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은 여성의 65~80%, 남성의 57~75%에서 나타나며 남녀의 절반 이상이 평생 한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머리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혹시 ‘뇌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습관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해 약물 과다복용으로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너무 흔하지만 의외로 잘 대처하지 못하는 질병 ‘두통’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1. 편두통은 한쪽 머리만 아프다?
머리 전체가 아프면 두통이고, 한쪽만 콕콕 쑤셔야 편두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편두통은 머리 한쪽에서만 나타날 수도 있고, 관자놀이 양쪽이나 머리 전체가 지끈거리는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편두통 환자 중 한쪽 머리만 아픈 경우는 50~60% 정도다. 나머지는 양쪽이 모두 아프다. 오른쪽·왼쪽·앞뒤 머리가 번갈아가면서 아프거나, 한쪽만 아프다가 머리 전체로 퍼지기도 한다. 편두통은 빛·소리·냄새 등 외부 자극에 뇌가 과민하게 반응해 뇌혈관이 수축·이완하는 과정에서 생긴 통증이다. 머리가 맥박이 뛰는 것 같은 욱신거리는 통증이 4~72시간 동안 지속한다. 머리만 아픈 게 아니라 속이 메슥거리면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을 호소한다.
편두통과 헷갈리기 쉬운 긴장성 두통은 늦은 오후나 저녁에 잘 생기고 재발이 잦다. 스트레스, 과로, 피로 등이 원인이며 자세로 오래 앉거나 서 있을 때 발생하기도 한다. 대부분 휴식을 취하고, 카페인 섭취를 줄이기만 해도 상태가 나아진다. 목·어깨를 돌리고 주무르거나, 두 손과 손가락으로 정수리와 주변 3~4㎝ 부근 또는 뒤통수와 목이 만나는 양쪽 부분을 주무르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2. 편두통은 예방할 수 있다?
월평균 편두통에 시달리는 날이 4일 이상이거나 두통약을 먹어도 약효가 충분하지 않을 때 예방적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방치료는 두통발작의 빈도가 잦을 때 두통이 없는 평상시에 약물을 투약하는 것으로 편두통 예방약물은 과민한 뇌와 뇌혈관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편두통의 발작 빈도 및 강도를 낮춰준다. 주로 베타차단제(Beta blockers), 항경련제, 칼슘채널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s) 등이 사용된다. 국내에서 편두통 예방을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편두통 예방약물은 나돌롤(nadolol), 플루나리진(flunarizine), 디발프로엑스(divalproex),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등이다. 한국콜마 ‘나도가드정’(성분명 나돌롤), 한국얀센 ‘씨베리움캡슐’(플루나리진), ‘토파맥스정’(토피라메이트), 한국애보트 ‘데파코트정’(디발프로엑스) 등이 있다.
최신 약으로는 편두통을 유발하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를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항체가 예방치료에 사용된다. CGRP 표적 항체의약품은 중증 두통을 유발하는 CGRP를 차단해 편두통을 예방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이다. 이 신약은 2018년 하반기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허가 문턱을 넘기 시작해 국내에선 한국릴리의 ‘앰겔러티120밀리그램/밀리리터프리필드시린지주’ (Emgality, 성분명 갈카네주맙, Galcanezumab)가 지난해 12월 출시됐다.
최근엔 만성 편두통 치료에 보툴리눔톡신을 활용하는 의료기관도 적잖다. 보톡스를 이마부터 어깨까지 삼차신경이 분포한 31개 지점에 주사해 CGRP를 차단하는 원리다. 한 번 시술하면 두통 완화 효과가 최대 3개월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톡스는 보툴리눔균에서 나오는 보툴리눔톡신을 주성분으로 한다. 이 성분은 신경에 작용해 통증전달물질을 차단한다. 처음에는 사시나 뇌성마비·중풍 환자의 근육경직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주름 개선을 위한 미용성형에 이용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최근엔 두통 치료에서도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받았다
3. 두통은 뇌질환과 관련이 있다?
머리가 수시로 지끈거리고 아프면 ‘혹시 뇌종양 같은 중증질환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밀려오지만 모든 두통이 치명적인 뇌질환을 예고하는 전조 증상은 아니며, 뇌에 큰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오랜 기간 자주 두통을 겪는 환자일수록 뇌질환일 가능성이 낮다”며 “다만 두통의 양상이 확연하거나, 강도가 급격하게 심해지거나, 빈도가 유난히 잦아진다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뇌에는 통증에 반응하는 감각신경이 존재하지 않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의 두통은 뇌와는 관련이 없다. 머리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뇌를 둘러싸는 뇌수막·혈관·근육 등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당겨지고 눌리고, 수축·확장하면서 조직 내 말초신경이 자극되고 이런 자극이 중추신경계로 전달돼 ‘머리가 아프다’는 통증으로 인지되는 것이다.
뇌질환은 대개 심한 두통과 함께 38도 이상의 고열, 오한, 구역, 구토 등을 동반하며 간혹 의식저하나 경련발작이 동반된다. 이상헌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한 두통과 함께 열이 난다면 일반 긴장성 두통이 아닌 뇌수막염, 뇌염 등 중증 뇌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4. 진통제 먹으면 두통 더 심해진다?
통증을 느끼면 바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무분별한 진통제 오·남용은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진통제를 먹으면 두통 관련된 신경이 흥분되고 뇌의 감각중추가 자극된다. 단기간 복용하면 통증을 없앨 수 있지만 장기간 투여 시 신경계가 과도하게 흥분해 약물과용 두통을 유발한다. 대한두통학회 조사결과 만성 편두통 환자의 73% 이상이 두통치료제를 과다 복용하고, 전세계 인구의 1~2%가 이로 인한 약물과용 두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진통제를 자주 먹으면 긴장성두통도 악화될 수 있으며 10년 이상 지속되면 만성두통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5. 초콜릿·카페인이 두통에 해롭다?
편두통 환자라면 섭취하는 음식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초콜릿은 편두통 환자에게 가장 안 좋은 식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커피·초콜릿·홍차 등에 함유된 카페인은 일종의 흥분제로 머리 근육의 긴장을 심화시켜 두통 발생빈도를 높일 수 있다. 섭취하면 뇌혈관을 수축시키고 반대로 카페인 효과가 떨어지면 뇌혈관을 확장시켜 두통을 유발한다.
적포도주, 치즈, 땅콩, 호두, 파인애플, 바나나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음식에 들어있는 티라민 성분은 뇌혈관을 수축했다가 팽창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예민한 사람은 편두통이 심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