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한쪽으로 뒤틀리거나 뒤로 젖혀지고 아니면 아예 돌아가 버리는 질환을 ‘사경증(斜頸症)’이라고 한다. 뇌졸중이나 뇌성마비 등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거나 불치병으로 생각해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경증은 신체 일부가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근긴장이상증(근육긴장이상증, Dystonia)’의 한 종류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대로 목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신적인 충격으로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이 올 수 있다.
근긴장이상증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2만8138명이던 환자 수는 2019년 3만9731명으로 40% 정도 증가했다. 근긴장이상증은 지속적인 근육 수축에 의해 신체 일부가 꼬이거나 반복적인 운동이나 비정상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의 증상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허륭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근긴장이상증은 근육의 수축과 긴장의 정도를 조율하는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근육이 과도하게 강직돼 몸이 뒤틀리고 돌아가는 운동장애질환”이라며 “운동 근육의 세밀한 기능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뇌 기저핵의 기능에 이상이 와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근긴장이상증은 크게 전신성, 반신성, 다발성, 국소성으로 나뉜다. 국소성은 다시 △목 근육의 경련으로 인해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가는 ‘사경증’ △눈 주위의 근육경련 수축으로 인해 눈이 자꾸 감기는 ‘안검연축’ △안면부 전체에 발생하는 ‘메이지증후군’ △성대 근육의 수축으로 말을 할 때 숨이 막히거나 목이 조이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경련성 발성장애’ 등으로 구분된다. 또 글씨를 쓰거나 악기 연주 등을 할 때 손의 움직임에 의해 근긴장이상증이 생기는 ‘작업성 근긴장이상증’ 등도 포함된다.
근긴장이상증 환자들은 보통 신체 부위의 팽팽함, 경련, 비틀림과 같은 증상을 경험하고 때론 떨림을 동반하기도 한다.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정작 이완돼야 할 때 수축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서 경련이나 근육 통증이 발생한다.
그 중 사경증은 가장 흔한 형태로 머리의 비틀림, 경련, 떨림, 경부 통증 등이 나타난다. 목 근육의 이상 운동으로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앞뒤로 혹은 어깨 쪽으로 기울어져 머리를 바로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증상들은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경미하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 뒤틀린 자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소화장애와 척추측만증 등 여러 합병증이 유발된다.
더 큰 문제는 신체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심리적 위축까지 초래된다는 점이다. 신체 일부가 한쪽으로 뒤틀린 자신의 모습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거나 아예 사회생활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대인기피증, 우울증으로 발전하거나 심하면 자살충동까지 느끼곤 한다.
근긴장이상증은 전문의의 촉진과 면담, 운동성근전도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다행히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치료 효과는 높은 편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약물치료나 보톡스주사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톡스는 근육신경을 차단해 증상을 완화한다.
사경증에 대한 수술치료로는 ‘말초신경절제술’과 ‘뇌심부자극술’이 있다. 말초신경절제술은 문제를 일으키는 근육을 지배하는 말초신경을 잘라내는 방식이다. 단 수술이 매우 복잡하고 말초신경의 손상 우려와 함께 통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수 있다.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은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 부분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신경을 잘라내거나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으로 사경증을 포함한 모든 근긴장이상증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수술은 먼저 뇌 속에 테스트 전극을 삽입해 약한 전기자극을 준 후 최적의 위치를 찾는다. 테스트가 끝나면 두피 아래에 목 뒤를 잇는 통로를 만들어 뇌 속의 전기자극 발생장치인 신경자극기를 이어줄 가느다란 전선을 피부 아래에 넣어 연결한다. 배터리와 칩으로 구성된 전기자극 발생장치는 편측 쇄골 아래 부위에 이식한다.
수술 후 전기자극발생장치를 작동시키면 뇌에 심어둔 전극에 전기자극이 시작되고 서서히 이상운동 증상이 사라지면서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된다. 전기자극 발생장치에 내장된 배터리 수명은 7~8년 정도이며 교체 수술은 1시간 이내다.
허륭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은 문제가 생기거나 더 발전한 치료 방법이 나왔을 때 이식했던 기기를 제거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법”이라며 “근긴장이상증으로 의심된다면 조기에 신경외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