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오대종 초고령사회의료연구소 교수팀이 혈액 속 적혈구의 모양과 크기 변화로 노인 우울증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적혈구 지표’는 비용 부담이 없고 간편한 혈액검사만으로 우울증 발병 위험을 알아낼 수 있다.
적혈구는 뇌를 비롯한 다양한 장기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세포다. 적혈구의 모양이나 색 등이 변하면 작은 자극으로도 쉽게 손상돼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 결과적으로 뇌기능 저하 및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노인의 혈액 속 적혈구의 변화를 통해 우울증을 예측하기 위해 60세 이상 한국인 4451명을 대상으로 일반혈액검사(Complete Blood Cell Count)를 실시해 적혈구 지표를 측정하고, 노인 우울증의 발병 위험과 연관성이 있는지 약 4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이 이용한 적혈구 지표는 평균 적혈구 용적, 평균 혈구혈색소량, 평균 혈구혈색소 농도 등이고 수치에 따라 상위, 중위, 하위 그룹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평균 혈구혈색소 농도가 가장 높은 상위 그룹이 가장 낮은 하위 그룹에 비해 우울증 진단 위험이 남성은 1.95배 높았고, 여성은 1.5배 높았다.
평균 혈구혈색소량이 가장 높은 상위 그룹에서 4년 이내에 우울증이 새롭게 발병할 확률이 하위 그룹 대비 남성은 1.8배 높았으며, 여성은 2.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혈구혈색소량이 상위 그룹 수준까지 증가하거나 유지되는 경우 남성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2.3배, 여성은 3배까지 높아졌다.
평균 적혈구 용적이 상위 그룹 수준까지 증가하거나 유지됐을 때에는 남성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4.5배, 여성은 무려 6.3배까지 뛰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대종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그동안 노인 우울증의 발병기전으로 알려진 염증반응과 혈관기능의 손상이 인체가 적혈구를 만드는 과정에 영향을 줘 결과적으로 뇌의 산소공급을 방해하고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다만 적혈구처럼 피를 구성하는 세포의 변화가 어떤 기전을 통해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일반혈액검사 결과를 의료현장에서 우울증 진단 및 예측에 활용할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웅 교수는 “노년기에 겪게 되는 여러 만성질환이 혈액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특히 여성은 이런 상태가 수년간 누적되면서 뇌기능 저하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며 “노인들은 정기적인 검진,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운동 등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의료관리자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JAMDA) 최근호에 게재됐다. 보건산업진흥원과 질병관리본부의 지원으로 2009년부터 진행 중인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의 하나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