이번 지연은 SMA 치료제로서 2016년 12월 23일 세계 최초로 출시된 바이오젠(Biogen)의 ‘스핀라자주(Spinraza 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 Nusinersen)와 지난 8월 7일 허가된 로슈의 차세대 치료제인 ‘에브리스디’(Evrysdi 성분명 리스디플람 risdiplam)가 시장에서 다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짬을 주게 됐다.
에브리스디는 최초의 경구약(정제, 하루 한번) SMA 치료제로서 졸겐스마처럼 원샷으로 치료하는 유전자치료제보다는 못하지만, 요추천자로 척수에 주입하는 스핀라자에 비해서는 투여 편의상 비교 우위가 있다. 2~25세의 SMA 2형 또는 3형 환자에게 광범위하게 투여할 수 있다.
반면 스핀라자는 SMN2(survival motor neuron 2)를 겨냥한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ntisense oligonucleotide, 유전자 발현 억제제)로 유소아와 성인에 모두 투여할 수 있다. 3가지 제제 모두 유형과 연령대가 다르다.
투자기관 SVB리링크(SVB Leerink)의 애널리스트 마니 포로하(Mani Foroohar)는 지난달 10일 “에브리스디가 광범위한 연령대와 환자 서브타입, 편리한 경구 투여, 저렴한 가격의 이점을 살려 스핀라자의 시장점유율을 의미 있게 잠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졸겐스마는 한번으로 끝나는 유전자 치료제의 특성상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만 하면 상당수 환자를 만성 치료 옵션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다만 졸겐스마는 2세보다 더 나이가 많은 환자를 확보하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야 하고, 그 사이 스핀라자는 한숨 돌릴 여유를 찾게 됐다. 로슈는 에브리스디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한참 더 달려야 할 판국이다.
로슈의 글로벌 의약품 전략 책임자인 테레사 그라함(Teresa Graham)은 지난주 투자자 행사에서 “에브리스디 투여 환자의 3분의 2가 스핀라자 또는 졸겐스마로 투여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웰포드는 현재 에브리스디의 최고 정점 연 매출을 24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졸겐스마는 미국, 일본에서 승인됐고 최근엔 브라질에서 2세 미만의 SMA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