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이지훈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유전자 패널검사로 생후 6개월 미만일 때 뇌전증이 발병한 영아 환자 중 뇌 자기공명영상(MRI)이 정상인 환자의 약 50%에서 원인유전자를 찾을 수 있다고 3일 밝혔다.
뇌전증은 발병 원인을 찾기 어렵지만 알아내야 개개인에 맞는 치료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일부 소아 환자들은 뇌 MRI 검사 결과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뇌전증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규명하려면 더욱 명확한 진단이 요구된다.
연구팀은 뇌전증으로 진단받은 2세 이하 영아 환자 중 뇌 MRI 검사 결과가 정상인 환자 116명을 대상으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을 이용한 유전자패널검사를 시행한 결과 연령별로 원인유전자를 찾은 2세 이하 환자는 34.5%(40/116명), 1세 이하는 39.6%(40/101명), 6개월 이하는 50%(36/72명)였다고 밝혔다.
NGS는 소량의 혈액(3cc)으로 다수의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검사 방식이다. 연구팀은 환자의 발병 나이에 따라 유전자 패널검사를 통해 원인유전자를 찾을 확률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결과 연령이 낮을수록 원인유전자를 규명할 확률이 높았다.
뇌전증 환자는 상당수가 발달지연을 동반하는데 발달지연 환자는 36.4%(24/66명), 정상 발달 환자는 32.7%(16/49명)로 원인유전자 규명 정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 .
과거에 뇌 MRI가 정상이지만 원인을 찾지 못한 뇌전증은 ‘비증후성’ 혹은 ‘원인 미상’으로 진단하고 경험에 의존해 일반적인 뇌전증 치료제를 처방하는 게 관행이었으나,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원인유전자 변이에 따라 적절한 약제를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런 가정 아래 예후가 좋은 양성 뇌전증증후군 환자 13명을 조기에 진단하여 이에 적합한 약제를 최단기간에 사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 가족력이 있는 경우 나중에 태어난 형제를 초기에 진단 및 치료를 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지원 교수는 “아직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환자가 50%가 넘는 현실이어서 가야할 길이 멀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가족성 유전체 연구 등을 통해 향후 더 많은 원인유전자를 찾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며 “더욱 효과적인 맞춤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원인유전자가 밝혀진 환자의 표현형을 발현하는 세포 모델을 제작해 치료제를 스크리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아청소년과 임상의사의 진단 능력을 통해 뇌전증 원인유전자를 밝히게 되면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며 “소아 환자가 성장하면서 어떤 예후를 갖게 되는지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 치료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Molecular Genetics & Genomic Medicin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