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데이비드 라이든(David Lyden) 미국 코넬대 의대 교수팀(신경종양학)과의 공동 연구에서 암 조기진단의 실마리가 될 새로운 종양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발견했다.
이번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 단백체 분석을 통한 종양 바이오마커 탐색 연구(Extracellular Vesicle and Particle Biomarkers Define Multiple Human Cancers)’ 논문은 13일 ‘셀’(Cell, IF 38.637)에 게재됐다.
세포는 기능 유지 및 신호전달을 위해 여러 방법으로 다양한 크기(30~150nm)의 작은 막성 소포체 또는 입자를 분비한다. 이를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라 정의한다. 연구팀은 세포 간 상호작용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의 단백체를 분석해 종양 특이적 단백질을 찾기 위해 이번 연구를 기획했다.
두 교수는 인체 조직, 혈액 샘플, 림프액을 비롯한 426개 인체 유래 조직(총 18개 암종)에서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를 추출, 질량분석기를 활용해 발현되는 단백질의 종류와 양을 정밀 탐색하는 프로테오믹스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VCAN, TNC, THBS2, SRRT, DNAJA1, DPYSL2, AHCY, PGK1, EHD2, ADH1B 등 종양의 유무와 암의 종류까지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 바이오마커들을 규명해냈다.
연구 결과 이들 단백질은 주변 정상 조직에 비해 종양 조직에서 유래하는 세포밖 소포체에서 발현되는 양이 2배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기법을 활용한 머신러닝 모델에서도 발견된 바이오마커들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종양 조직 유래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를 활용한 테스트는 민감도 90%, 특이도 94%였다. 혈액 유래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를 활용한 테스트는 민감도 95%, 특이도 90%로 나타났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을수록 바이오마커 활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이오마커를 통해 종양의 존재 여부뿐만 아니라 발현 단백질 패턴에 따라 췌장암, 폐암, 대장암, 흑색종 등 암의 종류까지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한상 교수는 “특정 바이오마커의 존재만으로 암 유무와 암종을 판단한다기보다는 이들 바이오마커의 존재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암 발생 유무와 암종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암의 조기진단과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교수는 “차세대 액체생검 기술에 적용해 암의 발생 유무·재발·치료반응 평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 추출법, 단백체 탐색기술, 분석기술을 고도화하면 혈액검사로 암을 조기진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연구팀은 다양한 암종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고 암 환자군과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비교·대조 심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나아가 이번 연구에서 새로이 발견한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신약개발, 혈액검사의 정확도를 기존 진단법과 비교하는 연구 등을 계획 중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 만성난치질환시스템의학 연구센터, 세브란스병원 의료질 향상을 위한 연구기금(SHRC) 및 연세대 의대 신진교수연구비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