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담석증 환자가 늘고 있다. 담석증은 보통 비만하거나 고지방 고열량 식사를 할 때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 같은 여름철엔 무리한 다이어트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급격한 섭취 제한으로 담즙 내 콜레스테롤은 늘고, 담즙 배출은 저하되면서 담석이 발생할 수 있다.
담석증 5년 새 60% 가까이 증가 … 고지방‧저섬유질 식단이 주요인
담석은 담낭(쓸개)에서 만들어지는 담즙 속 콜레스테롤이 돌처럼 굳어져 간, 담낭, 담관에 쌓이는 것으로 엄청난 통증을 일으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담석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2015년 13만6774명에서 2019년 21만6325명으로 최근 5년 새 58% 증가했다.
담석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서구화된 식습관과 인구의 고령화다. 채민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고지방, 고콜레스테롤, 저섬유질 위주의 식습관은 담즙 내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담낭의 담즙 배출을 감소시켜 담석증 발생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며 “노인은 콜레스테롤의 포화지수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담석 발생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40대 젊은층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채 교수는 “요즘 같은 여름철 몸매 관리를 위한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간은 오히려 콜레스테롤을 추가로 분비하면서 담석을 유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급격한 금식과 과도한 지방섭취 제한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담석 발생 부위 따라 증상 다양 … 혈액검사‧복부초음파보다 내시경초음파 유리
담석이 생기는 부위에 따라 담낭(쓸개) 담석, 간외 담관담석(총담관담석), 간내 담석으로 나뉜다. 각각 64%, 22%, 14%의 비중으로 잘 발생한다.
증상은 발생 부위에 따라 다양하다. 담낭담석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담낭에 있던 담석이 빠져나가 담관을 막으면 심한 복통이 발생한다. 복통은 우상복부 혹은 명치 부위에 발생하고 식후에 주로 발생하거나 악화된다. 구역, 구토 등 비특이적 소화기 증상이 동반된다.
합병증으로 급성 담낭염, 급성 담관염, 급성 췌장염 등이 동반되면 발열 및 황달이 발생할 수 있다.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담낭담석은 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복부 초음파로 예민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진단율은 약 98%로 매우 높다. 하지만 담관담석의 발견율은 30~40%로 비교적 낮고 지방간이 심하거나 위나 장의 가스가 많으면 자세한 관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 내시경 초음파검사가 진단에 사용된다. 다른 검사에서 발견하기 힘든 3mm 미만의 미세담석까지 발견할 수 있으며, 조영제 노출이 필요 없다. 수면내시경과 같은 방식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환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지방간이나 장내 가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도 있다.
담낭담석은 복통·합병증·암 위험 있을 때만 수술 … 담관담석은 증상 없어도 빠른 치료
담낭담석은 우선 증상이 없다면 관찰을 한다. 하지만 담석에 의한 복통이나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 담낭암의 위험성이 존재할 때(석회화 담낭, 3cm 이상의 거대 담석), 담석과 용종이나 선근종증이 병존하는 경우엔 담낭절제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가능하면 복강경으로 진행되지만 환자에 따라 개복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간내 담석은 내시경 치료 혹은 간 절제술로 치료한다. 수술은 한 쪽 간에만 국한된 간내 담석, 간 위축 동반, 심한 담관 협착, 담관암 위험 등이 있을 때 고려한다.
담관담석은 증상이 없어도 치료가 필요하며, 간외 담관에 있는 담석은 대부분 내시경적 역행성 담도조영술로 치료한다. 환자는 수면 하에 시술을 받게 되며 위내시경과 비슷하지만 엎드린 자세로 내시경을 입을 통해 십이지장까지 진입시킨다. 십이지장에 있는 담관 입구인 유두에 내시경이 도달하면 유두를 내시경 칼로 절개해 다양한 기구들이 담관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준다. 이후 바스켓, 발룬, 담석쇄석기 등을 이용해 담석을 분쇄하거나 제거한다.
환자는 내시경 시술 후 24시간이 지나면 물부터 시작하여 식사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내시경적 역행성 담도조영술은 시술의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돼 널리 이용되고 있다.
담석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적절한 체중 유지가 필요하다. 음식은 채소‧과일‧생선 등 콜레스테롤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사는 담석을 유발할 수 있다. 시금치‧멸치‧우유 등 칼슘이 많은 음식이 담석을 잘 유발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근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