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닿아도 엄청난 통증을 느낀다’는 뜻을 가진 ‘통풍(痛風, gout)’의 유병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통풍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46만2279명에 이른다. 33만4705명이던 2015년에 비해 38.1% 증가했다.
통풍은 요산의 원료가 되는 동물성 단백질에 많은 핵산 구성 염기인 퓨린(purine)이 대사돼 최종 산물인 요산(尿酸, uric acid)이 체내에 과잉 축적되는 것이다. 심해지면 요산이 결정화되면서 관절과 주위 조직에 축적되며 재발성·발작성 염증을 일으칸더, 만성 전신성질환으로 고통스럽고 심한 관절통과 관절염이 동반되면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복부비만,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으로 악화돼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신동혁 대전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육류의 비중이 높은 서구화된 식생활과 잦은 음주, 운동량 감소, 비만 등으로 인해 통풍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통풍임을 알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한다”고 말한다
통풍 환자가 늘어날수록 통풍에 대한 정보도 넘친다. 문제는 종종 잘못된 내용이나 민간요법을 맹신해 병을 키우는 것이다. 통풍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본다.
1. 술은 맥주만 피해서 마시면 된다?
통풍은 신장에 이상이 있거나 요산을 많이 생성하는 음식을 다량 섭취했을 때 발생한다. 술과 기름진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이 발병률을 높여 과거에 ‘귀족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맥주에 있는 효모에는 퓨린이 많아 요산 수치를 높이고, 소변에 의한 요산 배출도 방해해 특히 해롭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술에 포함된 알코올도 혈중 요산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배설을 억제해 급성발작 발생률을 높인다. 맥주만 피하면 능사가 아니라 모든 술을 멀리해야 한다. 모든 종류의 술은 요산을 증가시킨다.
퓨린 함량이 많은 췌장, 신장, 간 등의 내장류를 비롯한 고지방·고칼로리 섭취도 자제하는 게 좋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 탈수 상태에서 퓨린이 많은 맥주와 고기를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혈중 요산 수치가 상승해 통풍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퓨린 대사 과정에 이상이 생기거나 신장에서 요산 배출이 원활하지 이뤄지지 않으면 체내에 요산이 과도하게 쌓이는 고요산혈증이 나타나고, 요산염 결정이 생성돼 통풍을 일으킨다. 고요산혈증이 반드시 통풍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해지거나 기간이 오래될수록 통풍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2. 남자가 더 많이 걸린다?
통풍은 육류와 술을 즐기는 중년 남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남성 환자는 42만6613명, 여자는 3만5666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10배 이상 발병률이 높다.
남성이 여성보다 통풍 환자가 많은 것은 여성호르몬이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저질환이 없는 여성은 폐경 전 통풍이 진단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여성호르몬은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억제해 배뇨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폐경기 이후에는 여성도 통풍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3. 아플 때만 치료해도 된다?
급성 통풍발작은 아플 때만 치료하기도 하지만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반복된다. 꾸준히 요산저하제를 복용해 혈중 요산수치를 낮춰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약을 먹고 통증이 멈추거나 요산 수치가 내려갔다고 해서 환자 마음대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다시 요산이 증가하면서 관절뿐만 아니라 신장, 심장, 뇌혈관 등 다른 장기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통풍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뚱뚱한 사람은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며 체중을 적정체중에 가깝도록 줄여야 한다. 급격한 체중감량은 혈중 요산수치를 상승시켜 통풍발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감량하는 게 중요하다.
4. 엄지발가락이 아프면 통풍이다?
통풍 초기에는 한 군데의 관절에 급성 염증이 생기는데 특히 엄지발가락 부위에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엄지발가락이 아프면 바로 통풍을 의심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무지외반증 등 발 변형에 의한 통증도 드물지 않다.
통풍의 초기 증상은 엄지발가락을 비롯해 발목·발등·무릎관절 등에도 나타날 수 있다. 관절 주변이 붓고 피부가 붉은 색을 띠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통풍 발작’이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은 대부분 3~10일 안에 호전된다. 그러나 점점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만성 염증·통증이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통풍은 2년 내 재발률이 80%로 매우 높은 편이다. 관절염이 반복되면 관절이 심하게 손상되고 요산 결정이 피부 밑에 침착되는 통풍 결절이 생기기도 한다.
5. 통풍은 유전된다?
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통풍도 유전인자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뚱뚱하지도 않고 음주를 즐기지도 않는데 혈액검사에서 요산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오면 가족력을 의심할 수 있다. 전체 통풍 환자 30~40%는 가족력을 갖고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통풍이 있거나 혈중 요산 수치가 높다면 한 번쯤 혈액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6. 통풍 유발하는 약물이 따로 있다?
약물 때문에 통풍이 생기기도 한다.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매일 복용하는 저용량 아스피린은 요산 배설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 이뇨제, 결핵약도 신장에서 요산 배설을 억제해 혈액 내 요산의 양을 증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