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주머니 없는 ‘직장질루 원 스테이지 수술’ 성공 보고 … 2주 이내 입원, 수술 후 며칠 만에 퇴원
자연분만 과정에서 산모에게 생길 수 있는 질환 중 하나가 ‘직장질루’이다. 흔하지 않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일단 발생하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직장질루를 발견했더라도 스스로 질환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치료 과정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직장질루 치료 과정에서 대부분 장루를 만들었기 때문인데, 장루 없이 수술로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해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직장질루란 장과 질 사이 벽이 얇아지다가 누공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원인이 다양한데, 출산 과정에서 산도가 직장 쪽으로 찢어지면서 누공이 발생하는 게 가장 흔하다. 또는 회음부 절개 부위를 봉합하는 실에 의해 감염돼 염증과 함께 누공이 생기기도 한다.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오랫동안 나오지 못하면 조직이 괴사하면서 누공이 생길 수 있다. 이밖에 방사선치료나 염증성 대장질환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이 누공을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한 채 생활하다보면 점점 크기가 커진다. 누공의 크기가 작을 때에는 불편한 증상만 나타나다가 병이 진행될수록 가스나 대변이 항문이 아닌 질을 통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일상생활에서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되고 사회적, 심리적 위축을 초래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특히 자연분만 이후 직장질루가 발생한 경우에는 출산과 육아로 이어지는 고도의 스트레스 상황을 직면한 산모가 여성으로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부부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상실감과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기존 치료법은 환자들이 치료를 꺼리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병원에 방문할 정도의 직장질루는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기존 수술법은 장기간 여러 차례의 수술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치료 과정 중에 반드시 장루와 배변주머니를 사용해야 했다. 따라서 사회적 활동에 대한 제약이 심했고, 심리적 고통도 매우 컸다.
최근에는 장루를 만들지 않고도 치료하는 방법이 시행되고 있다. 장루 없이 누공 부위를 직접 봉합하는 수술법은 주변 조직에 염증이 없는 경우 표준치료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안기훈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주도적으로 도입, 시행 중이다.
최근 안 교수팀은 출산 직후 약 1~2cm의 누공이 생긴 36세 여성이 ‘직장질루 원 스테이지 수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회복된 사례를 대한모체태아의학회에서 보고해 학계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 수술은 2주간의 입원만 필요하고, 수술 후 수일 만에 장루 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여성이자 산모로서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안 교수는 “직장질루 치료에 장루와 배변주머니가 꼭 필요하다고 오인해 수술을 꺼리고 걱정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이제는 선택적으로 단 한 번의 수술만으로 장루 없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치료 과정에 대한 걱정 없이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