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아 고혈당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수가 2018년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당뇨병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현재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 정도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국내 당뇨병 검진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제공하는 생애주기검사를 잘 받으면 조기에 당뇨병을 발견할 수 있다. 대개 40세가 되면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당뇨병 가족력을 포함한 위험인자를 동반한 사람들은 30세부터 선별검사를 하는 게 좋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진단시점에 이미 합병증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진단이 되면 바로 합병증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경제적 부담, 시간적 여유 등을 이유로 검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다. 잘못 관리하면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지만, 검사를 통해 조기에 징후를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면 발생 확률을 낮추고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당뇨병 관련 기본 검사로는 소변검사, 신장기능검사, 단백뇨검사, 당화혈색소, 고지혈증검사 등이 있다. 급여되는 합병증 검사는 망막증 검사가 유일하다. 이밖에 당뇨병 환자들이 큰 고통을 느끼는 신경병증 검사, 심혈관질환 관련 검사와 이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동맥경화증 검사 등 주요 합병증 검사는 안타깝게도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안저검사 시행률은 2018년 44.6%, 2019년 46.1%로 절반도 안 됐다. 따라서 비급여인 다른 합병증 검사들은 이보다 시행률이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당뇨병 합병증을 조기 발견해 관리하지 못하면 더 많은 치료를 받고 약을 써야 하며, 환자의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심뇌혈관질환이다. 뇌졸중의 경우 병을 치료해도 후유증이 남게 되고, 심장병은 처음 생길 때에는 사망률이 20%이지만 두 번째엔 30%로 높아지는 등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또 당뇨병 환자들은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동맥경화증이 여러 혈관에 걸쳐서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심장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증이 발생하더라도 일반적인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근경색증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고, 재발 빈도도 높다. 일반적인 동맥경화증의 경우 스텐트시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를 한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들은 동맥경화증이 혈관에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어 스텐트시술이 불가하므로 혈관을 넓히기 위해 혈관재건수술까지 받는 경우가 더 많다.
혈관합병증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에 적극적인 혈당관리에 나서 장기간 실천하는 것이다. 자가혈당측정이나 당화혈색소 검사로 혈당 조절 정도를 확인할 수 있지만, 혈당의 변동 폭이 큰 경우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이런 혈당 수치만 믿고 합병증 관찰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당화혈색소는 잘 조절되고 있지만 경동맥초음파 검사에서 죽종이라는 심한 동맥경화증을 진단받는 환자들도 있다. 때문에 당뇨병 합병증 치료는 합병증 검사결과를 근거로 치료방향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홍은경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을 막기 위해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을 100mg/dL 미만으로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위험인자 또는 동맥경화증이 동반되는 경우 치료목표를 70mg/dL 미만 또는 더 낮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력한 고지혈증약을 사용하게 되며 근육통과 간기능 이상 등의 부작용이 따라오게 된다. 홍 교수는 “따라서 과도한 치료는 줄이고 필수적인 약으로 환자를 적극 치료하려면 합병증 검사에 의한 근거 중심의 약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뇨병은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 치료한다고 말할 만큼 합병증 관리가 중요하다”며 “혈당 수치가 높아도 막상 환자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기에 정확한 합병증 검사를 거쳐 치료계획을 세워야 5년 후, 10년 후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