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혈관염클리닉’ 교수팀(표정윤 교수, 윤태준 박사과정)이 ‘ANCA 연관 혈관염’ 환자의 장기(臟器) 손상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세계 최초로 발굴했다.
ANCA 연관 혈관염은 면역조절 기능 이상으로 혈관벽을 스스로 공격해 염증을 유발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혈관은 몸 구석구석까지 퍼져있기 때문에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은 침범하는 장기에 따라 고열·관절통·근육통·피부발진 등 경증부터 신부전·객혈·뇌졸중·심근경색 등 중증까지 다양하다.
이로 인해 진단이 매우 어렵고 까다로워,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늦게 진단받은 환자의 10~20%는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환자의 70~80%가 질병의 활성도가 매우 낮은 ‘관해’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ANCA 연관 혈관염 환자의 장기 손상 정도는 방사선검사 등 여러 검사를 시행해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측정의 어려움과 부정확성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통해 손상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발굴은 임상적으로 필요성이 절실했다.
연구팀은 여러 문헌조사를 통해 ‘인터루킨-16(IL-16)’ 단백질을 주목했다. 백혈구 등 면역세포를 포함한 여러 세포에서 분비되는 IL-16은 질병에 따라 염증을 유도하거나, 반대로 염증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혈관염 분야에서는 명확하게 그 역할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혈관염클리닉의 ANCA 연관 혈관염 환자 코호트에 등록된 환자 220명 중 78명을 대상으로 면역억제제를 투약받기 전 혈액에서 분리한 혈청에서 IL-16의 농도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IL-16이 ANCA 연관 혈관염 평가지표(활성도 평가는 BVAS 및 FFS, 장기손상지표 평가는 VDI, 기능 평가는 SF-36), 적혈구침강속도(ESR), C-반응단백(CRP)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조사했다.
조사결과 IL-16은 ANCA 연관 혈관염 평가지표 중 혈관염손상지수(Vasculitis Damage Index, VDI)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다른 ANCA 연관 혈관염 평가지표(BVAS, FFS, SF-36)나 적혈구침강속도, C-반응단백과는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또 IL-16의 농도는 여러 장기 중 귀, 코, 목의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유의하게 높게 측정됨을 밝혔다.
이상원 교수는 “여러 ANCA 연관 혈관염 평가 지표 중 VDI는 많은 검사를 요구해 외래 방문 때마다 측정하는 게 환자와 의료진에게 어려움을 줬고, 무엇보다도 부정확하게 측정될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컸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서 혈청 IL-16 농도가 ANCA 연관 혈관염 환자의 장기손상지표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표정윤 교수는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은 혈관염 환자의 질병에 대한 단서를 주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에서 응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류마티스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Arthritis Research & Therapy’(IF 4.103)에 ‘ANCA 연관 혈관염에서 혈청 인터루킨-16과 혈관염 손상지수와의 상관관계(Serum interleukin-16 significantly correlates with the Vasculitis Damage Index in 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associated vasculitis)’라는 주제로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